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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1
추리 소설 형식을 통해 무거움을 벗고 시종일관 경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죽음』 제1권. 죽음에 관한 장편소설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인기 추리 작가 가브리엘 웰즈는 ‘누가 날 죽였지?’ 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눈을 뜬다. 평소에 작업하는 비스트로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의사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그는 죽은 것이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살인이라고 확신한다. 머릿속에는 몇몇 용의자가 떠오른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를 만나게 되고, 떠돌이 영혼이 된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각자의 수사를 해나가며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주간지 기자에서 작가로 데뷔. 범죄학, 생물학, 심령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사람. 장르 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프랑스의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매년 꾸준한 리듬으로 신간을 발표하여 대중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 이 설명은 작품의 주인공인 가브리엘 웰즈에 대한 것이지만, 베르베르 본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만큼 자전적 요소가 강한 이 작품에서 저자는 가브리엘의 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19.05.30

 

 

1. 서두

이제 100세 시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100세 시대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장 돈에 민감한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에서도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세까지의 장수를 기대하는 심리가 커질수록 그냥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 현재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82.4세인 것에 비해서 건강 수명은 64.9세라고 한다. 이는 근 15년의 시간 동안은 이런 저런 질병 속에서 불편하게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이런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의 긴 시간 격차는 또 다른 관심을 낳고 있다. 즉, 질병 속에서 아등바등 버티기 보다는 안락하게 죽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락한 죽음은 죽음 이후의 두려움에 대해서도 극복하고자 한다. 죽음은 그 죽음의 순간도 두렵지만 그 이후의 막연함도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후 사람들의 관심은 양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오래 살고자 하는 마음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그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향점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장수 산업과 더불어 죽음 산업도 같이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베르나르는 <죽음>이라는 책에서 이 두 가지를 아우르고 있다. 그의 문체나 세상을 좀 더 높은 차원에서 관조하는 시각은 식상한 감은 있지만 다채로운 정보를 적절히 개연성 있게 요리해 내는 그의 능력은 충분히 책 읽는 즐거움을 준다.

 

 

2.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은 가브리엘이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죽은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24시간 정도 이후에 반응이 나타나는 화학 독극물 때문에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만난 뤼시라는 영매를 통해서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게 되고, 자신을 죽인 살인자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본인은 더 이상 육체가 없기 때문에 뤼시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대신 가브리엘 본인은 뤼시의 잃어버린 옛 애인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거래한다.

 

뤼시는 사미라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직장 상사의 비리에 연루되어 도망치는 과정 중에 뤼시에게 가방을 하나 맡겼다. 경찰은 사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뤼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의 집을 수색하여 가방 속에 든 마약을 발견한다. 뤼시는 그 마약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에서 뤼시는 가브리엘의 책을 읽고 자신의 영매로서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감옥에서 출소한 후에는 유명한 영매가 되어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다가 죽은 가브리엘을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가브리엘은 처음에 쌍둥이 형 토마를 의심한다. 쌍둥이 형은 같이 태어났지만 가브리엘과는 전혀 다른 성향이다. 가브리엘이 몽상적이고 감상적인 성향이라면 토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향이다. 그래서 가브리엘은 작가가 됐지만 형은 과학자가 됐다. 그런데 형은 가브리엘에 대한 질투심이 있었다. 그래서 종종 의견대립도 하고 가브리엘이 사귀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연정을 품기도 했다. 특히 가브리엘이 죽은 뒤에 부검도 없이 빨리 시체를 화장하자고 주장했고, 가브리엘이 마지막 남긴 유작 <천 살 인간>을 폐기했다. 그런데 결국 토마는 가브리엘의 살인자가 아님이 밝혀진다.

 

또 다른 용의자는 사브리나라는 여배우다. 그녀는 가브리엘과 사귀었다가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가브리엘에게 돌아오지만 가브리엘은 더 이상 그녀에 대한 마음의 열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브리나가 의심을 받은 것은 독극물로 남자를 살해하는 연기를 했었기 때문에 충분히 다양한 독극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녀도 살인자가 아님이 밝혀진다.

