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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l62ZfkWbes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완숙미가 생기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또 그렇게 켜켜이 쌓인 경험이 다시금 자신의 발목을 잡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처럼 오래된 것은 결국 새로운 것에 자리를 물려주게 됩니다. 아이들과 동일한 새로운 게임이나 운동을 같이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어른들이 좀더 앞서가는 것 같지만 금새 아이들이 따라잡고 역전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 감각이 무디어진 것도 있지만 보통은 몸과 마음의 유연성이 떨어져 같은 패턴을 고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로마의 본토인 칸나이에서 경험이 쌓인 강력한 군대, 주변의 지형을 이용한 군사 배치, 적의 공격 전술을 예측한 대응 전술 운용, 전투 이전에 적의 사기와 체력을 꺾기 위한 식수 수급 방해, 적이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도록 한 전투 시간 선정의 디테일 등을 통해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한니발의 경험 많은 군대가 신병이 많았던 로마 군대를 상대로 망치와 모루의 전술을 정석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카르타고 본토인 자마에서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게 자신이 칸나이 전투에서 사용한 망치와 모루의 전술에 그대로 당하면서 패배하게 됩니다.

 

자마 전투의 패배 원인은 칸나이 전투에서와 달리 한니발의 부대는 자신의 정예병 일부를 제외하면 경험많은 군사들이 적었습니다. 또한 칸나이 전투 때와는 달리 강이나 숲의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니발은 스키피오가 카르타고 본토를 넘어오기 전에 이미 히스파니아 전투에서부터 카르타고 부대가 자주 사용하는 코끼리 부대에 익숙해 있었고, 코끼리 부대를 상대로 이긴 경험도 있었으며, 그 이후로 코끼리 부대를 상대하는 전술이 더욱 진화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또한 스키피오의 군대가 연이은 전투로 경험이 쌓였고, 기세가 올랐다는 점도 간과했습니다. 그래서 한니발은 중앙에 코끼리 부대를 배치하여 스키피오의 중앙 보병대를 흔들어 시간을 벌려 하였고, 양쪽의 기병대가 스키피오의 군대를 포위하면 최종적으로 자신의 정예병과 더불어 승리를 쟁취하려 했지만 실패하게 됩니다. 한니발의 전술을 예측한 스키피오는 가볍게 전면에서 달려오는 코끼리 부대를 중간 중간 틈을 내어 흘려보냈고, 양측면에 있던 기마부대는 한니발의 기마부대를 압도하여 결국은 스키피오가 한니발이 잘 사용하는 전술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승리했습니다.

 

 

비슷한 예로 로마의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마지막으로 치른 전투인 파르살로스 전투가 있습니다. 폼페이우스는 많은 전쟁 성과를 통해 군사적 천재로 불리우기도 했지만 이미 히스파니아 내전에서 마리우스의 부관이었던 세르토리우스에게 마치 어린 아이와 어른의 싸움처럼 심하게 유린당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실패 경험 이후 폼페이우스는 더더욱 군사적 우위를 확실히 점한 상태이거나 자신이 전략과 전술에서 우위에 있는 상태가 아니면 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파르살로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는 지금의 알바니아에 해당하는 디라키움 지역에 방벽을 세우고 해상권을 장악한 뒤 확실한 보급로를 확보하고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편 카이사르는 보급이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대로 시간이 지연되면 패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다행히 폼페이우스에게 가담한 원로원들이 느긋하게 시간을 끄는 폼페이우스를 보면서 빨리 전쟁을 끝내라고 압박했습니다. 아마 원로원들은 자존심 강한 폼페이우스에게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겁먹은 것처럼 카이사르를 상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자극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폼페이우스도 카이사르와의 전면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원로원의 압박과 군사적 천재로 불렸던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폼페이우스 나름에서 믿는 구석도 분명 있었습니다. 일단 카이사르보다 군대 규모도 컸고, 다수의 원로원들에게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적 명분도 있었으며, 카이사르와 함께 2인자 역할을 하며 기마대를 이끌고 갈리아 전쟁을 수행한 라비에누스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보병의 규모 뿐 아니라 라비에누스가 이끄는 기병대의 규모도 카이사르를 훨씬 더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가 자신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승리했을 때의 적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 자신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도 이기지 못했던 세르토리우스와 같은 부류이고,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아마 열악한 상황에서도 탁월한 전술과 임기응변으로 역전 승리를 이루었던 카이사르의 능력을 알았겠지만, 너무도 확실한 군사적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군사적 우위에서의 승리 경험만 생각하면서 애써 그것을 무시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폼페이우스는 파르살로스 전투에 임하여 가장 기본적인 모루와 망치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좌측에 배치했던 라비에누스의 기마대를 출동시켜 카이사르 부대의 우측 기마대를 무너뜨리고 뒤로 포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의 열악한 기마대가 라비에누스의 기마대를 직접 상대하여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카이사르는, 뒤로 포위하려 돌아오는 라비에누스의 기마대 쪽에 긴 창을 든 예비대를 몰래 배치하였고, 결국 뒤로 돌아온 라비에누스의 기마대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폼페이우스의 좌측으로 밀고들어가면서 상황을 역전시키고 승리했습니다.

