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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
저자는 인류라는 종의 탄생과 멸종까지 언어가 함께 한다고 말한다. 개별 언어들도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생성, 전파, 소멸을 겪는다. 로마제국과 라틴어의 관계처럼, 중국어, 이집트어, 아랍어 등 역사가 길고 사용자가 많은 언어들은 강력한 국가의 공용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국가적 배경이 없는 언어,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언어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반면에 완전히 ‘죽은’ 언어라도 집단적·의식적 노력에 따라 되살아나기도 한다. 언어로서 생명이 다한 듯 보였던 히브리어가 이스라엘을 건국 후 국민들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되살아난 예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인간의 역사가 그렇듯이 언어의 역사도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운명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민지 강점기 우리말을 잃었던 아픈 역사를 겪은 우리에게는 이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틴어와 아프리카 언어 전문가인 토르 얀손은 해박한 역사 지식으로 언어와 사회의 연계성을 통찰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어, 중국어부터 놀라운 특징을 보여주는 크리올어, 짧은 시간에 새로운 언어로 발달한 아프리칸스어까지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언어의 역사를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언어의 본성을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지금까지의 언어의 역사를 통해 언어의 미래를 점쳐본다. 그가 그리는 언어의 미래는 인류가 진화해서 더 이상 인간이라는 종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까지 나아간다. 역사와 사회와 그 속의 언어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끼워져, 당신의 머릿속에 ?언어의 역사?라는 거대하고도 촘촘한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저자
토르 얀손
출판
한울아카데미
출판일
2019.03.20

 

1. 서두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것 중에 하나가 언어의 사용이다. 물론 일부의 동물들도 의사소통을 위해서 여러 가지 소리나 제스처를 사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인간처럼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 도구를 발전시킨 동물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통해서 다른 동물 보다 힘의 논리에서 우위에 설 수 잇었다. 또한 인간과 인간들 사이에서도 어떤 국가와 민족이 더 언어적 기록과 소통이 발달했냐에 따라서 역사와 문화의 유지 기간에 차이가 생겼다. 예를 들어 몽골족은 한때 넓은 영토를 차지했지만 언어적 기록과 소통 능력에서 중국이나 로마 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그 문화와 역사는 단명했다. 이처럼 언어의 발현과 발전,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을 추적하다 보면 그 속에서 우리는 언어의 역사를 넘어 인간의 역동적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2. 최초의 언어 사용

해부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인류의 해부학적 구조는 15만 년 전의 인류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들과 뇌의 크기나 발성기관이 거의 동일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처럼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는 신체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15만 년 전부터 어떤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또한 일견에서는 발화 언어의 존재 시기를 2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실제로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표현을 남기고 그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은 4만여 년 전 것 정도가 남아있다. 그래서 그 이전부터 언어가 존재했다는 가시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훨씬 이전부터 언어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할 수 있다. 특히 인류는 신체적으로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부족한 점 투성이다. 그런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었던 핵심이 바로 집단 생활이고, 그러한 집단 생활은 언어적 소통이 있어야만 유기적으로 굴러간다. 그래서 인류가 다른 동물들 사이에서, 또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인류의 초기부터 언어가 함께 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언어의 역사는 결국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3. 개별 언어의 탄생

그렇다면 초기의 발화 언어를 넘어서 각 집단별로 개별 언어가 사용된 시점은 어떻게 추정할 수 있을까. 보통 언어는 완전히 무(無)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언어에서 변화와 소통의 시간이 누적된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언어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새로운 개별 언어의 탄생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고 본다. 즉, 사용자들이 지금의 언어가 과거의 언어와는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믿을 때 비로소 언어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두 가지 조건이 존재함을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문자 언어와 고유한 이름이다. 새로운 언어의 탄생을 위해서는 과거의 언어와 다른 새로운 언어 만의 문자 언어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고정적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프랑스에서는 중세 동안 과거의 라틴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라는 고유의 언어 탄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 자신들은 계속 라틴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 개별 언어의 탄생에 관한 내용을 보면서 유사하면서도 틀린 새로운 언어들의 경우 지역 방언과 그 지역이나 민족 고유의 언어들이 합쳐지면서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롭게 형성된 언어의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언어에서의 독립을 선포하여 고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일 것이다. 이처럼 언어는 인간의 삶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 언어의 확장

어떤 특정 언어가 확장해 가기 위해서는 그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국력이 기본적으로 강해야 한다. 하지만 국력만 강하다고 그 국가의 언어가 널리 퍼지고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특정 국가가 사용하는 언어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언어이고 기록과 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중국의 언어가 주변국들의 언어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국력이 강하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완성된 언어였기 때문이다. 중동과 서양에서는 이집트어,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등이 특정 국가의 성장과 함께 널리 사용이 되었다. 더불어 언어의 확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국력 말고 종교도 있다. 그래서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를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않더라도 종교를 통해서 언어가 확장이 된다. 아랍어가 이슬람교를 통해서 더 널리 퍼진 것도 그렇고 라틴어와 그리스어 등이 기독교의 확장과 함께 널리 퍼진 것도 그러한 예가 된다. 또한 저자는 문화적 우수성도 언어 확장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는 문화와 철학, 예술 등의 영역에서 문화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고대 그리스의 국력이 강했을 때뿐만 아니라 국력이 쇠퇴한 로마 시대까지도 넓은 영역에서 그리스어가 사용됐다.

 

언어의 확장에 관한 내용을 보면서 지금의 영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도 영어의 확장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은 자신들의 식민지에 영어를 전파했고, 영국이 쇠퇴한 뒤에는 미국이 부상하면서 영어의 확장을 도왔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이 많은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1의 국제 언어가 됐다. 그렇다면 향후도 계속 영어가 세계의 주요 언어로 남을까. 그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언어들이 확장했다가 쇠퇴했고, 또 다른 언어로 변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영어도 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고, 특히 중국의 부상과 함께 추후 중국 문화와 기술이 세계를 선도한다면 영어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저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언어들의 경우 국가적 배경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즉, 강력한 국가의 공용어가 그 역사도 오래 유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적 배경도 없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관심이 없다면 그 언어는 자연스럽게 소멸이 된다. 그래서 지금도 소수 민족의 언어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소멸될 것 같았던 언어가 부활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 예로 히브리어를 든다. 유대인의 언어인 히브리어는 로마 시대 이후 유대 민족이 뿔뿔이 여러 나라로 흩어지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다시금 20세기에 이스라엘이 부활하면서 국민과 국가의 의식적 노력과 함께 히브리어도 부활하게 됐다. 더불어 특정한 위치에서 계속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언어도 있다. 서양의 라틴어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가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과거의 문헌들이 이 언어로 써진 경우가 많고, 지금의 언어들이 이 고대어에서 발현이 됐기 때문에 현실 생활에서 이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학문적 위치에서는 계속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우리의 언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 언어는 우랄 알타이어 계열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뒤로는 민족적 이동과 다른 국가의 침략 등을 거치면서 지금의 우리 언어로 탄생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언어 속에는 우리 민족의 많은 역사적 특성들이 남아있다. 또한 우리 언어는 지금도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계의 발달과 함께 디지털 언어로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외국 문화의 유입과 함께 새로운 어휘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인류의 언어는 계속 그렇게 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상 그 기준은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기준 마저 변화를 시켜 버리면 어느 순간 우리의 언어는 다른 언어에 습합되거나 자연스러운 소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언어의 기본적인 문법적 사용 원리를 지키면서 우리 언어의 뿌리에 해당하는 언어들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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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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