 

그 다음 용의자는 빌랑브뢰즈라는 출판사 편집자이다. 그는 가브리엘이 다른 경쟁 출판사로 이동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가브리엘의 죽음이 이슈가 되면서 그의 책이 잘 팔렸을 때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존재이다. 더불어 가브리엘의 형이 마지막 유작인 <천 살 인간>을 폐기하자 AI 기술을 통해 가브리엘 버추얼을 만들고 새롭게 <천 살 인간>을 써서 출판하려 한다. 하지만 역시나 그도 살인자가 아님이 밝혀진다.

 

또 다른 용의자는 무아지라는 비평가이다. 그는 주기적으로 가브리엘의 작품을 폄훼했고 가브리엘이 죽기 전에 공개 방송에서도 가브리엘을 죽이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정통 문학 작품 활동을 하면서 줄거리 보다는 문체를 더 중요시하는 작가 출신 비평가였다. 그래서 문체는 없고 줄거리만 있는 가브리엘의 추리 소설이나 SF류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또한 살인자가 아님이 밝혀진다.

 

그러다가 다른 죽은 영혼들과 구투아터라는 드루이드를 통해서 한 차원 높은 존재가 가브리엘의 살인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 존재는 영혼의 최상위 단계인 상위 아스트랄계를 다스리는 메트라톤이었다. 메트라톤은 가브리엘의 <천 살 인간>이라는 책이 출간되면 지구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이 천 살까지 사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과학자들은 실제로 가브리엘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기술적 완성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천 살까지 사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되면 지구의 인구 증가와 함께 그 파괴와 오염도 커질 것이다. 더구나 사람들은 긴 인생 때문에 권태감에 빠질 수 있고 순간 순간의 삶에 대한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메트라톤은 몽유병이 있는 지슬렌이라는 여자를 시작으로 크로스, 랑망 박사 등을 움직여서 가브리엘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뤼시의 남자 친구인 사미는 스위스로 도피하여 얼굴 성형을 하고 이름까지 바꾼 뒤 다시 프랑스에 돌아와 살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사미는 처음부터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뤼시를 다시 만난 후 반가운 척 하긴 했지만 다시 그의 친구인 인신매매단에게 뤼시를 넘긴다. 어렵게 위기를 모면한 뤼시는 사미에게 복수를 할까 했다가 드라콘이라는 중위 아스트랄계의 영혼에게 진정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포기한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자신의 살인자가 상위 계급의 영혼이었다는 것에 황망해 하지만 자신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 육신을 가지고 사는 것과 육신을 잃고 영혼으로 사는 것의 가치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영혼의 세계에서 뤼시를 통해 마지막 작품을 다시 완성하겠다는 마음을 품는다. 또한 가브리엘의 형인 토마는 에디슨이 만들려다 실패한 네크로폰이라는 영혼과 접속하는 기계를 만들지만 또 세상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뤼시와 상위 영혼들의 조언을 듣고 대중 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각자는 삶과 죽음, 육체와 영혼에 대한 좀 더 큰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위치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아가게 된다.

 

 

