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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알쓸인잡〉의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이 5년 만에 신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원자에서 인간까지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리학자에게 세상은 차갑게만 보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김상욱이 과학의 언어로 그리는 세상은 그렇지 않다. 그는 말한다. 물리학자에게 사랑이란 필연의 우주에서 피어난 궁극의 우연이라고. 이보다 멋지게 과학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저자는 기본 입자와 원자에서 시작해 존재의 층위들을 하나하나씩 밟아가며 물질과 생명,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조망하며 차갑게만 느껴지던 우주가 물리학자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한 소년의 지적 호기심이 물리학에서 화학과 생물학, 그리고 인문학으로 확장해간 김상욱의 지적 세계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우주와 우리에 대해 현대 과학이 도달한 지점을 한 권의 책에서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이 알아야 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교양을 제시한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경계를 넘은 좌충우돌 여행기이자,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도책입니다.” ─ 저자 서문
저자
김상욱
출판
바다출판사
출판일
2023.05.26

 

1. 들어가는 말

과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지질학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야가 나누어져있다고 해서 서로의 분야에 대해 단절되어 독립적 연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 속에 화학이 있고, 화학 속에 물리학이 있는 식으로 얽히고 설켜서 결국은 과학을 이루고 이 세상에 대한 이해의 방식을 제공한다. 이는 마치 의학에서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결국은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인간의 몸을 연구하는 것으로 수렴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것은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존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렇게 쌓인 많은 정보의 토대 위에 현대 문명이 있고 우리가 있다. 이처럼 긴 세월을 인류와 함께 한 학문이기에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과학 중에서 물리학은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수학을 근간으로 하는 만큼 전공자가 아닌 이상 제대로 그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은 이 세상을 이해하는 여러 방식 중의 대표적인 한 가지이기에 우리는 어떻게든 그것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다행히 이 책의 저자인 김상욱 교수님은 일반인의 눈높이로 과학을 통한 세상 읽기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인가

이 책의 제목은 윤동주의 유명한 시 제목을 차용한다. 과학이 유물론이라면 시는 관념론이다. 과학도 물론 인간의 전유물이지만 존재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기에 동물의 감각이나 사고 방식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는 철저히 인간적인 것이다. 어떤 감상을 이야기하고 상징과 비유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가 시의 제목을 차용한 것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과학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의 연장선 상에 있다. 다만 저자는 물리학자답게 시의 제목에서도 과학과의 연관성을 본다. 그래서 저자는 하늘은 우주와 법칙이고, 바람은 시간과 공간이며,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고, 인간은 다시 이 세상과 상호 관찰자와 피관찰자가 되어 이 세상을 구성한다. 나아가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에는 원자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3. 원자에서 인간, 그리고 우주

원자는 이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그리고 우리 몸과 물질을 이루는 원자핵은 변하지 않는 물질의 토대가 되고, 별의 원자핵은 쪼개지고 합쳐지면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과 같은 핵분열과 핵융합 반응의 결과이다. 그래서 결국 이 세상은 원자들의 역동적 결합과 분열의 반복적이고 유기적 과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이 원자에서 시작하고 원자로 수렴된다고 해서, 원자 단위에서의 이론이 다른 층위를 이해하는 이론과 동일하지 않다고 알려준다. 즉, 원자에서 분자, 분자에서 물질, 물질에서 생명, 생명에서 인간의 존재로 계속 층위가 오르고 확장되지만 층위가 오를 때마다 계속 새로운 특성들이 창발하면서 각 층위를 이해하는 고유의 이론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원자들이 또 이 세상의 전부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이 세상의 질량 총합은 동일하게 유지될 건데,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렇게 단순화한 질량의 수치화만으로 이 세상 전부를 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의 틀을 넘어서야 하고 당연히 과학의 틀 전체도 넘어서야 함을 강조한다.

 

 

4. 원자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 현대문명의 흥망성쇠

현대 문명은 원자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원자를 이해함으로써 19세기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컴퓨터, TV, 플라스틱, 스마트폰 등을 만들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원자에 대한 이해로 만들어낸 것들로 삶의 편리함을 이루기도 했고 평균 수명을 연장하기도 했지만 또 더 큰 대규모의 파괴와 생존에 대한 위협도 만들어냈다. 특히 각종 원자에 대한 이해로 만들어낸 폭탄들은 이제 지구를 몇 번씩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밑바닥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깔고 발전된 문명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저자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과 기후 변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던 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항상 일정량의 강수량을 유지했던 지역에 무더위와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원래 기후에 적응해 살던 생물들의 생태계에 교란이 오면서 극심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다만 지구의 생명체는 몇 번의 대멸종과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았고 진화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대멸종의 시기에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각종 자연재해를 통한 대멸종의 시기가 도래한다면, 결국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또 인간이 지구에 새로운 숙제를 낸 만큼, 또 인간이 그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 그런데 그 해결의 키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의 영역만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해서 많은 학문에 대한 포괄적 이해와 각 학문 간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 맺음말

저자는 존재하는 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물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측량하고 정량적으로 다룰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사랑, 정의, 점성술, 시, 문학, 무속 등등 결코 물리의 영역에서는 다룰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인지혁명을 통해 이러한 허구의 영역을 창조하고 문명을 건설하였음을 강조한다. 즉, 실재와 허구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고 실재만 있고 허구는 없는 것이 아니라 허구가 있기에 실재가 있고 실재가 있기에 또 허구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음과 양의 개념이나 동전의 양면, 또는 수학으로 치면 실수와 허수처럼 하나의 짝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원자를 비롯한 물리학의 편협한 영역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개념 확장이 이루어지고 그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면 저자는 물리학자이지만 또 철학자이고 문학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물리학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감상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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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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