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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는 27살의 젊고 발랄한 여성 과학도가 일반 독자들에게 요즘 주목받는 생물학 관련 키워드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써내려간 과학 에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열린 글쓰기, 우리들의 피부에 와닿는 친근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생과 노화, 비만, 진화, 유전자, 탄저균, 인공 생명 등 각종 생물학적 주제들을 관련 그리스 신화와 연결지어 흥미롭게 설명한다. 더불어 성장호르몬과 노화, 비만과 유전자, 성의 선택, 난자와 정자의 판매, 피임, 성적 정체성과 우리 사회의 관용성, 동성애와 성적 자유, 환경 호르몬, 광우병과 탄저균, 장기 이식, 인공 생명, 복제 동물과 인공 장기 등 TV, 신문 등 매체에서 자주 다루었던 생물학 분야의 다양한 키워드들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생물학 주제들을 그리스 신화와 각종 영화, 일러스트들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이은희
출판
궁리
출판일
2002.07.18

 

1. 들어가는 말

과학은 과학을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학에 대한 연구는 결국 일상 속에서 그 연구의 결과물을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우리가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전공자가 되어 과학을 깊이 연구하기 위함 이전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과학적 작동 원리를 알기 위함이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는 좀 더 나은 일상적 선택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과학 중에서 생물학 분야와 관련하여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주제들에 대해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이 비단 과학의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분야와도 깊게 연관이 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샴 쌍둥이

샴 쌍둥이는 신체의 일부가 붙어서 태어나는 비분리 쌍둥이를 가리킨다. 이 명칭의 유래는 지금은 태국이지만 과거에서는 샴이라 일컬어지는 지역에서 최초로 기록된 형제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샴 쌍둥이는 챙과 잉 형제였고, 그 당시에는 두 사람을 분리 수술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에서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며 공연을 했고 두 자매와 결혼해서 아이도 얻었으며 63년 동안 잘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샴 쌍둥이를 분리할 수 있을 만큼 의학 기술이 발전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이 발전했다고 모두가 그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조디와 메리(가명) 자매의 부모가 그들이다. 조디와 메리는 앞서의 챙과 잉 형제와는 조금 다른 내부 장기 조직의 구성이 틀렸다. 챙과 잉이 몸은 한 몸이었지만 각자의 장기가 정상적으로 기능했던 것과 달리 조디와 메리는 메리의 심장과 폐가 기능을 멈춘 상태여서 조디의 심장과 폐로 함께 생존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어릴 때는 그나마 조디의 장기로 함께 생존할 수 있지만 성장할수록 그 장기에 무리가 오면서 결국은 둘 다 죽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의사들은 분리 수술을 통해 건강한 조디만이라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가톨릭 교회 신자여서 아이들을 분리하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니기에 둘 다 죽어도 분리 수술은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논쟁은 전국민의 논쟁으로 확장됐고 결국 나중에 영국 법원까지 나서서 분리 수술을 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부모는 그 이후에도 계속 반대를 하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포기하게 되고 분리 수술을 통해 메리는 죽고 조디는 살리게 된다.

 

