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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기가팩토리 네바다까지, 가장 원시적인 곳에서 발견한 최첨단의 세계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이 여섯 가지 물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물질로 암흑기에서 현대의 고도로 발달한 사회로 인간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하고, 집과 빌딩을 지으며,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을 만들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 물질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물질의 세계》 저자이자 영국의 저널리스트 에드 콘웨이(Ed Conway)는 우리가 알지 못했고 볼 수 없었던 물질이 가진 경이로운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무더운 유럽의 가장 깊은 광산부터 티끌 하나 없는 대만의 반도체 공장,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소금호수까지. 전 세계 곳곳을 탐험하는 과정 속에 인간의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줄 대체 불가능한 여섯 가지 물질의 비밀이 밝혀진다. 물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놀랍도록 복잡한 제품으로 탄생할까? 여섯 가지 물질의 여정이 만들어가는 기적적인 과정과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물질의 새로운 세계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저자
에드 콘웨이
출판
인플루엔셜
출판일
2024.03.08

 

1. 서두

우리는 지금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을 지나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산업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물질보다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몸값이 높은 고급 인재들을 보면 하드웨어 전문가보다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많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심리적 착시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하드웨어 전문가나 하드웨어 전문가들이 다루는 물질을 무시할 수 있을까. 우리가 최첨단이라고 여기는 반도체나 스마트폰, AI 컴퓨터 등은 특출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그 근간에는 물질이 있다. 즉, 물질이 이 세상을 이루는 바탕이고 생각과 아이디어는 그 물질들의 조합을 통해 좀 더 다채롭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물질을 무시하고는 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세상의 최첨단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적인 물질이 우리가 익히 알고 사용해 온 물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 대표적 물질인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이라는 여섯 가지 물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한다.

 

 

2. 본문

1) 모래

모래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이다. 우리가 너무 흔하기 때문에 물과 공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처럼 모래 또한 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물질이다. 그런데 모래는 이미 르네상스 발생에 큰 역할을 했다. 모래를 통해 만들어낸 거울과 유리 제조 기술은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계몽사상과 산업혁명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그 유리 제조 기술을 크게 염두하지 않았던 중동과 중국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사실을 보면, 중동과 중국의 수학과 과학 지식은 한때 유럽을 크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사소해 보이는 모래라는 물질 하나로 큰 역사적 흐름의 줄기가 바뀐 것이다.

더불어 모래는 비단 르네상스 시대의 유리 제조 기술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 로마 시대에 지어진 각종 건물과 항구 등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고 여전히 그 유산이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데, 그 콘크리트 또한 바로 모래를 근간으로 한다. 더불어 그 먼 과거부터 사용된 모래는 현재의 최첨단 제품의 물질적 근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이다. 그래서 저자는 모래가 없다면 결국 지금의 최첨단 사회도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내용을 보면서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보물이 되기도 하고 쓸모없는 먼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래가 이 정도로 우리 삶을 전방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을 알고나니 모래를 통해 만들어진 주변의 물건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2) 소금

예전에 어떤 역사책에서 소금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해온 특수 물질이라는 내용을 보았다. 국가가 관리할 정도이고 소금을 장악한 세력이 결국은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됐던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볼 때 소금의 중요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금 또한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고 각종 음식을 만들 때, 너무 쉽게 쉽게 사용한다.

 

이 책에서는 소금이 단순히 우리가 익히 아는 음식의 간을 맞추고 보존 기간을 늘리는 정도로 사용되는 게 아님을 알려준다. 소금은 치료를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화약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어 생명을 파괴하기도 한다. 특히 소금은 식량 대량 생산을 위한 근간이 되고, 최근에 개발된 코로나 백신 뿐만 아니라 많은 의약 재료에도 소금이 사용된다.

 

이처럼 소금의 다양한 활용에 대한 내용들을 보면서 왜 소금이 이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물질인지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우리가 오랜 역사 속에서 사용해 오던 일상적 물질들이 시대의 과학 기술 발전과 더불어 계속 새로운 활용법을 개발해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는 아마도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들에는 여전히 무한한 활용의 영역이 남아있음을 뜻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활용법을 먼저 발견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철

철은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오는 중에 전쟁의 주도권과 국가 권력의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철은 그 시대의 변곡점에서만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삶의 근간이 되고 있다. 철은 전쟁 무기를 생산하기 위함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평생 15톤의 철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의 일환으로 철강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포항제철을 시작으로 이제는 포스코가 된 세계적인 철강 기업을 갖게 됐고, 그러한 기간 산업 육성으로 다른 산업의 동반 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런데 각국은 지금도 철강업을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보호 육성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언론에서는 우리나라나 중국의 철강 회사의 가격 경쟁력에 밀린 미국의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미국 정치인들의 관련 정책들에 대해 보도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철광석이라는 광물에서 철을 추출하고 다양한 용도로 제련하는 것이 비단 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철을 녹이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수이고 그 강도를 높여서 강철로 만들기 위해서는 또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연료의 발견과 사용이 뒤따르게 됐고, 이는 나무에서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래서 철광석을 모든 나라가 보유한다고 해도, 그 철광석을 순도가 높고 강력한 물질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그렇게 결국 철이라는 물질 하나를 통해 동반 성장하는 많은 산업들이 생기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 구리