 

 

한편 제갈공명은 유비가 죽음을 앞두고 마속은 말이 실제보다 과하니 중용하지 말라고 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속을 중용하여 중책을 맡겼다가 1차 북벌에서 실패하고 맙니다. 이는 제갈공명이 그간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도한 자기 확신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마속의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금 밑에 사람들을 다시 살피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죽음 이후에 위연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여 마대에게 위연의 목을 베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이세돌은 AI를 상대할 때 사람이 두는 바둑의 기본 패턴과 자신의 바둑 스타일을 이미 AI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전혀 생소한 한 수를 둠으로써 AI를 혼돈에 빠뜨리고 승리를 얻게 됩니다. 또한 사업 초반에는 독재적이었던 스티브 잡스가 중간의 실패와 수모를 이겨내고 돌아왔을 때에는, 부하 직원의 확신에 찬 강력한 주장은 주의 깊게 듣고 그 직원의 주장을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죽을 때까지 새로운 혁신을 이어갔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성공 경험은 나중에 완전히 어긋나기 전에 중간 중간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즉,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선택의 방식을 수정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고의 신호를 앞서 잘 수신하고 향후 선택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항시 자기반성과 더불어 비판받고 지적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실 나이가 들어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자신이 기존에 유지해 오던 성공의 패턴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를 인지하고 나서도 일반적인 습관을 바꾸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따라서 죽는 순간까지 위대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극소수인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만 나이들어서 기존의 패턴을 깨는 변화를 추구하라는 것은, 완전히 근본부터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끝의 일부만 바꿔도 된다는 정도로 생각을 하면 또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요리의 중심 재료는 같지만 작은 양념의 변화에 따라 전체의 풍미가 크게 달라지는 것과 같아서, 그 사람을 마주하는 사람에게는 큰 변화로 느끼게 할 수 있고, 다시금 승리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이 이미 인지할 정도로 자신만의 성공의 일반적 패턴을 확실히 만들어 놓고, 적들이 그 일반적 패턴을 깨기 위한 방책을 들고 나왔을 때, 작지만 변화된 한 수로 전체의 판을 뒤엎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경험의 완숙미가 쌓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합니다.

 

 

추가로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하면서 픽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에드 캣멀은 브레인트러스트라는 회의를 통해 성공 경험의 익숙한 패턴에 빠지지 않도록 독려했다고 합니다. 즉, 기존에 어떤 애니메이션이 크게 성공한 뒤에는 보통 그 성공 패턴을 답습해서 안정성을 담보하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심리인데, 그렇게 기존의 패턴을 답습하게 되면 완전히 망하진 않더라도 아주 탁월하고 새로운 결과물은 만들어낼 수 없고, 결국 그 다음으로는 서서히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레인트러스트 회의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을 선보였을 때, 여러 사람이 모여 가감없는 평가와 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회의 결과에 따라 거의 다 만들어 놓은 작품을 완전히 폐기하고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픽사는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애니메이션들을 선보였고 꽤 오랜 기간 성공 신화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결국 조직이나 사람이나 시간이 흘러 자신의 성공 패턴이나 습관을 깨는 것은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깨어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성공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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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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