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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가 사랑한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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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그레이엄 테터솔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09.09.11

 

1. 서두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창의적 교육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창의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드문 현실이기에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고 습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창의성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여전히 뜬구름을 잡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발명하는 것을 떠올린다. 즉,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제대로 된 창의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혁신적 발명품이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을 보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출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새롭게 재조합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정한 창의성은 발상의 전환에 있을 것이다.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응용해 보려는 노력을 할 때 자연스럽게 창의성은 키워지는 것 같다. 이 책은 황당한 질문에 대한 창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접근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창의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연습하면 되는지 조금은 가닥을 잡을 수 있다.

 

 

2. 페르미의 추정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들은 페르미의 추정을 근간으로 한다. 페르미의 추정은 어떤 논리적이고 정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추정논법, 즉 이름 그대로 적당히 가늠을 해서 어림수를 산출한다. 이 방법은 노벨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즐겨 사용했다고 해서 ‘페르미의 추정’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페르미 교수는 대학에서 자신의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고 훈련을 많이 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시카고에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이나 될까?' 같은 추정문제를 학생들에게 즐겨 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이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학교 공부나 시험에서 접하지 않는 질문이다. 그래서 이 해답을 구하려면 기본적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서 다양한 관점에서 상상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추정들을 근간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추정 훈련은 하나의 습관이 될 때 놀라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페르미 교수의 제자들 중에도 노벨상 수상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페르미 교수는 병원에 누워 있을 때에도 링거액이 떨어지는 간격을 가늠하여 유속을 계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만큼 페르미 교수는 페르미 추정이 생활 속에 체화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페르미 추정을 근간으로 한 질문들이 입사 면접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 만큼 획일화 된 문제 해결의 접근 방식을 탈피하려는 기업들의 자구책일 것이다.

 

 

3. 빈 라덴과 일촌 맺기-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람

우리가 빈 라덴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몇 명의 사람을 거쳐야 할까. 이 세상의 인구는 70억 명 정도이다. 게다가 빈 라덴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그와 연결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페르미 추정을 통해서 빈 라덴이 생각 보다 우리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보통 성인 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8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보통은 만나는 사람들끼리 주로 만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끼리 서로 아는 사람이 겹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반절을 줄여서 한 사람의 성인이 40명 정도를 주변인과 겹치지 않고 순수하게 알고 있다고 가정해 본다. 그러면 내가 아는 그 40명도 또 순수하게 자신만 아는 40명 정도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타고 타고 들어가다 보면 40×40×40×40×40×40=4,096,000,000 정도의 계산에 이른다. 즉, 여섯 단계만 거치면 거의 40억 명 정도의 사람들을 아우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일곱 단계로 넘어가면 이 지구상의 사람들을 넘어서는 숫자가 나온다. 결국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여섯 단계만 거치면 전 세계 모든 사람과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빈 라덴이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변에 그쪽과 연결된 사람이 있다면 굳이 여섯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빈 라덴과 인연이 닿을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다. 특히나 이렇게 합리적인 계산으로 추정을 하다 보면 막연한 질문도 어느 순간 상당히 구체화 된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사칙연산의 수준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추정할 수 있다.

 

 

4. 문명생활- 보스턴에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이 질문은 대표적인 페르미 추정의 질문이다. 다만 페르미 추정에서 질문은 보스턴이 아닌 시카고에 있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인지였다. 하지만 답을 구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일단 기존에 자신이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보스턴의 인구를 추정해야 한다. 저자는 영국 사람이기에 영국의 케임브리지를 바탕으로 추정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는 대학 도시이다. 그래서 케임브리지라는 주요 대학 하나와 11만 명의 인구가 있다고 한다. 보스턴에는 하버드, MIT, 서퍽, 노스이스턴 등 네 개의 큰 대학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케임브리지 보다 네 배 많은 인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 대략 44만 명 정도이다. 추가로 저자는 보스턴의 인구를 대서양의 항구 도시라는 추정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는 영국의 리버풀의 인구를 생각한다. 리버풀의 인구도 앞서 대학 도시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추정한 44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저자가 추정한 44만 명이라는 보스턴의 인구 수는 실제 통계 자료에 나온 60만 명이라는 인구수와 큰 차이가 없다.