3. 감상 및 맺음말

이 책을 읽고 난 전체적인 느낌은 나름 부산스럽게 큰 판을 벌여놨다가 어설픈 방향으로 빨리 마무리 한 듯 하다는 것이었다. 나름 반전을 꾀했다고 볼 수도 있고, 미리 초반에 복선을 깔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뭔가 마무리로 갈수록 어색하게 끝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백과사전’의 지식 나열은 내용 전개에 아주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분량을 늘리기 위한 조금은 억지스러운 삽입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이 아니라 사후 세계와 오래 사는 것에 관한 지식 나열 같기도 했다. 추리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식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학적 가치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적절히 하나의 틀로 요리해 낸 것 자체는 역시나 베르나르의 재능으로 보인다. 기존 소설들에서 보이는 구성 방식이나 내용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내용 면에서 새로움을 주는 것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끝까지 읽어볼 가치는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크게 생각해 보았던 것은 세 가지 이다. 첫째,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인류와 전 지구적으로 불행한 것일까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가브리엘의 죽음이 인간이 장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모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그의 차기 소설 때문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인간들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 지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러면서 장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되는 대상들인 벌거숭이두더쥐, 아홀로틀, 갈라파고스거북이를 언급한다. 그런데 현재 장수와 관련한 연구는 단지 유전공학적인 연구 이외에도 기계적 대체물, 즉 사이보그에 관한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최신 기술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그 결과물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혜택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천 살 인간이 탄생할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천 살 인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또한 설령 모든 사람이 천 살까지 산다고 해도 그게 인구 증가와 병행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사람이 오래 살게 된다면 굳이 자손 번창에 집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천 살까지 살고, 인구 증가도 함께 진행이 된다고 해도 어차피 자연은 자기 조정 능력이 있다. 즉, 인류가 지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그 자체로 인류 스스로 자멸하거나 인구 조절을 위한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도 있을 수 있고 큰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그것을 두려워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인류의 역사라는 게 항시 미래의 명확한 예측으로 흘러온 것도 아니고, 모든 인류의 기술이 무조건 긍정적이거나 무조건 부정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 살 인간을 목표로 한 기술 진보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 부정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둘째, 영혼계와 물질계가 소통하면 문제가 클까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자면 일단 영혼계, 즉 사후 세계가 과연 있는지가 먼저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후 세계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도 다양한 영매나 사후 세계 경험에 관한 사례들 보여주고 있지만 완전하게 신빙성이 있는 것은 여전히 없다. 다만 죽음 이후의 세계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지만 또 향후 충분히 기술 발전에 의해서 이해될 수 있는 영역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영혼계가 존재한다는 가정, 그리고 영혼계와 접촉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은 충분히 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혼계와의 접촉이 가능해질 때 지금 우리가 사는 물질계에 부정적일까. 분명 초반에는 이 책에서 예상한 것처럼 부정적 영향은 있을 것이다. 마치 흰색 물감과 검정색 물감이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다가 그 칸막이가 치워졌을 때 서로 섞여 들어가는 모양새의 혼재된 혼란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차원이 다른 두 존재가 두 세계가 만나면 흰색 물감과 검은색 물감도 결국에는 회색으로 조화를 이루어 안정을 찾듯이 나름의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영혼계와 접촉하는 네크로폰이라는 대중적 생산을 부정적으로 봤지만 개인적은 소견으로는 어차피 만들어질 거라면 차라리 빨리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게 맞다고 본다. 반대되는 두 가지 것은 또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서 나름의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 책에서 언급된 인류 대학살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중국의 마오쩌둥, 캄보디아의 폴 포트, 독일의 히틀러에 관해서 언급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 국가인 프랑스, 그리고 히틀러 만큼이나 나쁜 히로히토 일본 왕에 대한 언급은 없다. 개인적으로 베르나르의 사고 방식은 프랑스의 틀을 넘어 상당히 보편적이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이런 타국의 학살자를 언급할 때 본인 나라의 역사적 행동에 대한 자기 반성이 먼저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으로 자국민 사망자 수만 200만명 가까이 됐다. 이는 캄포디아의 폴 포트가 자행한 학살인구와 맞먹는다. 더구나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의 영향으로 프랑스 자국민 사망자인 200만명 이상으로 타국민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히틀러의 침략으로 타국 지배의 아픔을 겪었던 프랑스는 2차 대전 종식 이후에도 알제리 식민지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알제리 전쟁 중에 민간인 사망자만 200만명이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본인들은 애써 20만명이라고 줄여 말하지만 대외적으로는 200만명 이상이 맞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알제리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을 식민지배 했을 때나 그 이후 베트남 독립 전쟁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히틀러라는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너무 과한 독일에 대한 전쟁 배상금 요구가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프랑스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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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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