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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2009년 출간 이후 멕시코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 번역 수출되며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으로, 가족에게서 도망친 한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기묘한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 같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시대에 맞게 바뀐 표현, 새롭게 정제되고 더해진 문장, 반지수 작가의 유려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이번 개정판에선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달콤쌉쌀한 판타지가 다시 한번 빛난다. ▶ 줄거리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새어머니인 배 선생과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나’는 여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평소 끼니를 해결하고자 자주 들른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급한 마음에 단골 빵집으로 뛰어든 소년이 마주한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평범한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의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게 된 소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 점장과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저자
구병모
출판
창비
출판일
2022.03.27

 

1. 줄거리

주인공은 열여섯 살의 소년이다. 어릴 때 아버지의 회사는 부도가 났고 어머니는 자살했다. 더구나 주인공은 어릴 때 전철역에서 어머니에게 버려졌던 기억도 있다. 그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배선생이라는 사람과 재혼을 한다. 배선생에게는 이미 무희라는 여덟 살 딸이 있었다. 그렇게 다시 네 가족이 형성이 된다. 하지만 배선생은 주인공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묘하게 계속 주인공을 압박하고 괴롭힌다. 아버지 또한 주인공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 내에서 고립된 주인공은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아침 저녁으로 집 근처의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 먹는다.

 

그러던 어느날 배다른 여동생 무희의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다. 무희의 피묻은 속옷이 세탁물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무희는 처음에 학원 강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재판 중에 계속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결국 얼버무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머니인 배선생의 계속된 압박에 결국은 주인공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다. 그렇게 범인으로 몰린 주인공은 경찰에 잡혀가기 전에 몰래 자신이 아침 저녁으로 빵을 사 먹던 빵집으로 도망친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원래 말을 더듬던 주인공은 자신을 숨겨달라는 말을 더듬지 않고 바로 말한다. 그 빵집의 이름이 바로 책 제목인 위저드 베이커리다.

 

그 빵집은 주인공이 평소 빵을 사 먹을 때는 몰랐던 비밀들이 많이 있었다. 일단 주인공을 숨겨준 제빵실 안의 오븐 안에는 작은 빵집보다 훨씬 큰 마법의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빵집 주인은 일반 빵을 만드는 제빵사이자 마법사였다. 그래서 그곳의 빵집에서는 그냥 빵 말고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빵을 팔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마인드 컨트롤을 돕는 빵, 100% 화해하게 되는 빵, 실연의 상처를 잊게 되는 빵, 미운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빵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빵들에는 조건이 있었다. 바로 그 마법 행위에 대한 결과를 본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빵집의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그러한 빵들을 사간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불행과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마음의 성장을 이루어 간다.

 

그러던 어느날 밤중에 사람에게 침투하여 악몽을 꾸게 하는 악마인 몽마가 빵집 점장에게 찾아온다. 그렇게 점장은 악몽을 꾸게 되는데, 고통스러워하는 점장을 지켜보며 주인공이 대신 그 악몽을 자신이 꾸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악몽의 세계에 빠져들고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그러한 악몽 속에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의 위치가 두렵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잠에서 깨어난다. 점장은 굳이 무모한 행동을 한 주인공을 꾸짖지만 또 한편 주인공의 용기에 고마워하며 그를 안아준다. 그렇게 점장과 주인공은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처럼, 주인공은 빵집과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예전에 빵집에서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사갔던 여자애가 위저드 베이커리의 부정을 신고하는 글을 쓰고, 화이트 코코아를 사갔던 사람이 살려낸 사람이 다섯 명을 죽이고 다시 자살하면서, 경찰의 추적과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사갔던 여자애는, 그것을 자신이 질투하던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 여자애는 시험 첫날 복통을 이기지 못하고 교실에서 배설물을 싸게 되는데, 그 일로 그 여자애는 자살을 하고, 시나몬 쿠키를 샀던 여자애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는 애초에 마법의 쿠키를 사갈 때, 모든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조건도 잊고 막무가내로 위저드 베이커리 탓을 했다.

