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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KAIST 교수이자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과학·철학·역사·예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사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유럽 문화의 전신이자 오늘날까지 전 인류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로마 제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부와 과학적 혁신에 심취한 21세기,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답은 모두 로마에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제국의 탄생과 멸망 그리고 유산까지, 로마의 방대한 역사 속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지점들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총 4부에 걸쳐 로마가 인류 문명의 기원이 된 족적을 좇는 것을 시작으로, 위대했던 제국이 멸망하면서 우리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남겼는지, 그리고 로마의 흔적은 오늘날까지 어떻게 복원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기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과 부를 누리는 지금의 세계가 멸망한 로마 제국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고 말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제국이 사라졌듯이 4차 산업혁명으로 놀랄 만한 혁신을 이룬 오늘날, 우리의 세계는 여전히 중세기의 전쟁을 치르고, 가속화되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하는 등 전 세계는 멸망한 제국의 형상을 닮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융합적 지식인의 눈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꿰뚫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저자
김대식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19.06.12

 

1. 서두

역사는 발전하는 게 아니라 반복될 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번창하기도 하고 때로는 퇴보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래서 번창하는 시대에 살 때에는 그 번창이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하고, 퇴보하는 새대에 살 때에는 암울함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어떤 면에서는 이런 심리적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다. 즉, 역사의 흐름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현재 위치에 대한 이해와 함께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서양 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서양 문명의 원류를 찾아가 보면 로마 제국이 있다. 그래서 혹자는 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결국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면 현대 사회의 흥망성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바로 그것이다. 로마 제국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바라보고 내일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2. 호모 사피엔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30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한 이래 한 번도 리모델링 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뇌가 작용하는 방식과 그에 연관해서 행동하는 방식이 새로울 게 없다. 그런 이유로 인간의 역사는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불평등, 포퓰리즘, 지배 시스템의 위기 등등 2000년 전 로마 제국이 겪었던 대부분의 것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로마 제국은 멸망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그런 발버둥 덕분에 로마의 정신과 역사는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우리를 비추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호모 사피엔스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도 무언가 다채롭게 새로운 기술로 옷을 갈이입기는 했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처럼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가는 역사도 결국은 똑같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기는 했다. 바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출현이다. 그런데 서양 문명이 로마 제국의 아류인 것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도 결국은 인간의 아류일 뿐이다. 즉, 인공지능이 만들어갈 역사도 인간의 역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떤 의미에서는 로마 제국의 역사는 현대 사회를 넘어 더 먼 미래까지 비추게 될 것이다.

 

 

