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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딸
제인 셔밀트의 미스테리 소설 『사라진 딸』. 완벽해 보이는 가족의 이면에 숨은 단절과 십 대 소녀의 숨기고 싶었던 비밀, 커져버린 거짓말, 그로 인한 엄마의 심리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15살 난 딸, 나오미가 사라지고 난 후 엄마인 제니의 회상과 현실이 오가면서 흐름을 따라가던 독자들은 과연 제니가 행복한 가정의 책임감 있는 엄마가 맞았는지 의심하게 된다. 나오미라는 막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성공한 의사 부부인 제니와 테드. 어느 날 저녁, 나오미는 학교 공연을 마치고도 한참 지났을 시간인데 집에 오지 않았고, 나오미의 실종을 둘러싸고 온갖 미디어와 경찰의 관심이 쏟아지지만 1년째 행방은 묘연하다. 그러던 중 제니의 마음 속 깊숙이 하나의 의문이 싹튼다. 내 딸 나오미는 과연 납치된 것인가? 혹시 스스로 가족을 떠나 버린 건 아닐까? 의문을 품은 제니는 속속 딸에 대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발견해 가는데…….
저자
제인 셔밀트
출판
북플라자
출판일
2016.09.01

 

1. 들어가는 말

같은 땅, 같은 환경에 심어진 씨앗도 모두 다르게 자란다. 마찬가지로 같은 가정에서 같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도 모두 다르게 자란다. 누구는 작은 사랑에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누구는 큰 사랑에도 작은 사랑만 받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또한 나쁜 가정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하는 아이도 있고, 좋은 가정 환경에서도 나쁘게 성장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다만 아이가 잘 자라든 잘 못 자라든 부모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보통 부모는 아이가 엇나가거나 엇나간 탓을 부모에게 돌릴 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 책은 딸이 사라진 사건을 중심에 놓고 한 가정 전체와 엄마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다. 그래서 사라진 딸을 추적해 가는 과정 때문에 미스터리 스릴러나 추리 소설로 볼 수도 있지만 세부적인 심리 묘사를 보고 있으면 특정 장르 하나로만 묶기 힘들다. 그만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2.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은 공공 보건소 여자 의사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다. 주인공의 남편도 신경외과 의사이다. 주인공이 보통 일반 진료를 하는 것에 비해 남편은 큰 수술을 많이 한다. 그래서 주인공보다 상급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로 추정된다. 주인공의 자녀 구성은 쌍둥이 아들과 그 밑으로 딸이 있다. 아들은 쌍둥이이지만 그 성향은 무척 틀리다. 소설 중에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명확한 언급은 없지만 인물 묘사로 볼 때에 이란성 쌍둥이로 추정된다. 한 남자 아이의 이름은 테오이고, 다른 남자 아이의 이름은 에드이다. 테오는 성격이 밝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여동생 나오미와 자연의 어울림을 찍은 사진으로 상도 받는다. 반면 에드는 사춘기적 성향을 드러낸다. 주인공의 말로는 어릴 때에는 안 그랬다고 하지만 17살의 에드는 반항기 있고 비밀도 있으며 쌍둥이 형제 테오에 대한 질투심도 있다. 그 다음 두 살 아래의 15살 여동생 나오미는 밝고 명랑하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지기 전후로는 주인공이 느끼기에 무언가 변화가 시작된다.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사건은 막내 딸 나오미가 실종되는 것이다. 나오미는 학교에서 연극 공연 중이었는데, 금요일에 진행되는 마지막 공연을 하지 못하고 목요일 공연 이후로 사라진다. 주인공과는 그날 저녁 11시 30분까지 귀가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주인공은 깜빡 잠이 들어서 그 시간을 지나치고 주인공의 남편인 테드도 그날따라 늦게 귀가한다. 그래서 목요일 저녁이 아닌 금요일 새벽에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한다. 나오미 실종 사건에 대한 설명은 조금은 복잡하게 시간을 섞는다. 그래서 사건 발생 전후의 이야기와 사건 발생 1년 후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나온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 크게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경찰은 나오미 실종 사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한다. 단순 가출일 수도 있고, 계획된 가출일 수도 있으며, 충동적 납치나 살인일 수도 있고, 계획된 납치나 살인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나오미의 가족과 주변 인물부터 단계적으로 조사해 나간다. 관련 용의자들은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 테오의 경우는 나오미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사진을 찍을 때 마지막에는 누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여동생에 대한 어떤 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나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그 사진을 찍을 때 나오미의 친구인 니키타가 있었고, 테오가 그 어떤 외설적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다. 게다가 테오는 나중에 동성연애자라는 것도 나온다.

