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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런스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의해 '199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인듀어런스〉는 섀클턴과 27명의 대원이 사투를 건, 18개월간의 험난했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탐험대에 대원으로 참여했던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가 탐험 당시 찍은 것들로, 섀클턴에 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으며, 1998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과 유럽의 각 서점들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존 드라마인 섀클턴의 탐험을, 당시 대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유려한 필치의 글과 헐리의 사진을 조화시켜 매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탐험대원이자 사진작가인 헐리는 아름다운 남극의 모습, 끔찍하게 파괴된 배, 섀클턴과 대원들의 영웅적인 사투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사실 헐리의 이 사진들도 대원들만큼이나 처절한 사투를 벌여 기적처럼 살아남은 것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사진의 원판은 철저하게 밀봉되어 얼음과 바다, 엘리펀트 섬의 눈 등을 견뎌내었고, 헐리는 물론, 많은 대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성공보다 더 위대한 실패로 기록되는 인듀어런스호 탐험 이야기. 15세기부터 시작된 대탐험 시대가 끝나갈 무렵인 1914년 8월, 영국인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이끄는 27명의 대원은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세계 최초 남극대륙 횡단에 나선다. 하지만 배는 목적지를 불과 150km 남겨두고 얼어붙은 바다에 갇혀버리고 이윽고 죄어드는 얼음 속에서 부서진다. 간신히 부빙에 옮겨탄 이들 앞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역경이 펼쳐지는데.. 탐험대원이었던 호주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의 당시 사진에서 아름다운 남극의 풍경, 끔찍하게 파괴된 배, 섀클턴과 대원들의 영웅적 사투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저자
캐롤라인 알렉산더
출판
뜨인돌출판사
출판일
2003.11.25

 

 

인간은 집단 생활을 바탕으로 자연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집단 생활에는 항시 리더가 존재한다. 그 리더의 역량에 따라서 그 집단의 운명이 크게 갈리게 되는 것은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양들의 무리에 사자가 리더가 되면 양들도 사자 못지않은 힘을 갖게 되지만, 사자들 무리에 양이 리더가 되면 사자들도 양처럼 힘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 영웅들은 비단 전쟁 중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목숨이 걸린 위기의 상황에서는 언제든 위대한 영웅이 탄생할 수 있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손꼽히면서 리더십의 교과서적 특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인듀어런스호를 이끌었던 새클턴이다.

 

󰡔인듀어런스󰡕라는 책을 통해서 보이는 새클턴의 리더십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리더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고, 무언가 한 가지를 결정하면서 나아간다. 그런데 선택의 기로에서 그 미래가 막연하다면 주춤거리고 생각이 길어지면서 타이밍을 놓치게 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새클턴은 배가 부빙에 갇혀서 조난을 당했을 때 막연하게 구조를 기다리려 하거나, 스스로 당혹감에 빠져 결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자기 혼자만 살 궁리를 하지 않았다. 함께 원정에 참여한 28명 전부가 살아서 돌아간다는 근본적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것만 챙긴 뒤 이동하기로 결정을 한다. 그의 확고한 목표의식과 결단을 통해서 대원들은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된다.

 

