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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산 탐보라
『세계사를 바꾼 화산 탐보라』은 자연환경이 근대 세계의 격변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낸, 전혀 새로운 색채의 역사책이다. 왕조나 국가를 중심으로 서술된 기존의 역사 자료는, 세계사의 원격상관을 밝혀낼 수 없었다. 예컨대 유럽인들의 대규모 신대륙 이주를 촉발했던 아일랜드 대기근과 중국 청나라의 몰락을 가져왔던 아편 전쟁은, 탐보라 화산 때문에 벌어진 원격 상관이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사상, 복지국가의 이념, 공중보건의 탄생, 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의 마약 생산지 골든 트라이앵글,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한 계기뿐만 아니라 영국 근대문학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 중국 시인 이어양의 애절한 시편, 흥미 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근대 세계의 장면들을, 이 책에서는 전 지구를 휩쓸었던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길런 다시 우드
출판
소와당
출판일
2017.04.25

 

1. 서두

카뮈의 <이방인>이라는 책을 보면 주인공 뫼르소가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로 인해서 아랍인을 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뫼르소(Meurso)라는 이름 자체가 프랑스어로 태양(soleil)과 살인(meurtre)을 합성한 듯 한 느낌을 준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역사는 피상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 속에서 펼쳐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 의 뒤에는 자연과 환경이 있다. 그리고 그 자연과 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많은 행동에 역동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자연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까지 인간은 자연과 환경 변화가 인간의 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분석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긴 시간의 자연과 환경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서 인류 역사의 변화 양상과 관련성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결과는 자연과 환경의 영향이 역시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영향보다 더 크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근세기에 있었던 탐보라 화산 폭발 하나가 인류사에 얼마나 큰 변화를 보여줬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2. 탐보라 화산 폭발과 아이스 코어

탐보라 화산은 인도네시아의 두터운 화산 지대에 있다. 이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지역이기도 해서 화산과 지진 활동이 활발하다. 최근에도 지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롬복도 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 탐보라 화산은 천 년 동안 잠잠했다가 1815년 4월에 그 동안 축적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로 인한 부산물들이 주변을 덮쳤고 화산 가스는 성층권에 이르러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촉발시켰다. 이는 수천 년 이내에 가장 강력한 폭발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 변화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영향을 미쳤고, 그것은 결국 인류사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러한 기후 변화와 인류사의 연관성을 알 수 있게 된 계기는 바로 ‘아이스 코어’라는 것이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이나 극지방의 빙하, 또는 만년설을 하나의 원기둥으로 뚫어서 추출해 낸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한 번에 천 년의 세월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즉, 매 시기의 기후 상황대로 퇴적물들이 축적해 나가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시기별 기후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기별 기후 특성과 실제 역사적 사건의 추이를 비교하고 분석함으로써 자연과 환경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통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 지적한 지역적 특성이 인류 역사의 흐름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기후 변화도 큰 몫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후 변화에 따른 전지구적 영향을 원격상관(遠隔相關, teleconnection)이라고 한다.

 

 

3. 인도양 주변의 변화

인도네시아에서 폭발한 화산은 그 주변의 대양에 가장 먼저 영향을 주게 된다. 화산 가스가 대기를 뒤덮자 햇빛이 지구상에 도달하는 양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인도양의 수온을 내려가게 했다. 그 때문에 몬순 기후 체계가 무너지면서 폭우가 내리지 않았고, 민물이 바다로 향하는 양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자 역으로 바닷물이 민물로 밀고 들어오는 형국이 되면서 바다 생물을 숙주로 하는 콜레라가 육지 전역으로 퍼지게 됐다. 콜레라는 전염성이 강해서 이집의 나일강 주변으로 시작으로 무역로를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휩쓸게 된다.