다음 에드의 경우는 나오미가 목요일 공연을 마치고 나올 때 자신이 나오미를 데리고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는 것 때문에 의심을 받는다. 그런데 에드는 혼자서 집으로 귀가한 것이 증명된다. 다만 엄마의 왕진 가방에서 의료용 약을 훔쳐서 마약류인 케터민으로 바꾸는 데에 사용한 것이 드러난다. 그 때문에 학교를 쉬고 약물치료 요양원에서 생활하다가 나온다.

다음 아이들의 아버지인 테드도 의심을 받는다. 나오미가 실종된 날 테드는 저녁 늦게까지 수술을 했다고 처음에 말한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것은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간호사와 바람을 펴 왔다는 것과 나오미가 실종된 날은 그 간호사의 집에 도둑이 들어서 그 간호사 집에 머물다가 늦게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 때문에 주인공은 테드와 이혼하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별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다음 주인공이 진료했던 아이의 아버지가 의심을 받는다. 그 아이는 제이드인데, 온 몸에 멍이 들어서 주인공에게 왔다. 주인공은 가정 폭력을 의심해서 상급 병원에 진료를 의뢰했는데 백혈병으로 밝혀진다. 그런데 그 제이드의 아버지는 자신들을 가정 폭력범으로 의심한 것과 제이드의 백혈병 진단이 늦어져서 치료를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주인공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나오미가 실종된 날 제이드의 아버지는 제이드를 간호하느라 병원에 계속 머물러 있었음이 밝혀진다.

다음 사건 조사의 중간에 제임스라는 학생이 등장한다. 그는 나오미가 주인공의 별장으로 함께 놀러간다고 했던 학생이다. 그리고 스스로 경찰로 와서 자백을 한다. 자신이 나오미와 사귀는 사이였고 성관계도 했으며 나오미를 임신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 말고 나오미가 만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게다가 주인공은 나오미가 끼고 있던 반지가 제임스에게 받은 게 아니고 의문의 남자에게 받은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추가로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만 모두 알리바이가 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주인공이 별장 생활을 하는 중에 옆집 할머니와 친해지게 되고 그 손자인 댄이라는 학생도 나오는데, 무언가 의심스러운 느낌을 주는 듯 하다가 결국 사건과는 아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정리된다.

한편 나오미의 일기장에는 의문의 표시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J는 제임스로 밝혀지고, K는 나오미가 아빠인 테드의 병원에서 실습할 때 빼돌린 캐터민이라는 마약류의 약으로 밝혀지는데, XYZ라고 써 있고 Y에 하트가 그려진 것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것은 요스카라는 사람의 첫 글자임이 밝혀진다.

요스카는 주인공이 제이드라는 아이를 진료하기 전에 봤던 사람이었다. 사건 담당 경찰인 마이클이 나오미가 캐터민을 팔았다는 것을 알고 마약 관련 범죄자의 명단을 뽑아오고 주인공이 그 명단에서 요스카라는 이름을 기억해 내면서 구체적으로 조사가 들어간다. 요스카는 주인공의 남편인 테드가 의료 사고를 일으켜 죽게 한 여자 아이의 오빠였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복수를 준비한다. 그는 먼저 에드에게 마약을 권해서 약물 중독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나오미에게도 복수를 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결국 나오미와 사랑에 빠지고 도망을 치게 된다. 즉, 나오미 실종 사건의 결말은 나오미가 납치된 것도 아니고 살해당한 것도 아니고 단순 가출도 아닌 계획된 연인과의 도주였던 것이다.

이렇게 사건이 해결되는 결정적 증거물을 발견한 것은 주인공이다. 나오미와 요스카의 연관성을 찾아내야 요스카를 공식적으로 검거할 수 있는데 그 증거를 처음에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오미의 학교에 찾아가고, 공연장 개보수 공사를 위해 치워진 마대 자루 안에서 나오미가 입었던 드레스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 드레스에서 나오미의 DNA와 요스카의 DNA를 함께 추출하면서 두 사람의 연관성이 밝혀진다. 결국 요스카 검거 작전이 펼쳐지는데 요스카는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서 즉사한다. 그리고 나오미는 이미 한참 전에 출산 후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출산한 아이도 감염이 되어 죽은 것으로 나온다.

주인공은 자신의 딸이 비참하게 살해되거나 납치된 게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다가 죽은 것에 그나마 안도한다. 그리고 딸과 아기가 묻힌 곳이라도 알기 위해 요스카의 가족들이 머문 집시 야영촌을 방문한다. 거기서 아기를 안고 떠나는 요스카의 동생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그 요스카의 여동생이라고 한 여자와 그 여자가 안고 있는 아기가 주인공의 딸인 나오미와 그 손녀가 아닐까 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물론 저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자신의 시야에서 그 두 모녀가 사라졌다고만 말한다. 다만 요스카의 여동생이라고 했던 여자의 이름이 케리스인데, 이는 웨일스식 이름이고 그 뜻이 ‘사랑’이라고 언급하면서 책이 끝난다. 그래서 혹시나 요스카의 여동생이라고 나온 여자가 주인공의 딸인 나오미가 아닐까 추정해 보았다.

