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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두

언어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그런데 음악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것도 있지만 모호하고 상징적인 것도 있다. 그래서 음악은 직관적이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뿌리를 둔다고 할 수 있다. 노래와 같은 음악은 언어로 표현되지만 리듬이나 소리는 구체적인 언어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언어와 음악은 인류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커다란 두 영역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언어와 달리 음악의 기원을 찾아가는 것은 막연하기만 하다. 그래서 최근까지 음악보다는 언어의 기원을 밝히는데에 연구가 집중되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지고고학의 영역에서 몸과 마음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면서 음악의 기원을 밝히려고 시도하고 있다. 음악은 마음의 표현이면서 춤과 같은 리듬을 타는 몸동작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미슨은 그러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미슨은 음악을 창작하고 듣는 행위가 단순히 사회적이거나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고, 진화의 부산물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언어와 함께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인류의 유전자에 심어진 핵심 요소로 본다. 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인류의 본질 속에 감추어진 음악적 특성을 추적한다.

 

여기서 전일적이라는 것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의미 전달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은 세상의 사건과 사물에 대해 지시하고, 그 말을 듣는 사람이 특정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조작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음악은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지시하기보다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몸이 반응하게 하기 때문에 주로 조작의 기능을 하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언어와 음악은 발생적으로 비슷하면서도 또 그 발현에 있어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언어와 음악의 관계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기존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언어가 음악의 부산물이라는 것, 또는 언어와 음악이 완전히 별개의 의사소통 체계로 각각 따로 진화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언어와 음악의 특징들을 보면 하나가 다른 하나의 부산물도 아니고 별개의 영역에서 따로 진화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언어와 음악이 동일한 전구체에서 발생했다가 어떤 진화의 특정 시점에 별개의 체계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뇌병변 환자들의 사례나 뇌 영상 연구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결론은 하나가 다른 하나의 파생물이 결코 아니며, 음악이 언어보다 진화상으로 우선은 아닐지 몰라도 발달상으로는 우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언어발달 이전의 아기들과 나누는 음성 의사소통의 방식을 추가로 이야기한다. 즉, 인간이 아직 언어를 모르는 아이와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음악적 요소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와 음악의 관계성을 보면 마치 남자와 여자, 또는 이성과 감정의 관계, 또는 샴 쌍둥이의 모습이 연상된다. 즉, 그 발생의 뿌리는 같지만 발현의 특징은 변화하며, 서로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상보적이거나 상충적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간다는 것이다.

 

 

3. 네안데르탈인의 의사소통 체계 ‘Hmmmmm’ 이론

저자는 언어와 음악의 관계성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언어와 음악이 완전히 분화되지 않았던 원시의 언어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원시언어에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데릭 비커튼의 구성적 원시언어설인데, 이는 원시언어가 특별한 문법이 없고 단어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앨리슨 레이의 전일적 원시언어설인데, 이는 언어의 전구체는 단어보다는 ‘메시지’로 이루어진 의사소통 체계, 즉 전일적 언어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저자는 전일적 원시언어설을 지지하고 좀 더 나아가 원시언어에는 음악적인 모드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언어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라도 음악의 진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음악과 언어는 공통의 뿌리, 즉 전구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음악과 언어의 전구체로서 네안데르탈인의 의사소통 체계를 자신이 정리한 ‘Hmmmmm' 이론으로 설명한다.

 

‘Hmmmmm’이론이란 네안데르탈인의 의사소통 체계가 전일적(Holistic-H)이고, 다중적이고(Multi-modal-mm), 조작적이며(Manipulative-m), 음악적(Musical-m)일 뿐 아니라 미메시스적(Mimetic-m)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메시지가 개별단위로 나뉘지 않고 덩어리로 이해되며(전일성), 타인의 감정상태와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조작성), 소리와 몸을 동시에 사용하며(다중성), 멜로디와 리듬을 활용하고(음악성), 제스처와 소리 공감각을 이용한다(미메시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 책의 저자 이전에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과 그의 이론을 발전시킨 제프리 밀러, 그리고 음악학자 스티븐 브라운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주장들을 종합함과 동시에 좀 더 그 논의를 확장하고 발전시켰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원시의 네안데르탈인은 노래하는 존재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만 현존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와 음악의 전구체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도의 종교의식에서 사용하는 만트라와 세계의 모든 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IDS를 근거로 제시한다. 현존하는 인류가 여전히 사용하는 ‘지지’, ‘우웩’, ‘냠냠냠’처럼 통째로 이해해야 하는 관용적 표현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인류가 진화의 과정에서 수백만 년 동안 사용한 전일적 어구에 대한 습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4. 맺음말

우리는 아기들을 상대할 때 쓰는 ‘마마’, ‘파파’, ‘엄마’, ‘아빠’ 등의 발음이 왜 전세계적으로 유사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또한 각 나라의 자장가들에서 보이는 잔잔한 리듬과 유사한 흐름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왔다. 더불어 모든 나라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상대할 때 구체적인 언어보다 과장된 몸짓이나 직관적 소리로 표현되는 언어를 사용하고, 무언가 리드미컬하게 표현을 하는 것에도 의문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러한 전세계적인 모습들이 바로 인류의 언어와 음악의 전구체에 공통된 기원을 두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인류의 언어와 음악은 다양하게 진화해 왔고, 각 언어와 문화별로 복잡하게 분화됐지만 그 시작은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속에 그 모습을 각인시켜놓고 있다.

 

특히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멸종되기는 했지만, 유럽의 극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도 25만 년 동안 살아남았고 그 이전의 원시 인류보다 더 나은 문화적 성취를 이룬 것은, 그들이 바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저자가 주장하는 ‘Hmmmmm' 이론에 입각하여 음악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원시의 조상들의 삶을 완전하게 재현할 수도 없고 정확하게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까지 남긴 흔적들을 추적하다 보면, 결국 언어와 음악은 인류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그 시작은 용광로에 섞인 다양한 광물처럼 하나로 뭉뚱그러져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언어가 먼저냐 음악이 먼저냐의 논쟁은 어떤 면에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다만 두 가지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류의 창조물에 대한 기원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지금 현존하는 인류의 모습을 좀 더 구체화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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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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