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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우리는 낯선 사람이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표정이나 행동, 말투를 통해 그에 관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가 속한 세계를 보지 않는다. 당신이 이런 전략을 사용해 낯선 사람을 오해한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타인의 해석』은 소통과 이해’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범한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전략의 수정을 제안한다. 왜 우리는 타인을 파악하는 데 서투른가?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고, 판사는 ‘죄 지은’ 사람을 석방한다. 믿었던 외교관은 타국에 ‘기밀’을 팔고, 촉망받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에게 ‘사기’를 친다. 눈앞의 단서를 놓쳐서 피해가 커진 범죄부터 피의자가 뒤바뀐 판결, 죽음을 부른 일상적인 교통단속까지,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진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이런 사례를 통해 타인과 상호작용할 때 저지르는 오류를 조목조목 짚은 다음, 그 이유를 인간 본성과 사회 통념에서 찾아내고,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0.03.23

 

1. 들어가는 말

자신이 자신을 평가할 때에는 보통 사람들을 잘 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평가할 때에는 그 사람이 사람을 잘 볼줄 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안목과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안목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실제 객관적 자료를 보면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고 오류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부분에 대한 증거를 보여준다. 특히 우리가 사람들을 잘 볼 줄 알 것이라고 평가하는 많은 전문가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많은 사람을 보는 안목의 문제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위 말하는 전문가 집단의 오류는 한 일반인의 오류에 비해 그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왜냐하면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자신의 틀로 보는 세상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잘못 파악하는 이유는 보통 사람의 주관성에 기인한다. 즉, 자신의 생각의 틀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의 앎의 척도가 다르고 무언가를 안다고 말해도 그 적용에 있어 상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은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표현보다는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본다.’ 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책에는 첩자를 잘 찾아낼 것 같은 정보국 사람들이 얼마나 큰 실수들을 저지르는지, 그리고 범죄인들을 잘 파악하여 적절한 형량을 선고할 것 같은 판사들이 얼마나 엉뚱한 결정을 하는지, 오래 정치를 해 왔고 정부의 대표가 된 사람이 얼마나 다른 정치인이나 지도자를 판단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들을 보다보면 애초에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거나 아니면 그러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AI의 판결이나 투자 종목 선택, 환자의 질환에 대한 판별 등이 인간보다 더 오류가 적었다는 각종 기사들을 보면 큰 결정에 앞서 사람은 갈수록 잘 발달된 AI 기술에 의존해 갈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AI도 오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람과 동일하게 충분한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적어도 사람에 비해서 최대한 판단의 주관성을 배제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판단보다는 좀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 다른 형량이 적용되는 많은 판사들의 주관적 법 해석들을 보면, 차라리 AI가 판결하여 같은 기준에 대한 동일한 판결이 이루어질 때, 판결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좀더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3. 타인에 대한 오해의 전문적 이유

저자는 타인을 파악함에 있어 사람들이 오류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진실기본값 이론’ 이다. 이는 애초에 타인은 정직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소아성애자로 밝혀진 풋볼팀의 코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판결이 나기까지 16년이 걸릴 정도로 복잡한 사안이었는데, 이 결정의 긴 시간 이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실제 우리의 일상 속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우리의 자녀를 어떤 학원에 맡길 때, 그 학원 선생님이나 감독이 범죄를 저지를 것을 앞서 걱정하지는 않는다. 일단 어떤 제도권의 틀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은 믿고 맡기게 된다. 더불어 그렇게 제도권의 틀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극히 일부가 범죄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과 결정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확률적으로 유의미한 오류가 없다면 일단은 긍정으로 보고 움직이게 된다. 이는 뇌의 활용에 있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기도 하기에 사람의 태생적 본응이 된다. 따라서 저자도 이러한 사람의 본능적 특성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아무리 인상이 좋고 설득력있게 말을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의 본질까지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항시 염두해 두고, 크게 어긋난 상황이 생기기 전에 나름에서의 방어적 준비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투명성 관념 맹신’ 이다. 이는 타인의 겉에 보이는 태도와 그의 내면이 일치할 것이라 착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히틀러와 체임벌린의 예가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전에 영국의 수상이었던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대규모 침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신호들이 있어 직접 그를 만나러 독일로 날아간다. 그리고 히틀러를 직접 만나본 후 그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협약들을 일부 어긴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전쟁보다는 평화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체임벌린은 더 이상의 확전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히틀러는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이는 결국 체임벌린이 히틀러의 겉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그의 내면을 추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체임벌린 본인이 원했던 평화적 해결을 기반으로 히틀러를 바라봤기 때문도 있다. 즉, 자신이 평화가 유지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애초에 그것을 전제로 히틀러를 만났고, 공교롭게도 히틀러 또한 평화를 추구한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자기 확신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도 종종 이러한 일들을 접한다. 예를 들어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를 혼낼 때, 선생님은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제로 아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 아이가 빠르게 사과를 하면 일단은 더 이상 문제삼기보다는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그 아이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결코 진실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객관적 증거들이 있어도 추가적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는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판사들이 각종 판결에 앞서 피의자가 제출한 반성문을 참작하여 판결을 내릴 때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투명성 관념 맹신’ 이라는 것은 결국 일단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보려는 마음이 전제되어 있고, 문제를 키워서 번거로워지는 것보다는 현상유지를 통한 수월함을 추구하려는 본능적 이유도 더해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결합성 무시’ 이다. 이는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을 가볍게 보면서 생기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이 처한 주변 정황이나 환경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직접적 행동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서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살 방지 구조물 설치에 대한 여론 조사를 했는데 4분의 3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러한 구조물 설치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왜냐하면 어차피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은 금문교에서 자살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다른 자살 방법을 선택해서라도 자살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살방지 구조물 설치가 효과가 있었고 자살률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더불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특정 환경과 상황 속에서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통은 생각한다. 그래서 경찰이 순찰을 돌 때, 특정 지역만 집중 단속하기보다는 관할 지역 전체를 순회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순찰을 할 때 범죄률이 더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결국 어떤 사람의 행동이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의 행위만 단편적으로 놓고 보기 때문에 판단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4. 맺음말

이처럼 저자는 많은 예시들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타인을 판단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저자는 누군가를 판단할 때 알아야 할 단 하나의 확실한 진실은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통해 볼 때, 모른다는 걸 아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사람이 종종 누군가를 판단함에 있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그러한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객관적 방법들을 찾고 적용해 가면 된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도 속속 사람의 판단과 AI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AI가 더 객관적이기 때문에 AI로 일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무조건 기계적 판단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판단의 결정에 있어 애매한 구간에 있는 경우나 아니면 단순히 객관적 데이터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적 요소들이 작용하는 경우, 또는 위에서도 예를 든 맥락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따라서 사람과 AI의 판단이 균형있게 반영되어 결정될 때, 완전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는 않겠지만 AI의 무미건조한 기계적 판단에 유연성을 부여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각 개인들 또한 단편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만으로 누군가를 파악했다고 확신하지 말고, 중요한 사람의 경우는 계속 관찰을 하면서 추가적인 정보들을 취합해야 하고, 언제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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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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