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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OUSpNSrJ8NM

 

 

‘노인 빈곤율 OECD 1위인데, 연금에 투입하는 정부지출은 꼴찌 수준’ 이라는 얼마전 연합뉴스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갈수록 노인 인구는 증가하지만 그 생활은 버거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생활의 빈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 노인은 더없이 심리적, 육체적으로 소외되고 있기도 합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도 유명하지만 그 제목이 더욱 임팩트가 있기도 합니다. 제목만 보면 노인의 삶의 문제를 크게 다룬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은 스릴러입니다. 이 영화의 대사 중에 다음과 같은 게 있습니다.

 

 

동전 던지기로 선택과 결정을 하던 안톤이라는 인물이 르웰린의 부인을 죽이려 하자, “동전으로 결정을 못 해요. 결정은 당신이 해야죠.” 라고 말합니다. 이는 ‘결정하는 건 당신이지 동전이 아니에요.’ 라는 의미가 됩니다. 결국 노인을 위한 나라도 외부적 도움을 기대하거나 운에 맡길 수 없고, 동전 던지기처럼 자기 결정의 명분을 다른 대상에 미룬다고 해도 역시나 모든 것은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노인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노인들만을 위한 사명이 아니라, 어차피 언젠가 노인이 될 젊은 세대를 위한 사명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아무리 최첨단 정보화 시대라고 해도, 넘쳐나는 세상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것은 시간이 걸립니다. 슈퍼 컴퓨터에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다 들어있다고 해도, 그것을 소화하고 해석해 낼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됩니다.

 

 

그런 만큼 세상의 지식을 체화하여 지혜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긴 시간을 살아온 노인들만의 전유물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의 습득 속도에 있어 젊은 사람들이 더 빠를 수 있지만, 그 습득의 속도가 빠르다고 결코 인생의 답을 깨닫고 지혜로움을 얻는 속도 또한 빠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는 노인의 지혜가 담긴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이 세대를 초월하여 공감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 무용지용(無用之用)

‘무용지용’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이 됩니다. ‘쓸모 없음의 쓸모’로 보기도 하고, ‘쓸모없는 것도 쓸데가 있다.’로 보기도 하며, ‘쓸모 없음의 더 큰 쓸모’로 보기도 하고, ‘물건의 쓰임이란 쓰기에 달렸다.’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 의미의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어떤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쓰임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무용지용’의 지혜는 장자의 소요유에서 장자가 혜자와 나누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습니다.

 

 

먼저 혜자가 이야기합니다. 위왕이 자신에게 박씨를 주어 그것을 심었는데, 그 열매가 너무 커서 그 안에 물을 담아서 다니자니 너무 무겁고, 그것을 쪼개서 표주박을 만들랬더니 또 너무 얕고 납작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 박씨를 심고 열린 열매의 쓸모가 없다 생각하여 다 깨뜨렸다고 합니다. 이에 장자는 그렇게 큰 박이 있다면 그것으로 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면 되지, 그것이 얕고 평평하여 쓸데가 없다고 졸렬한 마음을 품냐고 타박합니다. 그러면서 ‘손이 트지 않는 약’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송나라 사람 중에 솜을 물에 빠는 일을 가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 작업을 할 때에 물에 닿은 손이 트지 않도록 하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한 사람이 그곳을 지나가가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만드는 비법을 백금을 주고 사겠다고 합니다. 이에 그 가족들은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그들은 대대손손 솜 빠는 일을 해 봤자 고작 몇 금을 손에 쥐는 정도인데, 한 번에 백금을 준다하니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으니까 그 비법을 팔자고 결정합니다. 그렇게 손 트지 않는 약의 비법을 얻은 사람은 오나라의 왕을 설득하여 물에서 전투를 할 때 사용하자고 말합니다. 오왕은 바로 그 약의 효용을 깨닫고, 그를 장수로 하여 한 겨울에 월나라와 수중전을 펼칩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승리한 그에게 오왕은 땅을 나누어주고 제후로 봉하게 됩니다. 똑같은 비법을 가지고 누구는 백금을 얻었지만, 또 다른 누구는 넓은 땅과 함께 귀족이 된 것입니다.

 

장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처럼 노인들이 긴 시간 쌓아온 인생의 비법은,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인생의 레시피를 팔아라.

치킨 프랜차이즈 KFC의 창업주인 할랜드 샌더스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릴 때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게 됩니다. 열여섯 살에 생계 때문에 나이를 속이고 군대에 입대하기도 했고, 병에 걸려 넉 달만에 전역한 후에는, 보험 판매, 타이어 판매, 페리선 장사 등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게 됩니다. 특히 지금 그의 모습을 본 뜬 조형물에 보이는 인자한 모습과 달리 그의 성격은 다혈질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시작해도 끝에서는 그 괄괄한 성격 때문에 틀어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 즈음에 적당한 돈이 모이자, 그동안 자신이 틈틈이 연구해 놓았던 요리법을 바탕으로 켄터키 주의 국도 옆 주유소 근처에 식당을 열게 됩니다. 식당은 그 국도를 지나면서 주유소를 이용하는 운전자들 덕분에 잘 됩니다. 또한 식당을 운영하면서 본인의 노하우를 더욱 갈고 닦아서, 빠르게 치킨을 튀기는 ‘압력솥 방식’을 고안했고, 그만의 독특한 ‘11가지 비밀재료’도 만들게 됩니다. 나아가 유명한 요리 평론가의 저서에 그의 식당이 소개되면서 켄터키 주를 넘어 미국 전체에서 유명한 식당이 되고, 그 당시 켄터키 주지사로부터 그의 평생의 예명이 되는 대령이라는 의미의 ‘커널’의 호칭을 받습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휘발유 배급제가 실시되고, 그의 식당 근처의 주유소 이용객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그의 식당을 지나는 국도를 대체할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식당에 화재까지 나면서 그는 65세에 식당을 폐업합니다. 그 당시 그에게 남은 재산은 월 105 달러의 사회 보장금과 낡은 트럭 한 대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본격적 인생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트럭을 몰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요리 비법을 팔았습니다. 물론 한 번에 기회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수백 번의 시도 끝에 웬디스라는 프랜차이즈 식당 창업주인 데이브 토마스에게 자신의 요리 비법을 팔게 됐고, 치킨 한 조각당 일부의 로열티를 받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후 샌더스는 사업가 피트 하먼과 계약하면서 비로소 KFC 1호점을 열고, 후라이드 치킨이 전국으로 뻗어나가게 합니다. 그후 KFC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고, 자신의 초상권을 쓰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KFC 매장 앞에 그의 얼굴이 새겨지게 됩니다.