 

어쨌든 점장은 빵집을 그만 둘 시기가 왔다는 것을 느끼고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지막 주문은 15살에서 20살 사이의 남자에게 해를 가하는 부두인형을 주인공의 새엄마였던 배선생이 주문한 것이었다. 점장은 그 마지막 주문인 부두인형을 가지고 주인공의 집으로 가려던 순간 경찰이 들이닥치고, 주인공에게 마지막 비밀의 쿠키 하나를 던져주고 도망치라고 말한다. 그 쿠키는 ‘타임 리와인더’였다. 타임 리와인더는 과거에 자신이 원하는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조건이 있다. 현재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 채로 과거로 가는 것이고, 한 번 과거로 간 뒤에는 다시 현재로 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타임 리와인더를 받아든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 충격적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의붓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하고 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배선생이 나타나 그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하지만 배선생은 주인공을 공격하려고 눈썹칼을 들고 달려들고, 그 순간 주인공에게 두 가지 선택의 결과가 펼쳐진다.

 

먼저 그 리와인더 쿠키를 다급하게 먹어버린 것에 대한 결말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나에게 아버지의 재혼 상대에 대한 사진을 할머니가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 사진들을 보면서 할머니가 추천한 선생님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아버지에게 싫다고 말한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후 아버지는 여자 아이를 성추행 한 것에 대해 구속을 당한다. 한편 주인공은 어떤 빵집을 지나는 중에 푸른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빵집 앞에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본다. 주인공은 그 빵집과 그 여자 아이를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아련한 느낌을 받게 되고 눈물을 흘린다.

 

한편 타임 리와인더를 먹지 못한 결말이다. 주인공에게 달려든 배선생 때문에 타임 리와인더 쿠키가 부서진다. 그 뒤로 아버지는 무희를 성폭행 한 것에 대해 징역 2년과 집행유에 3년의 선고를 받게 되고, 배선생과 무희는 집을 나간다. 주인공은 그후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는데, 어느날 어떤 손님이 빵을 하나 준다. 그 빵 뒤에는 위저드 베이커리라고 적혀 있었다. 주인공은 재빨리 뛰쳐 나가고 전철역 앞에서 그 빵집의 이름을 보고 웃음을 짓는다.

 

이 두 가지 선택에 대한 두 가지 결말에 대해,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은 없다. 다만 결국 어떤 선택이든 주인공 본인의 책임만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공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2. 감상

- 눈 앞에 펼쳐진 모든 상황이 모두 나의 잘못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상황이 자신의 잘못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인공처럼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났거나 어머니가 자살을 한 것 등등에 대해 자책할 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앞으로 살아갈 문제들이 해결되는 건 없다. 결국은 홀로 부딪혀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잠시 피하거나 숨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언제고 다시 맞닥뜨릴 것이고 그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책은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동화처럼 해피엔딩과 권선징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잔인한 느끼마저 든다. 하지만 또 그게 진정한 현실임을 알려주고, 눈을 피하지 말고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것 이상을 원하면, 결국은 또 다른 더 큰 문제와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는 마법의 힘을 빌리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마법과 같은 좀 더 쉽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힘을 빌린다. 예를 들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지 않고 훔친다든지, 아니면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는 등의 일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쉽게 얻은 것들은, 결국 많은 것들을 나비효과처럼 변화시킨다. 그리고는 작은 불이 큰 불이 되는 것과 같이, 급격하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번져나간다. 요즘 몇몇 유명인들이 어릴 때 저질렀던 학교 폭력 등으로 인기가 추락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의 상황은 힘들지만 그것을 결코 본인이 추후에 책임질 수 없는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지금은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꿋꿋하게 책임질 수 있는 선택만 하라는 것이다.

 

-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 책은 어떤 틀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결과에서 맞는 선택이든 틀린 선택이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결과의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재에 멈추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을 행동으로 옮겨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열린 결말을 두고 있지만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 모든 걸 잊고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살아온 그대로 내일을 살아가는 선택을 한다고, 그 선택이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하고 그것이 삶의 이유이기도 할 뿐이다.

 

- 트라우마는 기회일 수 있다.

주인공에게 빵은, 어머니가 자신을 전철역에 버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중 먹었던 빵 때문에 기절을 했고,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다시 만난 어머니와 아버지의 다음 행보 또한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빵에 대한 그러한 큰 트라우마로 빵을 멀리하기만 했다면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재탄생의 장소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새어머니가 밥을 안 줘서 선택의 여지 없이 빵집을 간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빵집이 아니라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을 사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가기 시작했다고 해도, 어쨌든 결국은 그 빵에 대한 트라우마를 빵으로 극복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가진 어떤 어릴 때의 나쁜 트라우마에 위축되기만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배트맨>에서처럼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했을 때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처럼 때로는 우리도 어떤 트라우마를 피하기보다 그 트라우마 속으로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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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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