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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세계의 여러 문명들이 서로를 향해 눈을 돌리고 발을 뻗어나가던 기원 전후 천년을 거치며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의 세계로까지 이어졌는지 살펴보는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종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명 간의 상호 연결을 중심으로 고대 세계의 정치와 전쟁,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기원전 6세기 말의 아테네, 로마, 그리고 중국 노나라를 무대로 그곳에서 발생한 정치사상과 통치 방식의 혁명에 초점을 맞춘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로마에서 공화국이 발달하던 시기에 중국에서는 한 탁월한 개인이 군주에게 새로운 정치사상과 통치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사상가 공자의 이야기이다. 비록 그의 사상은 생전에는 위정자들에게 환영받지는 못하였지만 결국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상으로 도약하게 된다. 2부의 주요 무대는 기원전 3세기 말의 동양과 서양 전체를 가로지르는 전쟁터이다. 이 시기에 전 세계에서 권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젊은 통치자들이 등장했다. 3부에서는 마침내 연결된 고대 세계에서 인간이 신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면서 발생한 종교적 변화와 혁신을 다룬다. 기원전 1세기를 지나며 제정으로 돌아간 로마가 지배하는 지중해 및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가 수용되기 시작했을 때, 힌두교는 인도의 굽타왕조 치하에서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었다. 한편 중국으로 전파된 불교는 5호16국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 공식 종교의 위상을 획득해나갔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제국, 젊은 통치자들과 전쟁, 그리고 세계 종교의 전파까지 신화와 환상을 넘어, 역사로 이어지는 연결된 고대 세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마이클 스콧
출판
사계절
출판일
2018.08.03

 

 

1. 서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통해서 때로는 통합하고 때로는 분리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실질적인 전쟁의 위협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을 통해서 여전히 우리는 또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가고 있다.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은 바로 무역 전쟁과 자본 전쟁이다. 이제는 과거의 전쟁처럼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서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 않는다. 대신 상품과 돈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만 가지고도 한 국가의 기반을 충분히 흔들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보통 국제 질서에 반하는 국가를 제약할 때 무역 제재와 금융 제재를 하게 된다. 더불어 어떤 집단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확장과 통합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거대한 제국이 탄생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제는 그것을 한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 특정 기업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서 다른 의미의 제국을 형성해 가고 있다. 구글이 그렇고, 아마존이 그렇고, 페이스 북이 그렇다. 또한 기업 만큼 확장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문화다. 특정 국가의 문화는 유행의 흐름에 따라서 순식간에 전 세계의 관심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특정 아이돌 그룹들이 있다. 이처럼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떤 식으로든 과거와 비슷한 패턴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겉으로 꾸미고 향유하는 옷이나 물건들은 바뀌었을지언정 그 내면에 잠재해 있는 의식적 흐름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의 공통된 내면의 의식과 그것의 반복적 발현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 책의 저자는 기원전 6세기 말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먼저 정치의 발전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특정 정치 체제를 바탕으로 한 제국의 발전, 그리고 그 위로 종교의 발전과 통합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천 년의 시간에 걸친 정치, 제국, 종교의 발전과 통합, 변화 양상을 이해하면 지금의 우리 모습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기원전 6세기 말, 정치의 발전

6세기 말부터 3세기 말의 시기는 정치의 발전 시기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만들어진 정치 체제는 지금도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각 국가에 남아있다. 독일의 역사가 야스퍼스는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를 ‘축의 시대’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가 정치의 발전기라고 칭하는 시기와 대충 일치한다. 이 시기에는 지중해로부터 중국을 위시한 동북아 지역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정치의 발전을 이룬다. 즉, 동시에 과거의 지혜나 정치 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이해와 설명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각 국가와 지역별 특성에 맞는 통치 방식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 국가가 채택한 정치 방식들은 전쟁을 통해 우열이 가려지면서 일부는 남고 일부는 사라지게 된다.

 

기원전 508년에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이사고라스라는 참주를 추방하고 모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등장한다. 한편 로마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타르퀴니우스라는 황제를 몰아내고 공화정이 생겨난다. 아테네의 민주주의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참주나 황제의 독점적 권력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아테네와 로마가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정치 체제를 만들게 된 이유를 저자는 주된 전쟁 방식에서 찾는다.

 

즉, 아테네는 해상 무역의 발달로 배를 많이 사용하였으며, 실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도 살라미스 해전이 최종적인 전쟁의 승리를 만들어준 만큼 배의 조종과 관련하여 정치 체제가 발전하게 됐다. 그 당시 배는 노 젓는 사람들이 귀족이 아닌 일반 평민이었지만 노 젓는 것은 전체 조직의 생존과 직결이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평민들에게도 정치 참여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다. 반면 로마에서는 육상 거래와 육상 전투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육상 전투에서의 핵심은 비싼 장비와 말이었다. 하지만 평민들은 이런 주요한 것들을 살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그런 것을 살 수 있는 귀족 계층이나 유력 계층과 동등한 위치에 서기 힘들었다. 그래서 결정적 참정권이 특정 세력에게 집중되면서 민주주의가 아닌 공화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사상적 발전을 이룬다. 그리고 각국이 채택한 정치 사상들은 왕이라는 1인 권력을 중심으로 전쟁을 통한 검증 작업에 들어간다. 그 결과 진시황이 강력한 법가 사상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고, 그것은 그 후 등장하는 모든 국가 정치 체제의 근간이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공자의 사상에 특히 주목한다. 공자는 각자 자신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근간으로 ‘성인’이라 불리는 이상적 인간의 통치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서 정치와 사회적 조화와 질서를 꿈꾸게 된다. 공자의 사상은 춘추전국시대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진시황의 통일과 함께 분서갱유의 광란 속에 사라질 위기에도 처하지만 그 뒤로 다시 부활하여 ‘충효 사상’은 사회 전반에 걸친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데에 일조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각 국가들은 나름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정치 체제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떤 정치 체제가 됐든 분명 한 명의 위대한 인물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위대한 인물이 결국은 모든 정치 체제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이루어낸다. 예를 들어 아테네에서는 페리클레스의 등장과 함께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고, 로마에서는 한니발 장군을 물리친 스키피오나 지중해 패권을 공고히 한 폼페이우스 덕분에 공화정이 안정을 이룰 수 있었으며, 중국에서는 진시황이나 한무제 같은 사람들을 통해서 왕정의 효용성이 인정받을 수 있었다.