구리는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속담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물질인 것 같다. 왜냐하면 구리가 겉으로 보이게 사용되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무 피복 이나 다른 커버 안에 감추어져 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다른 근간이 되는 물질들처럼 구리도 우리의 일상 전반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지금 시대에서는 대부분의 동력원이 전기이고, 그 전기를 이 세상 곳곳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구리이다. 그런데 구리가 지금 시대의 전력망을 통한 연결의 근간이 되는 물질이지만, 또 그 역사가 짧지 않다. 청동기 시대의 바로 그 청동이 구리와 주석을 합친 것이기 때문이다. 구리는 철보다 추출 온도가 낮았기 때문에 철기 시대 이전에 더욱 보편적으로 사용되었고, 다른 물질들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용도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이 구리의 추출 능력이 오른 것과 반비례하여 구리 광산의 생산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구리는 땅에서만 채굴되는 광물이 아닌 심해에서도 채굴되는 광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자원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해양 국경에 대한 분쟁과 재정의가 따르게 됨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내용을 보면서 심해 광물 채굴이 이제는 석유를 넘어 다른 자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지상의 자원 고갈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심해 채굴은 지상 채굴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그 과정에서의 기술 격차로 인한 국가 간 경쟁력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5) 석유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발전은 보통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인류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또 그 편리함 만큼이나 새로운 문제들을 양산한다. 물질도 과학과 기술 발전과 함께하기 때문에, 결국 물질 또한 인류와 지구에 양면적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 석유는 특히 애증의 물질이다. 인류가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의 55퍼센트가 석유와 천연 가스라고 한다. 그만큼 포기할 수 없는 연료가 석유이다. 그런데 또 이 석유와 천연 가스 등의 화석 연료는 대기 오염과 더불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그래서 병주고 약주는 물질이 되는 것이다. 이에 각국에서는 점진적으로 화석 연료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 비율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국가적 협력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 때문에 기후 협약 같은 노력들이 종종 무의미해지는 것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보게 된다. 즉, 화석 연료 생산과 유통이 산업의 큰 근간을 차지하는 국가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명목으로 쉽게 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저개발 국가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화석 연료 사용이 제한됐을 때 경제 발전이 극도로 위축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향후에도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경이적으로 낮아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처럼 물질 하나 속에는 단지 그 활용을 넘어 많은 정치적, 철학적, 과학적, 사회적 문제들이 담겨있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교묘하게 얽혀있어서 무언가 명쾌한 교통정리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한편에서는 눈앞에 뻔히 빙하가 보이는 중에도 빠르게 배를 피할 수 없어 충돌하고 침몰한 타이타닉의 상황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즉, 인류는 눈앞에 큰 위기를 인지하고도 어쩔 수 없이 눈치만 보다가 결국 한 번에 자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6) 리튬

리튬은 위의 다섯 개의 물질과 달리 최근에 각광받는 물질이다. 그런데 늦게 등장한 것에 비해 위의 다섯 개 물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휴대용 기계와 전기 동력 장치를 편리하게 구동시키는 2차 전지의 핵심 물질이 바로 리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이 리튬을 비롯한 2차 전지에 사용되는 특수 물질들에 대한 자원 확보와 자국 자원의 보호에 관한 기사들이 종종 보인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 혁신과 도약을 위해 리튬 자원의 확보는 필수인 것이고, 그 리튬 자원의 활용에 있어 기술력이 없는 국가는 적어도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판매하려 하며, 아예 자원도 없고 활용의 기술력도 없는 국가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국가에 암묵적으로 종속되어 간다.

 

이 리튬에 관한 내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상황이 여전히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는데, 여전히 선진국들의 뒤에 있지만, 앞으로도 선진국들을 완전히 넘어설 수 없는 새로운 무언가가 계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완벽한 기술 주도권을 갖추고 다른 나라를 상대할 수 있는 시대의 도래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선진 기술 개발에도 계속 노력해야 하겠지만, 적절히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자원이 확보될 수 있는 외교적 수완도 있어야 함을 느꼈다.

 

 

3. 맺음말

20세기의 급격한 경제발전과 기술발전 속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던 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인류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상상력만 있다면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영원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류는 인류의 발전이 물질을 근간으로 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 물질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제 경제와 기술 발전의 이면에 물질의 고갈이라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음을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상상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현시켜줄 물질이 없다면, 그 상상력은 진짜 상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물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무언가 좀 시대에 역행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난 후 우리가 어쩌면 기술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의 미래가 상당히 암울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에서 많은 전쟁이 필수 물질의 확보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원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 이면에 존재하는 물질 고갈이라는 현실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어쩔 수 없는 많은 분쟁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이러한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게 함에도 불구하고, 물질을 통한 인류의 흥망성쇠를 보여줌으로써 나름의 준비와 노력, 그리고 시도 등을 해 볼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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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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