 

샌더스처럼 나이가 들면, 어떤 식으로든 본인만의 인생 레시피가 생기게 됩니다. 그건 비단 요리법만이 아닌 삶의 노하우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는 장자의 ‘무용지용’의 가르침처럼 무가치할 수도 있지만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그 가치를 정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 같은 외부의 우연이 아닌, 본인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3. 붕정만리(鵬程萬里)

장자의 소요유에는 붕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북쪽 바다에 곤이라는 큰 물고기가 있는데, 그 물고기가 변하여 붕이라는 새가 됩니다. 붕은 때가 이르면 남쪽바다의 천지라는 하늘의 연못을 향해 날아가는데, 붕이 나를 때에는 파도는 삼천리를 치고, 바람은 구만리를 올라가며, 여섯 달을 난 뒤에 비로소 쉰다고 합니다. 그런데 얕은 물에는 배가 뜨지 않고, 큰배를 뜨게 하려면 그만큼 큰 물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붕새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큰 바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붕새에 대해 매미와 비둘기가 비웃습니다. 자신들은 힘차게 날아도 나무의 가지에 간신히 오르고 때로는 떨어지기도 하는데, 구만리나 높이 날아서 남쪽으로 간다는 건 터무니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곳을 가는 사람은 세 끼의 밥 정도면 충분하지만, 천 리 길의 먼 거리를 가는 사람은 석달 전부터 음식을 비롯한 많은 것을 준비해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매미와 비둘기가 모르는 것은, 큰일을 하려는 사람이 어느 정도 큰일을 마음에 품은 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큰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긴 시간 준비하고 기다리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릇의 크기는 세월의 시간과 함께 커질 수 있고, 그렇게 커진 그릇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기 위함이기에, 노인이 됐다는 것은, 결코 늦었다고 늦은 게 아니고, 소외됐다고 소외된 게 아니며,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인생의 기다림과 인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제 붕새처럼 더 높이, 만리를 날아갈 준비가 된 것입니다. 그 깊은 인생의 지혜를 젊은 세대들은 결코 전부 이해할 수 없습니다.

 

 

4. 소외된다는 것은, 더 크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

일본의 1935년생, 80대 여자 프로그래머가 있습니다. 와카미야 마사코라는 사람입니다. 노인들을 위한 앱 게임 개발자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원래 프로그래머 출신이 아니라 은행원 출신이었습니다. 은행을 은퇴한 뒤, 치매에 걸린 노모를 챙기게 되면서, 외부와의 관계 단절이 생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챙기고 외부와도 소통을 하기 위해 60이 넘어 컴퓨터를 배우게 됩니다.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까지만도 3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의 여유로움이 있었기에,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혼자 독학으로 컴퓨터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하고, 본인 스스로 노인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도 만듭니다. 또한 시중의 컴퓨터 책이 어렵다고 생각하여 직접 책을 저술하기도 하고, 노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엑셀을 활용한 디자인 기법인 ‘엑셀 아트’를 고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컴퓨터를 통해 날개를 얻은 체험담’ 이라는 제목으로 대중 강연을 하게 됩니다.

 

 

그후 그녀는 노인을 위한 앱 게임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앱 개발자에게 노인들에게 필요한 앱을 개발해 달라고 건의합니다. 그런데 그 앱 개발자가 직접 하시면 어떻겠냐고 권하게 되고, 연세 80이 넘어 앱 개발에 뛰어듭니다. 애플 앱 게임 개발을 위해, 애플 맥 PC를 따로 구입하고, 애플 앱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를 따로 배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앱 개발자에게 화상 통화로 꾸준히 자문을 구하고 노하우를 배우면서 반년의 시간을 매달립니다.

 

 

그렇게 ‘히나단’이라는 노인을 위한 앱 게임을 직접 개발했고, 미국 애플 행사에 초청되어 팀 쿡 회장이 직접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나이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소외됐다고 여겨질 수 있는 노인이기에, 오히려 더 큰 기회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나이가 들어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살아온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노하우와 지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도 자신이 그렇게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이유가,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사람들과 관계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위의 내용들을 통해 볼 때, 노인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은, 본인이 그동안 쌓아온 기술 뿐만 아니라 본인이 살아온 인생 자체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본인이 익히 해 온 분야이거나, 전혀 새로운 분야이거나,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분야라고 할지라도 인생을 살아온 지혜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 나름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젊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성과가 되고, 결국은 노인 스스로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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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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