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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은 부엌과 식탁에서 벌어지는 연쇄 호기심 반응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은희 작가는 음식과 요리, 명절과 전통 문화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 속에 다양한 과학 원리와 인문학 상식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더 명확한 분석과 고찰을 위해 역사ㆍ경제ㆍ사회ㆍ윤리ㆍ인류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총동원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도와준다.
저자
이은희
출판
살림FRIENDS
출판일
2015.06.30

 

요즘 우리나라 방송 트렌드를 보면 확실히 먹방이 대세인 것 같다. 유튜브에서는 많이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었고, 일반 공중파에서는 맛집을 찾아가는 방송, 맛있는 요리를 하는 방송, 해외 맛집을 찾아가는 방송, 요리사들의 대결 방송 등등 실로 다채롭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긍정적 시각도 있다. 먹방은 처음에 단순히 먹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시작했다면 이제는 먹는 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덧붙여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알쓸신잡 같은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문화 탐방을 하고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한 각종 지식들을 펼쳐낸다. 그런데 먹방 프로그램이 이렇게 다채로운 영역과 콜라보를 이루고 확장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류에게 먹는 것은 근본이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식탁에 음식이 오르기까지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영역의 사람들이 관여한다. 즉, 음식 하나로 인간의 삶과 자연을 설명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한 과학적이고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그리고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음식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시각을 통해서 좀 더 풍성하게 음식을 즐기고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쌀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찹쌀과 멥쌀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쌀은 그 성분의 구성 비율이 다르다. 찹쌀이 아밀로펙틴이라는 성분으로만 구성된 것에 비해서 멥쌀은 10~30% 정도의 아밀로오스 성분이 따로 들어있다. 그리고 이 아밀로오스 성분 때문에 찹쌀로 하는 음식과 멥쌀로 하는 음식이 틀려지게 된다. 우리가 밥을 한 뒤 맨 밥을 그냥 상온에 놔두면 시간이 지난 후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는 멥쌀에 들어있는 아밀로오스 성분 때문에 그렇다. 반면 찹쌀은 식은 뒤에도 쫀득함이 살아있다. 그래서 찹쌀로 만든 찰밥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먼 길을 떠날 때 가져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찹쌀이 훨씬 더 실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떡국을 멥쌀이 아닌 찹쌀로 하게 되면 떡국의 떡이 살아있지 않고 풀처럼 녹아버린다. 따라서 어떤 쌀이 더 좋냐가 아니라 용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쌀 음식에 대한 설명 하나만 보더라도 음식에 대한 이해를 넘어 우리의 삶도 돌아볼 수 있다. 즉, 사람도 어떤 우열 관계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이나 사람이나 때와 장소에 맞게 활용할 때 훨씬 더 빛이나고, 그렇게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콩 음식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지금은 콩 음식이 누구나 즐겨먹는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콩이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 사람들은 아마도 콩을 먹으면서 고기를 먹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에는 쉽게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콩을 먹는 것은, 고기가 지니고 있는 다량의 지방과 콜레스테롤과 같은 과도하게 필요치 않은 성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콩이 가난한 사람들의 단백질 보충원이 아닌 균형잡힌 건강 식품으로 섭취가 된다. 이처럼 특정 음식 재료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함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언론에서 우리나라에 사는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짜 고기를 밀수입해서 먹는다는 보도를 했다. 가짜 고기도 콩처럼 가난한 북한 사람들의 고기 대용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탈북민들이 고향의 맛을 못 잊어서 진짜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있어도 가짜 고기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음식은 단순히 영양 보충의 역할을 넘어서 추억과 문화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또 복날 개고기를 먹는 연원을 추적한다. 먼저 복날이라는 것은 음양오행의 이론에 따르면 여름의 화 기운에 눌려 금 기운이 기를 펴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복날의 ‘복’이라는 글자는 ‘엎드리다, 숨다, 굴복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복날에 화 기운에 금 기운이 눌리면 몸에서 금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허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허해진 금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개를 먹게 되는데, 개는 방위상으로 금 기운이 강한 서쪽을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복날 많이 먹는 닭도 금 기운이 강한 동물임을 생각하면 복날에 먹는 음식들 속에서도 음양오행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들은 말 중에 복날 뱀장어를 먹는 것은, 뱀장어가 수 기운이 강해서 화 기운을 물리치고 방어해주면서 몸을 보호하게 된다는 것도 있었다. 이처럼 지금은 그냥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이니까 당연히 먹었던 음식 속에도 많은 의미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복날 금 기운을 보충하려는 이유로 개를 먹었다면, 이제는 개를 대체할 수 있는 금 기운의 음식을 찾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개가 아니어도 마늘, 양파, 생강, 감자, 양배추 등도 금 기운으로 분류되는 식재료라 하니 앞으로는 개가 좀 더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햇과일에 대한 설명에서는, 식물의 여러 부위 중 과일만은 다른 동물들에게 먹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과일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독이 있거나 쓴맛이 나거나 먹기가 껄끄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일은 향기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구미가 당기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동물들에게 과일을 먹히도록 한 것은 씨앗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식물들은 이동을 할 수 없는데, 자신에게 나온 씨앗이 자신 주변에 퍼지면 그늘에 가리어 잘 성장을 할 수 없고 같은 땅의 양분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식물은 본능적으로 동물을 이용해서 자손의 유지와 번창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말도 못하고 생각도 없어보이는 식물일지라도 그 생존을 위한 본능적 열망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손을 생각하는 마음은 식물이 아닌 그 어떤 미물일지라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해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 먹방을 위한 책을 넘어서 음식에 대한 지식의 먹방을 추구한다. 그런데 처음에서도 말한 것처럼 음식 하나를 통해 문화와 과학,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특성, 경제적 흐름과의 연관성까지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우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인간은 원래 성인이 되면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 효소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우유를 다른 식품으로 가공해 먹거나 먹을 것을 대체하기 위해 억지로 우유를 먹으면서 사라졌던 효소가 다시 생겨났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음식이라는 것이 인간의 육체에 맞게 선택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득이하게 음식을 통해 인간의 육체를 바꾸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좀 더 확대 해석하자면 이 책과 같이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음식에 대한 다채로운 연구는 또 다시 기존 우리 음식을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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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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