둘째, 리더는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이다. 배나 비행기의 선장이나 기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대표적인 덕목 중에 하나는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것이다. 즉, 리더란 시작과 끝, 앞과 뒤를 모두 아우르는 존재이다. 뒤에서 팀원들이 따라오든 말든 혼자 앞서가는 것도 아니고, 팀원들 각각의 생각을 모두 지지해 주기만 하면서 나아갈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다. 새클턴의 대원들 증언에 의하면, 새클턴은 낮에도 항상 똑바로 서 있고, 밤에도 구조용 배의 밧줄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배고픈 대원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몫의 비스킷을 나눠줬고, 좋은 잠자리를 양보했다. 그리고 각자에게 필요한 역할을 정하고, 대원들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셋째, 리더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오늘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새클턴과 대원들이 처했던 환경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그 모험의 끝을 예측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대원들이 절망감에 빠져서 자멸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그런데 새클턴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고, 축하할 거리를 찾아서 대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홀로코스트의 공포 속에서 살아돌아 온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절망의 상황 속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새클턴의 대원들은 자신들의 그 당시 경험이 힘들기는 했지만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넷째, 리더는 마지막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새클턴과 대원들은 처음에 부빙에 의존하면서 1년여간 불안한 이동을 했다. 그러다가 엘리펀트 섬이라는 무인도에 상륙하게 된다. 그곳은 무인도이기는 했지만 부빙처럼 녹거나 깨질 위험은 없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안주하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클턴은 처음 목표로 세웠던 모든 대원들의 안전한 귀환을 향해 또 다른 결단을 내린다.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이 6미터의 작은 구조용 보트를 타고 포경선 기지가 있는 사우스조지아 섬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 사이의 바다는 광풍과 파도가 거칠기로 유명한 드레이크 해협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배로 도착한 곳은 포경선 기지가 있는 반대쪽이었고, 그 사이에는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음산이 있었다. 새클턴은 밧줄과 도끼만 가진 열악한 조건 속에서 그 얼음산을 넘고, 결국 포경선 기지에 도착하여 구조 요청을 하게 된다.

 

다섯째, 리더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하늘도 우연이라는 이름의 도움을 준다. 새클턴과 대원들이 부빙에 의지해서 떠다닐 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먹거리였다. 그런데 다행히 물개와 펭귄떼를 만나게 되면서 먹을 것을 해결한다. 또한 사우스 조지아 섬의 큰 산을 넘을 때에는 계속 한 명의 대원이 더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느낌을 통해서 더더욱 희망을 잃지 않고 마지막 힘을 쥐어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1년이라는 긴 인내의 시간 뒤에 엘리펀트 섬에 도달한 것이나, 6미터 밖에 안 되는 구조용 보트로 거친 해협을 건넌 것이나, 도끼와 밧줄만 가지고 얼음산을 넘을 수 있었던 것 모두가 우연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런 우연이 계속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새클턴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여섯째, 리더는 팀원들을 위해서 자신을 낮추고 비굴해질 수 있다. 새클턴은 포경선 기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쉽게 구조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뜻 구조선을 보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새클턴은 머리가 하얗게 변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구조선을 찾아다녔다. 영국 정부에도 호소하고 각국 관리들에게도 호소했다. 그의 마음에는 오직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22명의 고립된 대원들만 보였다. 이미 안전한 곳에 오게 된 자신의 현재 상황이나 한 배의 선장이라는 체면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낮은 자세로 구조선을 구한 결과 칠레 정부가 제공한 군함을 타고 엘리펀트 섬에 간다. 구조선 뱃머리에서 새클턴은 멀리 엘리펀트 섬 해안을 보면서 대원들의 숫자가 22명이 맞는지 헤아린다. 비로소 새클턴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새클턴과 대원들은 결국 634일의 긴 역경의 시간을 이기고 무사귀환하게 된다. 보통 새클턴의 리더십에 종종 따라붙는 말은 ‘위대한 실패’라는 것이다. 애초에 새클턴의 목표가 남극 횡단이었지만 그것을 달성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여정에 ‘실패’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잘못 됐다고 본다. 그는 이론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가 발휘할 수 있는 모든 덕목을 행사하면서 무사귀환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국 그와 그의 대원들은 남극 횡단이나 남극 정복보다 더 위대한 모험을 실제로 성공시키고 증명해 보였다. 따라서 새클턴과 대원들의 경험은 위대한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위대한 성공인 것이다.

 

요즘 우리는 사회적으로 좀 더 강화된 리더의 덕목을 요구한다. 특히 공직에 나서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감과 달리 진정한 리더를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안위나 이득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많이 보다 보면 사회적 리더라고 나서는 사람들의 몇몇 치부는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인듀어런스호 선장이었던 새클턴의 리더십이 더욱 특별하게 보인다. 그런 리더의 등장은 분명 새클턴을 중심으로 뭉친 인듀어런스호의 대원들처럼 우리 국민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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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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