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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청소년을 위해 쉽게 풀어쓴 정신 의학에 관한 모든 것『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분석한 스테디셀러《도시심리학》 저자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우리 뇌의 기능과 정신 문제들을 풍부한 예시와 임상 사례로 설명한 책이다. 《고교독서평설》에 2년간 연재한 원고를 모아 다듬고 정신의학적 총론을 새로이 집필해 정리한 것으로, 정신병리의 주요 쟁점들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장 끝의 ‘흥미로운 연구’에서는 ‘할로의 애착실험’, ‘메달에 따른 만족도 분석 실험’, ‘푸른 눈 갈색 눈 실험’ 등을 소개하여 음식보다는 사랑, 1등보다는 스스로의 만족감이 중요하며, 청소년 스스로 편견과 차별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것을 조언한다.
저자
하지현
출판
해냄출판사
출판일
2012.06.28

 

1. 들어가는 말

우리는 종종 “나도 나를 잘 모른다.”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자신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더 객관적이고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도 자신을 관찰해야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의견에도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들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 본 사람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책은 실제 신경정신과를 전공하고 다양한 교육과 상담을 진행한 의사가 지은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2. 성격은 타고날까, 만들어질까?

1장에서는 인간 정신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그 중에 성격에 관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성격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경험과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종종 의문을 갖는다. 저자는 먼저 성격에는 타고난 기질적 특성이 분명 있다고 말한다. 1950년대에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토머스와 체스 부부는 일련의 실험을 했다. 태어난 갓난 아이들 중 65퍼센트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유형의 기질을 보였다고 한다. 까다롭고 짜증을 자주 내거나 우는 까다로운 기질, 정상적인 식습관과 수면 습관을 갖고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순한 기질,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늦고 활동량이 적지만 익숙해지면 서서히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느린 기질이 그것이다. 그런데 10년간 이 아기들의 기질을 추적하여 분석했는데, 10대 중반이 되어서도 아기 때의 기질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격은 타고나는 것일까? 저자는 또 다른 반대 사례를 들려준다. 사주팔자, 혈액형 유전자마저 100퍼센트 같은 일란성 쌍둥이이면서, 평생을 함께 붙어 있어야 했던 결합 쌍둥이인 이란의 랄레흐, 라단 비자니 자매가 있었다. 그들은 29세가 되어 분리 수술을 결정했는데, 그 이유가 자신들이 서로 세계관도 다르고 생활 방식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모든 타고난 조건이 같아도 다른 성격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결합 쌍둥이는 아니지만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각각 다른 집안으로 입양을 갔던 남자 형제의 경우 40세에 재회했을 때 아주 비슷한 성격과 취향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유전자가 100퍼센트 같아도 서로 다른 성격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서로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남들을 따라 하는 순응 욕구도 있지만 다르게 행동하려는 차이에 대한 욕구도 끊임없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성격은 무조건 타고나는 것이라 할 수도 없고 무조건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텃밭에 심는 것과 가꾸는 방법, 그해에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는 등의 외적 경험이 인간 농사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3.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는 법

2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하는 역할을 설명하면서 시간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설명한다. 시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 생체 시계의 변화, 호르몬의 변화와 같은 내적 환경이 모두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양광이다. 이게 관해 저자는 1962년에 행해진 미셸 시프레라는 프랑스 청년의 실험을 소개한다. 그는 태양광이 완전히 차단된 130미터 깊이의 동굴에서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생활했다. 그 과정에서 하루 생체 주기는 밖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략 24시간 30분이었지만 동굴에 머물렀던 총 날짜에 있어서는 25일 정도를 인식하지 못했다. 즉, 그가 동굴 밖으로 나온 실제 날짜는 9월 14일이었는데, 그 스스로는 8월 20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외부 자극이 없으면 시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의 리듬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양계장에 적용하여 전등을 켜 놓는 시간을 조절해서 암탉들이 알을 빨리 낳도록 하거나 백화점과 카지노에 적용해서 사람들이 좀 더 그곳에 머물도록 했다.