 

 

3. 기원전 3세기말, 제국의 발전

기원전 3세기 말부터 기원후 4세기 초까지는 제국이 발전하는 시기이다. 그 무렵 초기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인 교류와 소통은 없었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특정 제국들이 성장하면서 비로소 어떤 교류와 소통의 길이 뚫리게 된다. 로마는 카르타고와의 패권 다툼에서 승리함으로써 제국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는 로마만의 특별한 모습은 아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크게 한 번 휘젓고 간 지역에서도 젊은 통치자들이 그의 후계자임을 자청하면서 세력을 확장한다.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5세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4세, 셀레우코스의 안티오코스 3세가 그들이다. 더불어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제국의 포석을 놓고, 항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유방이 그 뒤를 이은 후 한무제에 이르러 정점에 이른다.

 

이렇게 서방과 동방에서 각각 거대한 제국들이 탄생하기 시작하면서 그 사이에 낀 여러 민족과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이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방과 동방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그것이 바로 실크로드가 된다. 기원전 2세기 말 쯤에 개척된 실크로드는 본격적으로 제국주의 열강이 항해 기술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기가 오기까지 무려 150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한다. 또한 이렇게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교류와 소통이 확대되면서 종교에서도 변화가 시작된다. 그 이전에 생겨났던 수많은 종교들도 자연스럽게 통합과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4. 기원후 4세기초, 종교의 발전

종교의 발전은 기원후 4세기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이전부터 종교는 잇었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는 없었다. 한편 제국을 이룬 각국의 황제들도 더 이상 정치 체제나 전쟁, 또는 각종 무역을 통한 재물의 축적만으로는 자신의 위치를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비로소 종교의 힘을 빌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종교를 통해서 자신의 권력을 안정시키고 정적들을 처단할 명분을 갖게 된다.

 

고대 로마의 경우는 원래 다신교 국가였다. 그래서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는 무시받거나 박해를 받았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 1세가 밀비우스 다리 전투를 앞두고 꿈속에서 기독교적 계시를 받게 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렇게 기독교는 비로소 권력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황제의 권력은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와 함께 그 위치를 좀 더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기독교와 다신교가 모두 인정됐다. 하지만 국가 간 통합이 이루어지고 결국은 한 국가만 남게 되는 것처럼 종교도 결국은 다신교를 밀어내고 기독교만 남게 된다. 더불어 인도에서도 굽타 왕조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힌두교를 이용하고 왕들은 힌두교의 3대 대표 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 신의 화신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논리를 정점으로 하여 카스트 제도를 확고하게 뿌리내리면서 권력의 안정화를 이룬다. 또한 중국은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불교를 중심으로 기존의 민간 신앙과 유교, 도교까지 아우르면서 중국 왕조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다.

 

큰 제국들이 이렇게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권력의 기반을 다지면서 주변국들도 비슷한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로마의 주변국이었던 아르메니아는 로마와 사산조 페르시아와 사이에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인다. 기독교의 일신교 체제는 중앙집권화를 위한 강력한 명분을 제공해 주고, 그것을 통하여 귀족이나 유력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그들의 힘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종교는 정치 권력을 통해서 힘을 키우고, 때로는 정치 권력을 능가하면서 그 세력을 확장한다. 그런데 종교의 확장은 제국이 확장 될 때 작은 국가들을 집어삼킨 것처럼 다른 종교들을 집어삼키고, 종교의 다양성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통합이 있으면 또 분열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국이 분열되듯이 하나로 통합되어 살아남은 종교들도 여러 분파로 쪼개져서 분열이 됐다.

 

 

5. 맺음말

이 책을 통해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지역별로 특정하여 따로따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시작하여 서로 간에 영향을 주면서 성장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는 어떨까. 서두에서도 말한 것처럼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자 통합과 분열의 역사이다. 그래서 거대 기업은 작은 기업을 무너뜨리거나 집어삼키면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이러한 거대 기업들 몇 개가 남아서 각축전을 벌일 것이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공고히 할 종교와 같은 어떤 특정 이념을 채택할 수도 있다. 지금 예상되는 것은 바로 기술력일 것이다. 즉, 더 이상 사람들은 비과학적인 종교의 가르침에 크게 현혹되지 않는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라면 이미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 기술들을 많이 가진 기업들의 기반은 더욱 탄탄해 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강력해진 과거 제국과 같은 경제적 힘은 또 시간이 지나면서 분열되고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영원한 것은 없고, 그나마 영원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사의 반복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일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인도 과거에 비해서 큰 힘을 얻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나 거대 기업이나 거대 권력 앞에서는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것은, 과거의 사람들이 아무런 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변화를 맞이한 것에 비해서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변화의 흐름을 지켜 보면서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마치 타이타닉 호가 눈앞에 빙하가 오는 것을 보면서도 빙하와 충돌한 것처럼, 일개 개인은 결국 큰 선택권이 없다. 이것을 비극이라고 하면 비극일 수 있지만, 또 그러한 한 개인의 미약함 때문에 오늘의 행복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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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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