 

3. 감상 및 맺음말

책은 딸을 잃은 엄마의 슬픔과 남은 자식들에 대한 마음, 남편에 대한 마음, 그리고 자신이 관계 맺었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런데 마지막 증거가 발견되고 사건이 정리되는 것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 엄청 늘어지게 심리 묘사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건들이 훅훅 정리되어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견에서는 이 책의 결말이 시시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결말을 제외하고라도 그 과정의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구체적 감상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주인공이 사회 생활을 안 하고 가정 주부였다면 아이들이 좀 더 잘 컸을까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은 전문직 여성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도 있다. 또한 가정 주부나 누구의 엄마로만 불려지는 것을 꺼린다. 책 내용 중에 에드 문제로 학교 선생님과 통화할 때, 선생님이 아이 엄마라고 하자 자신은 아이 엄마가 아니고 닥터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자신이 한 가정에서 엄마이자 아내인 것을 넘어 사회 속에서 확고한 위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 주인공이 만약 가정에만 머문다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 본인 생각에는 좀 더 아이들과 대화하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잘 관찰했을 것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 성향에 가정 주부가 된다면 오히려 아이들이 더 숨막혔을 것 같다. 에드는 주인공이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구분을 둔 규칙만 늘어놨고 그것을 관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주인공이 집에만 있었다면 더 많은 규칙과 규율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의 교육적 성과로 승화시키려 했을 것이다.

둘째, 아이들의 보호와 독립에 관한 문제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끝까지 보호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찍부터 독립을 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런데 보호와 독립은 절대적 시점이 있는 게 아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것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고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도 없다. 그래서 어느 시점, 어느 부분까지 보호해줘야 하고, 어느 시점, 어느 부분에서는 독립심을 가지고 나아가게 해야 하는지는 답이 없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연습이라는 것도 없다. 한 번 템포가 어긋나버리면 원상복구가 힘들다. 따라서 바쁜 와중에도 규율을 통해 아이들을 통제하려 했던 주인공을 무작정 탓할 수 없다. 또한 주인공보다 더 늦게 집에 들어오고 아이들과 덜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오미와 더 많은 비밀을 공유했던 테드가 무작정 옳다고 할 수도 없다. 특히 세 아이 중 테오는 같은 환경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성장했다. 물론 그의 성적 정체성이 에드의 약물 중독이나 나오미의 가출처럼 가정 문제의 결과물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테오는 누구도 속이지 않고 아무것도 감추지 않으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 물론 나오미도 가족들을 속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독립된 행복의 길을 선택했다. 에드도 애정결핍과 질투의 감정이 있어서 약물에 빠졌고 엄마에 대한 원망이 있었지만 또 나름의 성장을 이루어 냈다. 따라서 보호와 독립의 문제는 답이 없는 만큼 주인공이나 테드를 함부로 비판하기도 힘들다.

셋째, 나오미가 온 가족을 속이고 야반도주를 할 정도로 가정에 문제가 있었냐는 것이다. 나오미는 상당히 일반적인 맞벌이 부모를 두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모두 전문직 의사다. 또한 오빠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나오미를 사랑했다. 그 누구도 가정폭력을 행사하거나 어떤 성적인 문제로 나오미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또한 주인공을 비롯한 나오미의 아빠인 테드도 항상 대화를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주인공은 나오미가 사라지기 전에도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언질도 없이 사라졌다. 15살의 나이면 그러한 행동이 부모에게 얼마나 큰 대못을 박는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물론 미성년자가 성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도망치는 것을 부모님이 환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요스카는 집시 떠돌이 남자이면서 마약류를 파는 범죄자다. 그만큼 더더욱 두 사람의 사랑을 부모님이 지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부모님이 납치나 살해와 같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게 만들지는 않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언론을 통해서도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는 부모님들의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살아서 잘 있다라는 정도의 메시지는 충분히 부모님에게 보내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 내용을 토대로 볼 때 나오미가 결코 부모에게 한이 맺힐 정도의 학대나 차별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저자 입장에서는 중상류층의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아이들은 일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조금은 너무 극단적으로 내용을 설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그나마 수습하기 위해 테드가 바람핀 것을 나오미가 눈치 챘다는 정도의 내용을 첨부했지만 역시나 그것만으로 나오미의 극단적 일탈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딸이 실종됐을 때 엄마의 감정이 어떨까는 공감하면서 느낄 수 있지만 현실적 개연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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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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