 

이처럼 시간에는 주관성과 상대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면서 “좋은 사람과 보내는 30분은 5분처럼 빨리 지나가지만, 지루한 기차 여행은 5분도 30분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도 시간의 이러한 주관성과 상대성을 이해해야 한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정확하고 일정하게 시간 배분을 하여 계획을 짠다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에 쫓기듯이 끌려가지 않으며, 항상 새롭고 집중할 대상을 찾아내면 한정된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긴 시간이 지난 뒤에 돌이켜 볼 때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4.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을 어떻게 멈추지?

3장에서는 중독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중독은 ‘특정 행동이 건강과 사회생활에 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집착적 강박’을 말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남용’과 ‘의존’으로 나뉜다. 남용은 일상적인 양보다 많은 양의 물질을 섭취하고 그로 인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의존은 두 가지 특징적인 증상이 있는데, 하나는 ‘내성’이고 다른 하나는 ‘금단 증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독 현상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저자는 어떤 행동이 즐거움을 주면 그 행동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화되는데, 이를 동기 강화라고 일컫고, 이러한 동기 강화가 생기는 작동 원리는 뇌 변연계의 중변연 도파민 시스템의 보상 관련 학습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독 현상은 마약이나 술, 담배 등의 물질에 의한 것 말고도, 도박이나 게임 중독 같은 ‘행위 중독’도 있는데, 이 또한 모두 뇌 변연계의 작동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중독’은 문제만 있는 것일까. 한 가지 운동이나 취미를 시작하면 열중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중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시적인 중독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게끔 동기 부여를 한다. 그러면서 삶이 업그레이드 되고 중독은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적절히 다른 일상과 균형감을 유지하지 않고 한 가지에만 몰입하게 되면 중독의 역기능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한 가지만 쌓이고 커지다 보면 어딘가는 비거나 허물어지기 때문에 ‘공부에 중독’되는 것 마저도 안 좋다고 말하면서 참고 절제할 수 있는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 꼼꼼함과 강박증은 어떻게 다르지?

4장에서는 강박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박’이라는 것은 모두가 조금씩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취향이다. 그래서 깔끔하고 꼼꼼하며 계산이 정확하다고 모두 강박 장애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도가 지나쳐서 스스로 괴로움을 느끼고 강박 행동이나 생각을 통제할 수 없으며 생활에 지장이 생기게 되면 장애가 되어, ‘강박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강박 장애는 불안증의 하나인데, 그 증상이 다양하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청결에 대한 강박, 끊임없는 의심과 확인,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멈추지 않는 것, 줄이나 색깔 등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 순서에 따른 행동, 모으는 행동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은 누구나 조금씩은 있다. 다만 강박 장애 환자들은 그 정도가 심하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통제하거나 멈출 수 없어서 괴로워한다. 한편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면서도 괴로워하지 않고 즐기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강박 장애가 아니라 ‘강박적 인격 장애’라고 하여 강박 장애의 증상이 아닌 성격의 문제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강박 장애는 왜 생기는 것일까. 저자는 강박적인 면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더러우면 병에 걸릴 수 있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불이 날 수도 있으며,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한 작용 회로가 이미 우리 인간의 뇌에 발달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능이 너무 과하게 작용할 때 강박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그 기능의 작용에 관여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면 강박증이 호전된다고 한다. 결국 강박 장애는 충분히 초절이 가능하고, 또 누구나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능인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나는 강박증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나도 강박증에 걸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강박증에 걸린 사람에 대해서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공감의 자세가 필요하다.

 

 

6. 맺음말

이 책을 보고나서 다양한 관점에서 나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조망할 수 있다면 나아가 자신과 다르거나 어떤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의 존재는 다른 사람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상에서 서 있는 위치만 달리할 뿐이다. 그리고 그 위치라는 것은 좋고 나쁘거나 우수하고 열등한 절대적 가치 기준이 있는 게 아니고 상대적 가치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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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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