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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쟁까지
『왜 전쟁까지』는 일본의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된 책으로, 전전戰前 일본이 직면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학생들은 질문을 통해 강단의 연구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역사의 가정을 확장시킨다.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에서 청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까지 이어진 일본의 근현대 50년을 탁월한 시각으로 분석해 관념적이지 않고 현실적인 역사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은 가토 요코는 이번 책에서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기까지 10년간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검토하고 결국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저자
가토 요코
출판
사계절
출판일
2018.09.14

 

1. 서두

역사는 반복된다. 따라서 과거의 역사 속에서 미래를 볼 수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우리는 오늘의 문제를 과거의 역사에게 물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좀 더 나은 결정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 즉,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그 속에서 반성할 점을 찾고 다시금 옳은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 제국주의 노선을 걷다가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하기 전까지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세 번의 기회 동안 일본은 때로는 욕망에 취하고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면서 권력층이 원하는 대로 자국민들과 주변의 많은 동아시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일본은 다시금 그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언론 통제와 역사 왜곡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일본 제국주의의 모습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같이 역사적 팩트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의 성찰을 촉구하고 있지만 소수의 목소리로 묵살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본 역사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잘못된 선택에 경종을 울리고자 함도 있지만 그들의 무모한 행보에 미리 대처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다시금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불활했을 때, 우리는 결코 과거처럼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2. 첫 번째 기회

과거 일본이 패망하기 전에 주어졌던 첫 번째 기회는 만주사변 이후의 리튼 조사단의 보고였다. 국제연맹의 리튼 조사단은 일본의 만주 침략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일본 편을 들어준다. 만주에서의 군사 행동이 자위권 발동도 아니지만 침략 행위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표현에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일본이 만주에서 한 행동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을 중재하면서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고 신질서를 구축하도록 제안한다. 만주가 자유로운 시장으로 개방되면 중국, 일본,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구의 국가들도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고, 각 주변국들의 평화적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포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리튼 조사단과 국제연맹의 진심은 일본 본토로 전해지면서 왜곡된다. 즉, 국제연맹이 중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본은 만주에 괴뢰정부를 만들고 국제연맹을 탈퇴하면서 첫 번째 기회를 잃게 된다.

 

그런데 이 상황에 대해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배제하고 일본 자체의 입장으로 보자면 만주를 중립적인 경제 자유 지역으로 개방했을 때 일본에게 온전히 이득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중국의 경우는 내부적으로 그 당시에 공산당과의 싸움 때문에 국민당이 온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 입장에서는 일본이 중국 본토로 더 밀고 들어오는 게 부담이었고, 일단은 국제연맹의 중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일본의 본토 침입을 늦출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만약 국민당이 공산당을 완전히 제압하고 본토를 안정시켰을 때 과연 만주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결국 중국은 자신들의 만주에 대한 권리를 되찾으려 들 것이고, 이미 본토 문제가 안정된 뒤이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는 그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워졌을 것이다. 더불어 국제연맹을 근간으로 하는 서구 열강이 일본의 이득도 대변하면서 만주를 경제 자유구역으로 계속 유지했을까도 의문이다. 제국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식민지 확대를 시작한 서구 열강의 입장에서는 일단 일본의 예봉을 꺾고 세력 확장을 견제한 뒤에 서서히 다른 식으로 일본의 세력을 약화시켜 나가는 전략을 취하고자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겉에서의 명분은 평화와 자유로운 경제 교류를 통한 인류 공동의 번영을 내세웠을 뿐이다. 원래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영역을 지키려 할 때에는 딱 그 정도 영역만 지키면 결국 그것마저도 잃게 된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영역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결국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보루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본국에 왜곡된 정보를 흘려서라도 내친 김에 중국 본토 침략도 진행시키는 게 맞았을 것이다. 결국 일본 입장에서는 이왕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3. 두 번째 기회

두 번째 기회는 2차 세계대전 발발과 삼국군사동맹의 무렵에 있었다. 일본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에 큰 걸림돌은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와 미국이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이 승승장구하는 소식을 들었다. 그 무렵에는 누가 봐도 독일이 쉽게 프랑스와 영국을 제압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독일과 이탈리아의 동맹에 합류하여 삼국군사동맹을 완성한다. 전쟁이 끝난 후 동아시아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차지한 식민지를 나누어 갖자는 포석이었다. 그런데 결과에서 이 선택은 잘못된 것이 되었다. 미국이 참전하고 러시아까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급격하게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삼국군사동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일본 내부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있었다. 천황과 내무각부의 결정권자들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과 적대관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전쟁 일선의 육군성, 해군성, 외무성의 과장급 실무자들에 의해서 모든 게 진행이 됐다.

 

이 두 번째 기회에 대해서 과연 우리가 그 당시의 일본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일본은 그 무렵 중일 전쟁으로 피로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독일이 너무 명확하게 승리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미국, 영국, 프랑스가 승리한다고 해도 일본 입장에서는 식민지 쟁탈전에서 그들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치 도박에서 올인을 하는 것처럼 독일의 승리에 베팅을 하고 그게 잘 풀리면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에 현혹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았을까. 물론 결과적으로 볼 때 일본이 미국과 러시아의 잠재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부분은 있다. 하지만 한참 전쟁의 일선에 있는 사람들 마음에서는 자신들의 권력도 지키면서 수월하게 세력 확장을 이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현재 일본 정부는 이미 과거 자신들의 선조들이 한 무모한 선택의 결과를 알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자신의 선조들이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고 해도, 지금은 결코 같은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

 

 

4. 세 번째 기회

일본에게 주어진 세 번째 기회는 미일교섭과 진주만 공격 이전에 있었다. 일본은 유럽에 2차 세계대전의 격랑에 휩싸여있는 상태에서 프랑스령의 인도차이나 식민지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봐도 거저먹을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인도차이나 남부까지 식민지화하면 자신들의 식민지인 필리핀과 바로 맞닿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에너지 고립에 빠진 일본 입장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진주만을 침공하면서 미국에 선전포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게 된다. 즉, 진주만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제공을 미국이 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내부에서는 세계 대전 참전에 대한 반전 여론이 거셌다. 이에 대해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면전을 벌이려는 명분을 찾기 위해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가 됐든 결과에서 일본이 과욕을 부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일본은 세 번째 기회를 놓치게 되고 패망의 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이 세 번째 기회에 대한 일본의 선택도 그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미국이 필리핀에 식민지를 두고 있지만 대규모의 정규군이 동아시아까지 나오기는 먼 거리였다. 게다가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으로 정신없는 상태였다. 또한 일본은 추후를 대비해서라도 원전 지역을 확보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에너지 속국 상태로 있으면 언제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독일이 승리하든 영국이나 프랑스가 승리하든 별개로 일본이 독자적으로 에너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따라서 만약 거기에서 미국의 제안에 응하고 더 이상의 식민지 확장을 멈췄다면 세계대전이 끝나고 그동안 힘들게 확보했던 식민지마저도 잃었을 수도 있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세 번째 기회라는 것도 지금에 와서 볼 때 기회로 보일 뿐이지 그 당시 일본 입장에서는 그렇게 동등한 선택 조건에서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5. 맺음말

이 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그리고 일본과 전면전을 벌였던 중국의 입장이 온전히 고려된 것은 아니다.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는 있지만 이 책의 저자 또한 일본의 입장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평화를 외치는 것도 결국은 일본이 좀 더 안정적인 발전의 길을 택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동아시아 국가를 근본적으로 배려하고 걱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대로 이 책의 내용을 곱씹으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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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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