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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op79v4H4q1Y

 

 

창의적인 사람들을 구체적 현실로 이끄는 사람들의 특성

- 거트루드 스타인과 버니바 부시 -

 

잘 합쳐지지 않는 두 물질을 합치기 위해서는 촉매제가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특히 그 각각의 특성이 극단적일수록 촉매제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예술계에서 20세기 초반에 그러한 역할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거트루드 스타인입니다. 우디 앨런이 감독한 ‘미드나잇 인 파리’ 라는 영화에서도 그녀가 등장합니다.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주인공이 파리에서 헤밍웨이를 만나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데, 헤밍웨이는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한 번 작품을 보여주자고 말하면서 그녀의 살롱으로 그를 이끕니다. 이 영화의 내용처럼 그녀는 자신의 집을 사교의 장소로 만들고 많은 예술인들과 더불어 정기 모임과 파티를 하면서 현대 예술의 부흥을 이끌었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부유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자신의 오빠들과 더불어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습니다. 그리고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의사의 길을 걸을까 하기도 했지만 보수적이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당시의 의료계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의 오빠인 레오와 함께 프랑스의 파리로 건너가 자리를 잡습니다. 처음에는 오빠인 레오와 함께 미술품을 수집하였지만 나중에는 미술품 취향에 있어 차이를 느끼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더불어 그녀는 미술품 수집과 함께 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녀의 문학 작품은 당대에 나름의 독창적 문체로 인정을 받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녀의 능력은 본인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평가하는 안목이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위에 언급한 헤밍웨이 뿐만 아니라 스콧 피츠 제럴드, 헨리 밀러, 존 스타인벡, 윌리엄 포크너, 에즈라 파운드 등도 그녀의 살롱을 자주 방문하였고 거트루드 스타인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으며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그녀는 작가이면서 미술품 수집가였던 만큼, 많은 미술가들 또한 그녀의 살롱의 단골 방문객이었습니다. 마티스, 피카소를 비롯하여, 살바도르 달리, 세잔, 마네, 후안 그리스 등이 그들이었습니다. 특히 마티스와 피카소는 그녀의 살롱을 방문하여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각각 야수파와 입체파의 미술 사조를 이끌게 됩니다. 이처럼 그녀는 예술을 향유하는 일반 대중과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예술가들 사이에서 조화로운 현실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각각의 예술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듦으로써 그들의 창의적 생산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녀가 이러한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첫째,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한 그녀의 막대한 유산이 있었습니다. 자본은 현실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적 요소이면서 새로운 생산적 시도를 할 수 있는 근간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어떤 주도적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인이 돈이 많거나 적어도 많은 자본을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의 기본적 전문성입니다. 특정 그룹은 그들만의 생각의 방식과 대화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따라서 예술가 집단이라는 특정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그 분야의 전문성은 필수입니다. 그런 면에서 거트루드 스타인은 본인 스스로가 작가이면서 예술품 수집가였기 때문에, 전문적 덕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사교성입니다. 보통 전문성이 과도하게 발달하면 혼자 고립되어 움직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고립되어 움직이면 나름에서 혼자만의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룰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 자극과 정보는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거트루드 스타인은 본인 스스로의 사교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개성있는 예술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네 번째로 필요한 것은 틀을 깨는 행동력입니다. 본인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나오는 과감함이 없다면, 역시나 어떤 새로움을 이끌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거트루드 스타인은 본인 스스로 남성중심적인 그 당시의 의료계 분위기를 깨고 나왔고, 역시나 남자들이 주도하던 미술품 수집에 있어서도 여자로서 남자들을 넘어서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보수적 여성상에 대한 적극적 거부와 더불어 페미니스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는 샤넬이 패션에서 기존 여성 패션의 틀을 깬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파격적 성향의 영향은 그녀와 교류하던 많은 예술계 인사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들 또한 나름의 보수적 틀을 깨고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한편 예술계에 거트루드 스타인이 있다면 과학계에는 버니바 부시가 있었습니다. 거트루드 스타인이 자신의 집을 거점으로 예술계를 이끈 살롱 문화를 만들었다면, 버니바 부시는 미국 전체를 아우르면서 과학자와 정치인, 군인들의 사이를 조율했습니다. 부시는 터프츠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과 MI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MIT 교수로 재직 중일 때에는 아날로그 컴퓨터인 미분 해석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스스로가 과학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면서, 순수 과학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적 필요에 걸맞는 물건들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 비전과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특성으로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국가방위연구위원회의 의장이 되어 많은 군사 기술과 무기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구체적 목표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교성으로 많은 자본과 인력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비 바칼이 지은 <룬샷>이라는 책을 보면,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는 주변의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버니바 부시를 밀어줬다고 합니다. 또한 새로운 무기를 적용하는 데에 거부감이 많은 보수적인 군인들과 아무런 현실적 목표 의식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연구만 하려는 과학자들 사이를 조율하면서 적절히 필요한 무기를 개발함과 동시에 그 새로운 무기들이 바로 현장에서 군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오펜하이머가 중심이 된 맨해튼 계획의 큰 틀을 짜고 뒤에서 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레이더 기술의 개선, 음파 탐지기의 개발 등 많은 군사 무기 개발을 총괄하였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그가 군사과학기술에만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나름에서는 많은 자본과 인력을 집중시켜 필요한 연구를 진행했을 때, 그것은 1차에서 국방기술 강화를 통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결국 그 기술들이 다시금 실생활에도 적용되면서 생활의 편리성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그렇게 과학 기술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큰 틀을 짰습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1945년 7월에 그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과학 발전 방안에 대한 서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과학 - 그 무한한 프런티어> 라는 제목의 보고서인데, 이 보고서를 근간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 중 성취된 과학적 성과를 최대한 신속히 전파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인가?, 질병 퇴치에 있어, 의학 및 관련 과학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조치는 무엇인가?, 민관 연구와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지원하는 데 있어 연방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과학계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과학 기술 연구와 그 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큰 틀을 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거트루드 스타인과 버니바 부시의 행적을 통해 볼 때, 다양한 창의적 생각들이 구체적 현실이 되어 하나의 새로운 광범위한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과 사교성, 그리고 강한 신념과 행동력을 가진 중심 인물이 존재해야 하고, 여기에 기본적으로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큰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그러한 큰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어떤 분야나 어떤 조직에서든 이러한 중심이 되는 인물을 발굴하여 상황을 조율하고 이끌도록 한다면, 많은 진보적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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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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