3. 로마가 승리한 이유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인보다 못했던 로마가 어떻게 대제국을 건설했을까. 일단 로마는 레반트 지역에서 태동한 고대 문명의 엑기스를 그대로 흡수했다. 즉, 역사는 홀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전에 이루어놓은 발판을 딛고 일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역사와 지역적 발판을 넘어 로마만의 특수성이 분명 있었다. 그것은 바로 로마인들의 현실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들은 무조건 과거의 역사나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재 도움이 된다면 바로 바꿔버리는 실용성과 유연성이 있었다. 이는 마치 미국이 유럽의 문화를 흡수하면서 시작했지만 결과에서 그 틀을 벗어난 것처럼, 그리스 문화를 흡수한 로마가 그리스의 틀을 벗어나 독자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이다. 특히 로마는 전술적으로 뛰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무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고, 상황에 맞게 변화시켰다. 그래서 보통 로마의 승리 비결은 시스템, 무기, 전술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과거의 틀에 묶이면 도태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4. 로마는 멸망하는 순간까지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필요하다면 적의 전략과 전술도 바로바로 활용할 만큼 유연성있던 로마는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특히 3세기의 위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고, 식량 생산성도 낮아졌으며, 도로와 같은 인프라의 보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기 생산도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로마 군단의 일사분란한 집단 전투의 장점은 사라지고 개인 간의 전투로 그 흐름이 변해갔다. 특히 제국의 확장은 전선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국경의 특정 지역에만 군사들이 집중하게 됐다. 이는 국경만 돌파하면 자연스럽게 로마 제국의 도로를 따라서 어디든 쉽게 유린할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이렇게 서서히 제국은 멸망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지만 로마인들은 과거에 대한 동경과 함께 현실적 대응 없이 신에게만 의존했다. 이에 대해서 로마인들이 초창기의 실용적이고 유연했던 본질을 잃었기 때문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제국은 일단 영토적으로도 초창기 로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했다. 로마가 점령한 영국에서 이집트까지 가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하니 아무리 실용적이고 유연하다고 해도 제국의 시작에서 끝까지 한 마음으로 움직이기는 버거웠다. 게다가 민족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다양해지면서 로마인들끼리만 공유하던 문화적 정체성도 희석되어 버렸다. 따라서 로마의 멸망은 시작부터 예견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세기를 지배한 미국의 퇴보와 새롭게 성장하는 중국의 역전 현상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중국이 그 기회를 잘 살릴지, 아니면 또 다른 국가에게 그 기회를 넘기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역사적으로도 주어진 기회를 놓친 많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5. 로마 제국 이후, 제 2의 도약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은 중세의 암흑기가 도래한다. 그런데 사실 그 암흑기를 지배한 국가들은 로마 제국의 문명을 이어받은 민족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15세기를 전후하여 다시금 로마의 지식을 부활시킨다. 여기에 인쇄 기술의 발달과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이어진다. 이렇게 지식의 급격한 증가, 새로운 시장의 창출, 지식 전파 기술의 발명이라는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유럽은 제 2의 도약을 이룬다. 여기에 네덜란드인들이 세계 무역을 통해 만든 금융 시스템은 오늘날 효율적인 자본의 흐름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약의 기회가 유럽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도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한 중국도 명나라 때 일곱 차례의 해외 원정을 시도하면서 제국으로의 도약을 모색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새로운 도약을 이룬 국가는 없다. 그렇다면 로마를 시작으로 해서 유럽이나 미국의 도약을 넘어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기술 혁명을 이룬 국가가 새로운 도약을 이룰 것이다. 혁신적 기술이 제국으로 가는 충분 조건은 아니지만 혁신적 기술이 있어야 제국으로 가는 필요 조건을 채울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이 그렇게 다른 국가의 고급 기술들을 빼내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6.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오늘날 세계의 흐름은 앞서 멸망한 로마 제국의 말년과 유사하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알아도 반복되는 역사를 모두 바꿀 수는 없지만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하나를 향해 나아간다는 잠시의 희망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보호주의와 민족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제 사회를 지탱하던 기본적인 룰이 무너지면서 다시금 강한 자만이 살아남게 되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모양새가 과거의 야만적 전쟁이 될지, 아니면 경제나 기술 전쟁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단지 국가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내부의 새로운 경쟁에도 봉착해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직업의 47프로가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지금만 특별한 게 아니다. 로마 시대에도 제국으로 확장되면서 로마의 중산층이 무너졌다. 힘들고 지저분한 일들은 노예들이 차지했고, 군대는 로마가 정복한 다른 지역의 민족들로 대체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로마인들의 상당수가 도태 되었고 초창기의 유연함과 강인함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역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불평등을 막을 사회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잉여 인간이 늘어나면 상류층도 그 끝이 좋을 수 없다.

 

 

7. 맺음말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닌 과학자이다. 과학자는 보통 미래지향적이다. 그런데 머나먼 과거의 로마 제국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역사가 과거의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 경제 상황은 장기적인 침체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함께 잘 살자가 아닌 나부터 살고보자는 마음을 품게 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들이 극단적으로 발현되면 우리는 잘못된 리더를 지지하고 따를 수 있다. 따라서 그나마 이성적 판단력이 남아있는 지금이 무언가 시도할 때이다. 혼돈의 상황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충수를 두게 되고,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집단들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처럼 계속해서 사람들의 이성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사람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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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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