이처럼 화산 폭발 하나가 그 주변부터 큰 변화를 촉발시키게 되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인간의 움직임과 함께 또 다른 변화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4. 유럽의 변화

유럽은 콜레라의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하면서 전쟁터처럼 변해갔다. 나폴레옹 전쟁이 1815년에 끝난 뒤여서 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있던 때였다. 그런데 전혀 새로운 종류의 적이 그 원인도 모른 채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콜레라와 더불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흉년이 계속됐고, 기근이 만연했다. 그 때문에 이재민들이 늘어났고 티푸스 환자도 같이 증가했다. 그리고 1817년에는 유럽의 미국 이민자가 1년 사이 2배로 증가하는 등 탈 유럽과 함께 미국의 인구 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신의 저주나 일반적인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그래서 질병의 원인 제공을 하는 하수구 오염이나 공기 오염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공중 위생에 대한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고, 보건 행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또한 그 이전의 유럽 경제가 철저히 자유방임주의를 근간으로 했다면,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 변화 뒤에는 공적 자금의 투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국립 보건 기구가 등장했고 고용 촉진법 등이 실행되었다. 그러면서 완전한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맹신을 넘어서 정부의 역할과 개입의 필요성이 인식되었다. 이처럼 화산 폭발 하나가 국가 정책 전반과 함께 사람들의 기본 사고 개념까지 바꾸게 된 것이다.

 

 

5. 청나라와 인근의 변화

탐보라 화산 폭발은 동아시아에도 예외없이 영향을 미쳤다. 청나라의 운남 지역에도 기상재해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농민들이 환금성이 좋은 아편을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편 재배는 20세기 초에 이르러 중국이 세계 마약의 80%를 공급하는 데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운남 지역의 아편 재배 기술은 다시 더 남쪽으로 이동하여 오늘날 소위 말하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인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산간의 국경 지역은 그렇게 탐보라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더불어 유럽의 콜레라 만연은 중국의 차에 대한 수입을 증가시켰다. 그런데 중국 최대의 차 생산지인 운남 지역에서 기후 변화로 차 생산량은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찻값이 상승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향후 아편 전쟁이 발생하는 계기도 되었다.

 

그런데 이 내용에서 조금 의문이 들었던 것은 1815년부터 1819년까지 화산 폭발의 영향력이 가장 강성했을 때 우리나라의 피해 상황에 관한 것이다. 분명 전세계가 영향을 받았고, 가까운 청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면 충분히 우리나라도 어떤 새로운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학자들이 추후 이 탐보라 화산 폭발과 관련한 연관성을 더 연구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도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나름의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화산 폭발의 영향에 대해 미리 심도 있는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 맺음말

이 책의 저자는 탐보라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 변화가 단지 인류의 역사적 흐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도 본다. 즉, 인간의 감성까지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문학 작품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남아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작품은 암울한 시대 속에서 과학적 기대와 그에 따른 또 다른 영향력을 보여줬다.

 

이 책을 보면서 화산 폭발 하나가 일으킨 큰 변화 양상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화산 폭발 말고도 많은 기후 변화의 흐름 속에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상당히 많은 육지가 물에 잠길 우려가 있다. 더불어 탐보라 화산 폭발과 같은 대륙 이동에 의한 각종 자연 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우주에서 날아오는 소행성의 충돌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인류가 아무리 의지를 발휘해서 핵전쟁의 위협에서 한 발짝 안전지역으로 이동해 있다고 해도 자연과 환경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뭔가 전지구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나마 최선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전 세계적인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탐보라 화산 폭발 이후의 기근으로 자식도 팔아먹고 가족 간에도 나 먼저 살고 보자는 다툼이 있었다. 그렇다면 향후 미래에도 충분히 그와 같은 인류의 비참한 미래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식용 작물의 실내 수경 재배 기술같은 것들을 좀 더 보편화 시켜서 나중에 햇빛이 많이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도 먹거리를 해결할 방책 마련을 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태양빛이나 태양열을 이용한 친환경 발전 시설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높이지 않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이라도 해 두는 게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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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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