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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활동가이자, 통계학·사회복지학·법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의 열악한 혐오·차별 문제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전념해온 연구자인 김지혜 교수가 인간 심리에 대한 국내외의 최신 연구, 현장에서 기록한 생생한 사례, 학생들과 꾸준히 진행해온 토론수업과 전문가들의 학술포럼에서의 다양한 논쟁을 버무려 우리 일상에 숨겨진 혐오와 차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차별을 보지 못하고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모든 사람은 가진 조건이 다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 한들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별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날카롭고 다각적인 문제제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부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차별이 지워지거나 공정함으로 둔갑되는 메커니즘을 살핀다. 저자는 차별에 대한 논란들을 차근차근 해부하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인간 심리와 사회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소개하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평등과 차별을 탐구해볼 수 있게 한다. 3부에서는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살핀다. 각종 논쟁과 실험을 풍부하게 제시하며,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한걸음의 대안부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
김지혜
출판
창비
출판일
2019.07.17

 

1. 서두

예전에 모 놀이시설의 놀이기구에 대해 시작장애인 탑승 제한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놀이시설의 입장은 시각장애인이 탑승하였을 경우 놀이기구가 높은 위치에서 멈췄을 때 탈출하는 과정에서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시각장애인들은 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라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었다. 결국 담당 판사가 장애인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탑승하고 위험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하여 모의 탈출 실험을 진행했고,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 하에 놀이시설이 시각장애인 탑승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위 사례를 보면 대놓고 장애인 참여 금지를 선언하기보다 보통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를 앞세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통 자본주의 논리와 번거로움, 불편함 등이 있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을 더 신경써야 하지만 돈을 더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사례들을 잘 보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부분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장애인들 또한 많은 것들을 문제없이 할 수 있고, 각종 시설의 일반적 룰과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사례도 그냥 단순히 장애인이 승리한 사건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장애인을 넘어 세상에 만연한 각종 차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바로 어떤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 그럴 수도 없음을 설명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평등과 차별은 칼로 무 썰 듯이 명확하게 나눠진 것이 아니라 상당히 복합적이고 교차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2. 본문

1)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

저자가 ‘선량한’ 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평등을 지향하려는 의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량한 마음으로 바라본 시선이 또 다른 차별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때로는 본인이 느끼지 못 한 부분에서 차별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장애인이 버스를 탈 때 돈을 더 내야 하는가’ 라는 문제를 예로 든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버스에 타려면 따로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자리와 리프트 등이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설치가 완비되었다고 해도 장애인이 완전히 안전하게 탑승할 때까지 버스는 좀 더 정차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버스를 탈 때 일반인들보다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일견에서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애초에 비장애인에게 맞춰서 버스가 설계되고 운행과 정차 시간이 정해지며 그것이 효율적 기준이 된 것이 문제임을 지적한다.

 

즉,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한편의 특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권이 당연하게 인식되기 시작하면 본인도 모르게 차별주의자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각종 차별을 좀더 세심하게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특권들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더불어 저자는 차별의 교차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일부의 사람들이 항시 특권을 가진 위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차별받는 소수자가 항시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이 두 입장이 바뀌기도 하고 두 입장을 나누어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의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가장 크게 반대했던 사람들은 남성에 비해 차별적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반대의 이유는 중동 지역의 난민들이 성차별적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 사례를 들어 중동 지역 난민들이 각종 사회 범죄에 연루될 확률이 크고, 보통 그 범죄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어떤 일방적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의 입장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지속적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 차별이 숨겨지는 작동원리

저자는 차별은 겉으로 크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교묘하게 감춰져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렇게 숨겨져서 작동하는 차별은 더더욱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 인식할 수 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각종 코미디 프로에서는 ‘바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장애인 비하라는 논리를 펴면 그냥 웃으려고 만든 건데 죽자고 덤비냐는 식의 말을 듣게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애초에 ‘바보’ 캐릭터나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있는 사라들에 대한 비하적 농담이 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차별이 될 수도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음을 강조한다.

 

또한 학교에서 성적별로 우열반을 가려서 수업하는 게 학생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 성적이라는 것이 이미 규격화된 과목에 따른 획일적 구분임을 생각할 때, 결과적으로는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획일적 구분에 의한 우열반 논의 이전에, 우열반을 나누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되어야 하고, 다른 기준의 카테고리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추가로 ‘노키즈 존’에 대한 예시도 있다. 주인의 권리와 시설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특정 세대를 거부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물론 기본을 벗어나서 주변으로 피해를 끼치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세대 전체를 일반화시켜 거부하는 것은 집단적 차별이 될 수 있다. 이게 만약 정당화된다면, 장애인 전체의 출입을 금지할 수도 있고, 몇 세 이상의 노인들 전체를 거부할 수도 있으며, 특정 민족 전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의 편의를 위해 집단 전체를 거부하고 차별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고, 그게 허용될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는 집단 차별 문화가 팽배해질 수 있다.

 

 

3)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저자는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각자의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처한 위치가 다르고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바라보는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고 경청해야 한다. 또한 익숙해져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는 많은 것들 속에서도 불평등이 있을 수 있음을 감지하고 자신의 특권을 일부에서는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 주변의 일반적이고 익숙해 보이는 질서 너머를 상상하고 인식할 때, 이 책에서 말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 더하여 너무 급진적 차별 철폐는 그 과정에서 많은 극단적 피해가 생길 수 있음도 염두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유명 배우가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자 극명한 반대에 부딪힌 적이 있다. 반대자들은 난민들의 범죄률이 높다는 이유로, 그들을 수용할 거면 당신 집에 수용하라는 논리를 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의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젠더 평등을 위한 성중립 화장실의 취지는 좋지만 그로 인한 여성 성폭행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난민 수용이나 성중립 화장실 등이 광범위하게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서 그 길을 걸어간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서 필요한 논의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 연관된 문제는 단순히 ‘노키즈 존’의 사례 정도의 기준으로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카페나 식당에서 일부 아이들에 의한 피해는 적당히 웃어 넘기거나 허용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벌어진 범죄의 상흔은 그 피해자 입장에서는 죽을 때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라 치부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그 특정 집단 중 일부가 행하는 범죄가 극단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그 피해자가 본인이나 본인 가족이 될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별 철폐도 중요하지만 차별 철폐로 인한 피해 방지도 함께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3. 맺음말

차별에 대한 논의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가치관의 차이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해결이 힘들다. 그렇다고 그 논의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많은 것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차별에 대한 논의와 개선의 노력 속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신분제 사회였고 생활의 자유도 많지 않았으며 투표권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많은 차별을 철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책은 누군가에는 상당히 불편하고 얼토당토 않은 소리일 수도 있지만 넓은 기준으로 볼 때에는 많은 논의와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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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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