 

그 다음으로는 보스턴에 몇 가구가 있는지 계산한다. 보통 한 가구당 3명 정도로 구성되어있다고 가정하면 60만 명 나누기 3을 해서 20만 가구가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 다음 우리가 학교 다닐 때를 떠올리면 한 반에 피아노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한두 명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20가구 중 1가구가 피아노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고, 결국 보스턴의 피아노 수는 1만 대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 이 1만 대의 피아노를 조율하는 사람의 숫자를 추정하면 답이 나온다. 조율사가 1년에 한 번 정도 각 가정을 방문해서 조율을 한다고 가정하고, 1년 중에는 휴무일을 제외하고 200일 정도 일한다고 가정한다. 또한 피아노 조율사가 피아노 한 대를 조율 하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한다. 그럼 중간에 점심 시간을 제외한다면 결국 하루에 한 명의 조율사가 두 대 정도만 작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하루에 피아노 두 대를 조율하면서 200일을 일한다면 총 400대를 한 명이 조율사가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스턴에는 1만 대의 피아노가 있다고 이미 추정했다. 따라서 1만을 400으로 나눈 25명의 조율사가 보수턴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보스턴에 몇 명의 조율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보스턴이 아니라 다른 도시여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우주의 비밀- 달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저자가 추정한 또 다른 재미있는 질문은 달의 무게를 추정하는 것이다. 일단 달은 지구에서 40만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추정이라는 것도 논리적 사고이기 때문에 그 시작이 있어야 한다. 즉, 제 1명제가 있어야 그 다음 논의를 진행해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정보는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것을 최소한의 정보로 취할 것인지도 어느 정도 상상력이 필요하긴 하다. 어쨌든 달과 지구 사이의 대략 1미터라고 하고 실 두 가닥이 달 좌우의 끝에 매달려 자신의 눈까지 뻗어 있다고 상상한다. 두 실은 자신의 눈에서 만난다. 그리고 자신이 손을 뻗은 1미터 뒤에서는 서로 검지 두께 만큼 10밀리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그 다음으로 1미터를 더 간다면 두 실 사이의 거리는 20밀리미터가 될 것이다. 즉, 1미터씩 멀어질 때마다 실의 간격은 10밀리미터씩 벌어진다. 이렇게 40만 킬로미터를 가면 실의 간격은 총 400만 미터가 된다. 즉, 달의 직경을 400만 미터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팔 길이를 1미터로 잡은 건 좀 과하다 여기고 85센티 미터 정도로 정정한다. 그렇게 칫수가 15%가 줄어들어서 결국 최종 달의 직경도 15%가 줄어든 340만 미터로 잡는다.

 

달의 직경이 나왔기 때문에 그 다음은 쉽다. 달의 체적를 계산하고, 달에 있는 1입방미터의 바위의 무게를 추정한 뒤에 두 개를 곱하면 된다. 달과 같은 구체의 체적을 구하는 공식은 ‘1/6*π*직경의 세제곱’이다. 그런데 저자는 π가 대략 3 정도이기 때문에 결국 구체의 체적은 직경의 세제곱의 반절 정도로 잡았다. 그리고 본인이 아는 돌의 무게를 근간으로 1입방킬로미터당 30억 톤의 무게가 나간다는 것을 추정한다. 결국 답은 200억*30억 톤을 하면 나온다. 이 값은 실제 달의 무게인 74*10^1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만큼 일반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추정이 얼마나 의미있는지를 알 수 있다.

 

 

6. 맺음말

이 책을 보면서 이 ‘페르미의 추정’ 이라는 사고 훈련을 기업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교가 아닌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변수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그 변수에 대처하면서 답을 찾는 방법은 학교에서 배운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즉, 추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모으고 그것을 합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면접에서 페르미의 추정을 근간으로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떤 정확한 답을 원해서가 아닐 것이다.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가 그 답을 구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머리를 쓰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답을 구해가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면 그 사람은 단순히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에만 빠진 사람이 아니고 나름의 현실성도 갖춘 사람임을 증명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고력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기업들이 이런 인재를 원한다면 교육계에도 그와 관련한 요구를 미리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시험을 떠나 이런 식의 사고 훈련을 조금씩 시킨다면 성인이 되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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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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