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https://youtu.be/v9c3cAHeyyM

 

 

이성을 잃은 사람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

- 빈 배와 뱀의 뇌 -

 

주변으로 많이 보이는 대표적인 동물로는 개와 고양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두 동물은 그 특성이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꼬리를 흔드는 것은 개에게는 반가움의 표시이지만 고양이에게는 공격의 전단계이거나 경계와 긴장의 반응입니다. 또한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서 개는 다가오거나 또는 공격을 가하지만 고양이는 오히려 도망치고 거리를 둡니다. 그런데 이 반대의 특성 때문에 두 동물의 경계심을 낮추는 공통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움직임을 멈추는 것입니다. 반려견이 나오는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개가 공격적 반응을 보일 때에는 등을 보이고 도망치지 말고 차라리 멈춰서 움직임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는 공격 본능이 줄어들고 관망하다가 다시 자신의 길을 가게 됩니다. 한편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 고양이의 경계심을 푸는 법도 같습니다. 그대로 멈춰서 고양이를 향한 시선을 거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사람과의 거리를 더 벌리지 않고 멈추게 되고, 서서히 경계심을 풀게 됩니다. 동작을 멈추는 것은 기운의 상호작용을 멈추는 것입니다. 개에게는 공격의 대상, 고양이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장자의 외편에서 산목편을 보면 ‘허주’ 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허주’는 빈 배를 의미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장자로 번역한 내용도 있고 그냥 일반 뱃사공으로 번역한 내용도 있는데 대략 그 의미는 공통적으로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지나는데 또 다른 배가 그 사람의 배에 와서 부딪힙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화를 내려고 그 배를 쳐다봤는데 그냥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빈 배였습니다. 그렇게 혼자 화가 난 자신의 모습이 강물에 비춰진 것을 보면서 그 사람은 머쓱해져서 다시 갈 길을 갑니다. 그런데 만약 그 배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비키라고 소리를 치거나 왜 똑바로 안 보고 배가 충돌하게 하냐고 화를 내거나 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분노가 솟구치고 무언가 공격적 반응을 하는 것은 내가 있고, 또 거기에 반응할 다른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장자의 이야기로 심오한 무아론까지 나아가기도 하지만, 굳이 그렇게 어렵게까지 의미부여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일상적인 처세의 방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자신이 누군가에게 화가 솟구치거나, 역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을 때 ‘빈 배’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반응을 멈추고 마음을 비운다면 훨씬 순리적으로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크 고울스톤은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라는 책에서 인간의 뇌는 세 개의 층위로 구분된다고 말합니다. 제일 겉에는 인간의 이성의 뇌가 있고, 그 다음은 포유류의 뇌, 그리고 제일 깊은 곳에는 뱀과 같은 파충류의 뇌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일 깊이 있는 파충류의 뇌, 즉 뱀의 뇌는 어떤 가치 판단이나 감정적 교감의 역할보다는 철저히 생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뇌의 진화에 있어 가장 초기 단계의 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부의 것들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그것은 공포, 불안, 방어와 생존을 위한 공격성 등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뱀의 뇌가 반응하게 되면 중간의 포유류의 뇌나 가장 바깥의 인간의 뇌는 그 작용을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인간 사회는 이성을 베이스로 한 언어로 소통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뱀의 뇌가 작용함으로써 인간의 뇌가 작용을 멈추면, 그것은 결국 인간다운 대화나 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본능적 공격성이 솟구친 사람이나 극도의 불안과 공포심, 경계심을 갖는 사람을 말로 설득하려 하거나 동일하게 뱀의 뇌가 되어 같은 반응을 보이려 하면 상대방의 뱀의 뇌의 작용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는 포유류인 개와 고양이도 인간의 뇌는 없지만 자신들의 포유류의 뇌 안에 생존을 위한 파충류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본능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미러링 전략을 이야기합니다. 즉,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뱀의 뇌가 전면에서 작용하던 사람이 포유류의 뇌를 거쳐 다시금 인간의 뇌가 작용하면서 비로소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추기 위해서는 마치 장자의 ‘빈 배’ 이야기처럼 먼저 멈추어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빈 배에게 화를 내고 혼자 머쓱해지는 것처럼 상대방도 경계심과 공격성이 사그라들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공감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위치한 포유류의 뇌는 감정을 주관하기에 분노의 감정도 발생시키지만 상대방에 대해 감정적 공감을 해 주면 마음으로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교감이 됩니다. 그 다음에서는 함께 인간의 뇌의 단계에서 이성적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빈 배가 되어 상대방을 비추고 공감하는 것은 모든 관계 개선과 설득의 만능키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가장 순리적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방법은 자신의 본능과 마음을 다스려서 상대방에 의해 자신이 상처입지 않게 해 줄 수도 있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빈 배가 된다면 상처입을 대상도 상처입힐 대상도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777lili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