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주인공이 과거에 저지른 죄, 그리고 15년 전에 했던 어떤 약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린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손님이었던 오치아이의 제안으로 바를 겸하는 레스토랑의 공동경영자가 된 무카이. 그는 지금 과거의 삶을 버리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자신의 성(城)을 새롭게 구축하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소박하지만 평온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려버린 과거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가 예전에 봉인한 기억을 되살린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편지지에는 그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어떻게 그 대가를 치러야 할까? 죄를 한 번 저지르면 그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고 새로운 삶을 꿈꿔서도 안 되는 것일까? 한 번 죄를 저지른 사람은 새 삶을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이처럼 궁극의 물음으로 내몰며 읽는 이의 목줄까지 죄어오는 이 소설은 저자 야쿠마루 가쿠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
야쿠마루 가쿠
출판
북플라자
출판일
2017.02.02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려한 문장, 소재의 참신성, 스릴과 반전, 감동, 생각할 거리 등이 그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이 책은 추리 소설 장르에 속한다. 이 장르에 어울리는 스릴과 반전은 조금 부족하지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나쁜 사람의 탄생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회에서 필요없는 사람이나 나쁜 사람을 일컬을 때 ‘암 적인 존재’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암이라는 것은 사람 몸의 세포가 이상증식을 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이상증식은 사람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결국 ‘암 적인 존재’는 그가 속한 사회의 어떤 문제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무카이도 어릴 때 얼굴의 반이 멍 같은 흉터로 가득했고, 그 덕분에 주변에서 괴물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자란다. 게다가 부모님께도 버려지면서 나쁜 길로 빠져들고 그 사이 강도짓과 폭행 등을 저지른다. 특히 마지막에는 야쿠자를 폭행하여 쫓기는 신세가 되고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만약 무카이가 어릴 때 주변에서 괴물이라는 놀림을 받지 않았다면 무카이가 사회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무카이의 죄를 온전히 그에게만 물어서는 안 되고 그가 속한 사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 회개에 관한 것이다. 과연 사람은 과거에 나쁜 짓을 했어도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무카이는 노부코라는 노인의 도움으로 얼굴을 고치고 야쿠자의 추적을 따돌린다. 그리고 무카이 사토시로 개명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오치아이라는 사람과 함께 ‘히스’라는 술집도 운영하고 결혼을 해서 아내와 딸도 생긴다. 그런 무카이를 보면 법적인 기준에서는 그가 죗값을 제대로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죄인이다. 하지만 그가 죄인의 길을 걷게 만든 것이 온전히 그만의 책임이 아니기에 앞으로의 바른 삶을 이어간다면 과거의 잘못을 충분히 상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사회에 밀쳐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다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셋째, 약속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좋은 것이라고 배운다. 무카이는 야쿠자에게 쫓기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궁암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노부코라는 노인과 약속을 하고 성형수술을 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받는다. 조건은 그 노인의 딸을 죽인 살인범들을 15년형을 선고받고 나오면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드디어 15년이 지나고 무카이는 약속을 지키라는 편지를 받는다. 이에 무카이는 갈등한다. 약속을 지키면 자신은 살인범이 되고 15년 동안 이루어 온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의 과거가 폭로되고 야쿠자에게도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카이가 15년 전 위기의 상황에서 노부코라는 노인의 제안을 받고 약속을 안 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우리는 삶 속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내용을 보다 보면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좋다는 가르침이 무의미해 진다. 그리고 그것이 또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넷째, 오해와 편견에 관한 것이다. 무카이에게 노부코 노인의 행세를 하면서 약속을 지키라는 편지를 보냈던 사람은 같이 동업하여 일하던 오치아이였다. 오치아이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가 과거 무카이의 강도짓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오치아이가 좋아했던 여자는 무카이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성폭행을 일삼던 할아버지 때문인 것이 밝혀진다. 이 내용을 보면서 고 김광석 부인에 대한 내용이 생각났다. 그 어떤 확실한 증거나 법적인 판결이 난 것도 없었지만 이미 김광석 부인은 살인범이라는 낙인 속에서 법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했고, 무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찝찝한 의심의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가게 됐다. 물론 김광석 부인이 진짜 살인범인지 아닌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진짜 살해한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한 개인의 인생은 뿌리부터 흔들려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 우리는 삶 속에서 함부로 어떤 단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어떤 판단을 유보하고 최대한 신중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777lili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