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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한국인 복지전문가가 스웨덴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고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쓴 ‘정책 에세이’다. 저자 윤승희는 단순히 스웨덴의 선진적인 정책을 소개하는 방식을 넘어 지극히 평범한 이웃인 스웨덴 사람들이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지켜왔는지 그들의 생각과 말을 통해 들려준다. 정책의 면면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원리와 가치에 주목하고, 이것을 정책으로 구현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이 책은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
윤승희
출판
추수밭
출판일
2019.04.24

 

1. 서두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정책에 관해서는 꾸준히 각종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다. 그들의 삶을 보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으로 보이면서도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겉에 드러난 정책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스웨덴 사람들의 마음 가짐과 실천적 자세를 보여준다. 좋은 정책이 좋은 사회를 만들지만, 좋은 정책이 나오려면 결국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하고 다 함께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책의 말미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굳이 스웨덴처럼 될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즉, 우리는 또 그들과 다른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만의 정책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기준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

 

 

2. 정책의 힘

우리나라도 요즘 들어 난민 문제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난민 문제는 이민자와 이중 국적자, 해외 동포와 다문화 가정의 문제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어느 선까지 허용하고 어느 선부터 제약을 두어야 할지도 문제가 생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 동포의 우리나라 국적 취득을 용이하게 했고,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도 특별 정책을 추진하면서 혜택을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동포, 특히 중국이나 구 소련 연방에서 넘어오는 동포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고, 다문화 가정 출신의 아이들에 대한 차별도 자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또한 해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탄압이나 임금 차별에 대해서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난민 문제와 그들을 이민자로 허용해야 하는 문제는 좀 더 예민하고 난해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난민이나 이민자는 고사하고 타 민족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스웨덴의 대다수 국민들은 난민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지금은 힘들지만 그들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 또 다른 국가 자원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우리 민족의 아이들이 잘 살기 원하는 만큼 다른 민족의 아이들도 잘 살기 원한다는 것이다.

 

스웨덴도 처음부터 잘 사는 나라였던 것은 아니다. 2차 세계 대전 전후로는 영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였다. 하지만 그런 힘든 경험의 시간을 토대로 좋은 정책을 구축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정책은 좋은 가치와 목적을 지닌 정책이며,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정의로운 가치와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정책은 배제와 차별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좋은 정책은 좋은 사회에서 탄생하고, 좋은 사회란 좋은 가정과 같은 기능을 하는 사회라고 본다. 여기서 좋은 가정은 평등, 배려, 협동, 도움을 기본적 가치로 갖는다. 즉, 스웨덴의 좋은 정책의 시작은 바로 좋은 가정에 대한 가치 정립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과 같은 부러운 정책을 갖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가정에 대한 가치 기준을 정하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적 가치 기준을 사회로 확장하고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3. 육아와 교육

스웨덴은 라테파파가 너무 당연한 모습이 됐다. 라테파파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끄는 적극적인 육아 참여 아빠들을 말한다. 그런데 스웨덴도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 당연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단 정부에서 제도를 정하고 그것을 보편적으로 확대하면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아버지 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그렇게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녀들을 돌보는 아버지가 새로운 아버지의 당연한 모습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 캠페인의 핵심은 아버지들도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주기보다 아버지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권리를 챙겨야 한다고 알린 것이다. 여기에 학계와 미디어에서도 적극적으로 육아 참여 아버지의 개인적 성숙과 경험에 대한 연구와 기사를 써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게 스웨덴은 정책 초기에 2퍼센트 내외의 아빠 휴가 사용률이 2017년에는 80퍼센트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는 정책이 문화를 바꾼 획기적인 사례이다. 전통을 고수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남자들의 심성과 기존의 문화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남자들이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 보면 여자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여자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면 여자들이 요구하는 각종 권리에 대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게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바뀐 정책과 문화는 우리가 낳은 자녀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 누군가의 딸이 고생하는 것은 무심하면서 자신의 딸은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일단 자신의 선에서 강력하게 실천하고 바꾸어 나갈 때 그 다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스웨덴 교육과 관련한 얘기에서는 “친구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는 치열한 경쟁 사회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보다 잘 되기를 원치 않는다. 자신보다 잘 된 누군가 때문에 자신이 차지할 자리가 사라지거나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아주 잘 못된 고정관념이자 바뀌어야 할 우리의 문화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자리와 역할에 맞게 살아가야 다 함께 잘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성적이나 직업으로 차별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에 대한 인식을 잡아주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살아가고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을 교육의 일선에서부터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커 나간 아이들이 결국은 다음 세대의 좋은 정책을 만드는 일원이 될 수 있다.

 

 

4. 노동

우리나라는 강성 노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강성 노조가 탄생한 배경은 직업적 차별과 임금 차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버지의 직업이나 사는 곳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그런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어른들의 인식이고 사회적으로 뿌리 내린 우리의 왜곡된 문화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노조는 모든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하지 않는다. 즉, 자신이 속한 노조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그 이득 쟁취를 위해서만 싸운다. 그런데 스웨덴 노조는 돌봄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로 설정했다고 한다. 특정 직업군의 임금 차별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웨덴은 고소득 노동자들까지도 참여하여 연대노동정책을 펼쳤고 결국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를 만들었다. 임금 격차가 적다는 것은 직업적 차별이 적다는 것이다. 직업적 차별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도 이런 모든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연대노동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의사협회가 간호사협회의 권리 주장을 수용하고, 간호사협회가 간호조무사협호의 권리 주장을 수용할 수 있을까. 은행 노조가 화물 연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무언가 보편적 가치 기준이 형성되고 그것이 하나의 강력한 정책으로 발전하려면 기득권의 양보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득권은 기존의 권리를 잃지 않으면서 더 큰 이득을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만 로비를 진행한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직업적 차별, 임금 차별이 발생하고, 소위 말하는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강성 노조가 되어 거칠게 투쟁하지 않으면 기본도 챙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5. 맺음말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깔린 문화적 전통은 수많은 전란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 같다.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고,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기에 본능적으로 더 많은 것을 쟁취하려 했다. 또한 사회 지도층이 되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보편화 되면서 어떻게든 기득권을 차지하려 혈안이 됐다. 그렇게 차지한 재물과 기득권은 자연스럽게 자녀 세대로 이어지면서 차별적 마인드가 형성됐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게 죄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기득권 세력도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대다수의 국민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시작이다. 그들이 먼저 나눔을 실천하고 양보하면 다른 국민들에게도 차별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얼마 전 모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임금 삭감에 관해 의견을 냈다. 그런데 정당 국회의원의 지지와 참여는 0%라고 한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투표로 권리 주장을 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더불어 작은 실천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주변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변화, 외국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사람들의 가치 기준이 변화할 때 우리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 못지 않은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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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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