이처럼 과학의 문제는 단지 과학에만 머물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과학은 인간이 만든 학문이고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학문인 만큼 결국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만든 다른 모든 부문과 연관성을 갖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발전한 과학 기술이라고 판단이 되어도 그 기술을 모두가 선택하고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함께 이 지구에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또 각각의 존재는 자유 의지가 있는 별개의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3. 성별을 조절할 수 있는 생명체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최근까지도 아들을 선호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다가 아들이나 딸이나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문화로 바뀌었고, 이제는 아들이든 딸이든 많이 낳을수록 혜택을 주는 식이 되었다. 이처럼 출산 조절과 성별 문제는 인간에 있어 혼자만의 선택이 아닌 외부적 요인과 문화적 요소 등이 함께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동물들은 보통 본능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한다고 들었다. 과하게 개체수가 늘어나면 먹이가 감소하는 문제가 생기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출산률을 조정하는 것은 국가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인간 또한 동물들처럼 살고 있다면 본능적으로 출산률을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더 신기한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어떤 생명체들은 본능적으로 성별까지도 조절하여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왕개미는 수개미와 일개미를 자기 개체의 필요에 따라 그 숫자를 조절하여 낳을 수 있고, 고릴라는 계급의 서열이 높으면 수컷, 계급의 서열이 낮으면 암컷을 주로 낳는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보면 일부의 생명체들에게서만 성별 선택을 통한 개체 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을 뿐, 실제로는 모든 생명체들이 기본적으로 성별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본능이 내재해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처럼 특정 성별만을 골라서 낳으려 하면 그 개체는 결국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간의 기술은 이제 단지 태어날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맞출 수 있는 것을 넘어, 과학적으로 애초에 남자나 여자를 선택하여 임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한다. 즉, 정자를 원심분리하여 원하는 성별ㅇ릐 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골라 인공수정을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특정 형질이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까지 골라서 낳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그에 따른 인간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또 그만큼의 문제와 논쟁 등도 함께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4. 인간만의 특이성: 트랜스젠더와 사랑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살아가는 중에 필요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성별을 살아가면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없다. 다만 수술을 통해서 성별을 나타내는 일부의 신체를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유전적 형질은 타고난 성별의 특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수술을 통하여 선천적 성별을 바꾼 사람들을 트랜스젠더라고 한다. 트랜스젠더는 유전자에 내재한 타고난 성별의 염색체까지 바꿀 수 없다고는 해도 본인들 스스로는 그러한 선천성과 별개로 정신적으로 다른 성별이라고 생각한다. 즉, 육체와 정신이 다른 성별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른 생명체와 인간의 차별성이 있다. 인간은 물질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물질의 그릇 안에는 정신이 내재해 있다. 그래서 물질적 특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타고난 본성 이외에도 자율적 의지에 해당하는 정신에 의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또 이 지점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2002년 7월에 성전환자의 호적 개정이 승인되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나마 조금씩 인간의 정신적 선택도 존중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폭행은 ‘강간치상죄’가 아닌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는 그 사람의 타고난 성별이 남성이었기에 나중에 수술을 통해 신체 구조상 여성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남성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어떤 자손 번식의 필요에 의해서 성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정신적 욕구 때문에 성별을 바꾸려 하지만 이 또한 사회적 인식의 벽을 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고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체계와 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별의 문제와 더불어 인간만의 또 다른 특이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표현한다. 사랑을 통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에 그러한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이 나오게 되고 거기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독을 일으키는 약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데 그게 채워지지 않으면 사랑도 식게 된다. 하지만 또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다른 사랑이 시작되지 않으면 중독성 약물을 끊었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사람도 이별에 대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에 반해서 동물들은 번식을 위한 일정 기간에만 사랑을 하고 그 시기가 지나면 서로에게 의미없는 존재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평생 사랑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이런 부분에서도 동물과 차이가 있다. 물론 사랑이 호르몬 작용이기 때문에 특별할 게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은 단지 번식만을 위해 사랑을 하는 게 아님을 따져본다면 결국 인간의 사랑은 물질과 정신이 혼합된 특이한 결과물인 건 맞는 것 같다.

 

 

5. 복제 돼지와 인공 장기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보편적인 욕망이다. 그래서 의료 기술의 발전도 단지 질병이나 부상의 치료를 넘어 궁극적으로 생명 연장을 목표료 한다. 그런데 모든 생명체는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어떤 식으로든 노화가 진행되고 쇠퇴한다. 하지만 병이 들고 퇴화하는 신체 장기의 일부를 건강한 다른 장기로 대체할 수 있다면 좀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장기 이식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심장이나 간, 신장 등의 장기 이식은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기 기증과 이식은 한계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장기를 찾기도 힘들지만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눈을 돌린 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게 돼지라고 한다. 인간의 유전자와 가장 많이 일치하는 침팬지의 경우는, 그 장기의 크기가 작아서 사람에게 이식을 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돼지의 경우 침팬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인간의 유전자와 유사하고 장기의 크기도 인간 장기 크기와 유사하여 이식 후 효율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돼지는 아기를 많이 낳는 동물인 만큼 인간의 장기와 매칭률만 높일 수 있다면 장기의 공급에 있어서도 충분하다.

 

하지만 인간끼리 장기 이식을 해도 거부반응이라는 것이 생기는데,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게 되면 이러한 거부반응이 더 커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돼지의 장기가 인간의 몸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면역 억제제 투여나 유전자 조작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기계로 만든 인공 심장이나 인공 신장의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고, 나아가 다른 장기들도 기계나 인공 유기체 생산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들었다. 더불어 어떤 다큐멘터리에서는 3D 프린터로 그 사람의 세포를 증식하여 필요한 장기를 찍어낼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한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돼지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다른 부문에서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돼지를 죽이지 않고도 인간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이 생명 연장을 위해 신체의 여러 부분을 다른 기계나 생명 조직으로 대체해 가기 시작한다면, 순수한 인간 종은 서서히 사라져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장기 이식을 통한 생명 연장은 큰 돈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차별도 심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어떤 특정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면 또 그에 따른 새로운 기회도 생기지만 많은 논쟁과 문제도 함께 따름을 알 수 있었다.

 

 

6. 맺음말

이 책을 보면서 기술 개발이 필요는 하지만 또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역사를 진행시켜왔고 앞으로도 그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특별할 게 없었지만 나름의 특별함으로 존재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한 분야의 특출한 우수성' 대신 '전 분야를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다양한 반응에 대응하는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말했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의 동물이다. 다만 그 가능성 안에는 절대적 참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 것 또한 인간만의 가능성이자 의무이고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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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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