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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Dxal3HIOtE

 

 

위험은 사람의 감정 속에 있다.

- 말콤 글래드웰, 대럴 허프, 모건 하우절 -

 

 

위험은 예측하기 어렵고 설령 예측하고 있다고 해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어떤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앞서 위험 신호들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험 신호들을 감지하고도 위험이 실제 발생하기 전에는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벌어질 일은 어차피 벌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그 이면에는 보통 사람들이 각종 위험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번거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추구하려 하고,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감정적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이라는 책에서 다른 사람은 나를 파악하는데 어렵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파악하는데 수월하다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근거없는 믿음이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 집단에서도 나타나고 위험으로 이어짐을 보여줍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영국의 수상이었던 체임벌린은 군비 확장과 더불어 대규모 점령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히틀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독일의 뮌헨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히틀러의 환대를 받고 즐거운 담소를 나눈 뒤 뮌헨 협정을 체결하고 유럽의 평화가 지속될 것임을 선언한 후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1938년 9월 뮌헨 협정이 체결된 뒤 6개월 후에 독일은 체코슬로바키아를 완전 병합하고, 1년 후에는 폴란드 침공과 함께 본격적인 2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열리게 됩니다. 체임벌린은 영국에 돌아와서 히틀러가 결코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면서 영국 국민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처칠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히틀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확신했고 체임벌린이 속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 지금까지도 체임벌린의 무능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체임벌린만 비난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1차 세계대전의 피해와 피로감을 겪었던 유럽 사람들은 또 다시 대규모의 전쟁이 발발하여 큰 피해와 일상의 번거로움이 생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히틀러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체임벌린의 평화 협정을 환영했습니다. 만약 체임벌린이 처칠을 비롯한 위험을 경고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시체제로 전환했다면, 과연 국민들은 환영했을까 의문입니다. 전시체제로의 전환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위험을 위해 많은 대피 훈련과 동원령, 군비 증강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또한 실제 전쟁이 난 것 만큼 일상이 잠식되고 번거로움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에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정보 속에서 과연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정보를 수용하여 오랜 시간 평범한 패턴으로 유지되던 일상을 뒤엎고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선택을 결정하는 지도자와 그것을 만장일치로 환영하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나 40년간 광야를 방랑하면서 직면한 많은 유대인들의 비난과 반발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한편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많은 위험 상황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주관적 감정이 아닌 많은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게 발달한 것이 통계 분석입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객관적 숫자를 다루는 것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주관적 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대럴 허프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 라는 책에서 통계의 거짓에 속지 않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는 역으로 통계가 얼마나 거짓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 방법은 ‘첫째, 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봐야 한다. 둘째,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조사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빠진 데이터는 없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 보아야 한다. 넷째,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닐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살펴 봐야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조사해라.’ 라는 것입니다. 이 방법론 속에는 역시나 숫자를 다루는 사람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취합했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은 존재하고 역시나 사람의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건 하우절은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에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위기 사건에 대해 말합니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 3일 전까지 모든 데이터는 양호했다고 합니다. 재무 건전성도 좋았고, 자기자본비율도 이전 분기보다 높은 안정된 수치였으며, 이는 금융 호황기였던 2007년보다 높았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살아남은 골드만삭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보다도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데이터가 나온지 단 3일만에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하고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유일하게 변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였음을 모건 하우절은 지적합니다. 즉,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의 감정이 집단적으로 변화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숫자를 제일 잘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NASA에서도 모든 리스크를 상정하고 플랜 A부터 플랜 C까지 만들면서 대비하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주 작은 실수나 아주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로켓 발사가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작은 실수나 작은 부품’이라는 표현도 결국 사람이 ‘굳이 그런 부분까지 번거롭게 따져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사람의 감정적 안일함의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더불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많은 사람들이 체임벌린의 안일함을 비판했지만,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체임벌린과 비슷한 맥락의 판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 안에는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즈가 1944년 말 미국의 아이젠하워 사령관이 각종 데이터 분석과 합리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히틀러가 곧 항복할 것이라 판단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자살하기 전까지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오판을 한데 대해 그 이유는 히틀러의 광기까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그 어떤 합리적 분석 자료가 있다고 해도, 그 합리적 자료로는 사람의 감정이 얼만큼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볼 때 우리는 그 어떤 미래에 대한 대비도 없이 손 놓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건 또 아니라 생각합니다. 위험을 예측하려는 노력, 위험을 알리려는 노력, 위험을 대비하려는 노력 등이 또 실제 발생한 위험 앞에서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위험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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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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