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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KO7mN9qgrA

 

 

지금으로부터 대략 100년 전에 에펠탑을 팔아먹은 대범한 사기꾼이 있었습니다. 그가 사기치는 과정을 보면 요즘 시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사기의 절대 법칙’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수법을 보면 역으로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의 여러 금융 상품 및 일반 상품 판매의 마케팅 기법과의 유사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기본 원리가 동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선을 크게 넘으면 사기가 되고, 적당히 선을 지키면 마케팅이 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빅토르 루스티히로 체코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특히 외국어에 능통하여 모국어인 체코어 이외에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이탈리아어도 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똑똑함이 선을 넘었는지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훔치고 남을 속이는 것을 통해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험심이 있고, 아슬아슬한 긴장의 상황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그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을 때의 희열감 때문에, 집중해서 한 건의 사기를 치고 그렇게 번 돈으로 향락을 즐긴 뒤, 또 다른 사기를 치는 반복적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조작된 카드 게임, 지폐 위조, 가짜 경마, 가짜 부동산 거래, 가짜 위조지폐제조 기계 판매 등등 이미 화려한 전적을 자랑했고, 유럽을 거쳐 미국에서도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한 건을 크게 하고 편한 여생을 보내겠다는 계획과 함께 동료였던 댄 콜린스를 동반하고 파리에 옵니다.

 

첫째,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둘째, 최대한 화려하고 격식을 갖추는 것입니다.셋째, 영향력 있는 사람을 섭외합니다.

 

1925년 파리의 고급 호텔에 묵던 중 신문 기사에서 에펠탑의 관리 예산 부족으로 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내용을 보게 됩니다. 이 기사를 본 루스티히는 현재에도 프랑스의 몇 안 되는 팰리스 등급의 호텔로 유명하고 그 당시에도 이미 유명했던 끄리용 호텔의 회의실을 예약합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하고 위조한 행정사무용지에 에펠탑 철거와 관련한 내용과 입찰 참가를 요청하는 내용을 타이핑 한 후, 위조한 관인 도장도 찍고, 위조한 행정 봉투에 넣어서, 자신의 동료인 콜린스가 정부 담당기관의 특사인 것처럼 꾸민 후 6개의 업체에게 그 서류를 직접 배달합니다. 그 업체는 건설업체라는 말도 있고 철거와 고철 판매상이라는 말도 있는데, 대략 그런 류의 회사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루스티히는 그 6개의 대표를 끄리용 호텔 회의실에 모이게 한 후 자신을 에펠탑 담당 부국장이라고 소개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화려한 언변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고급 리무진에 태워서 에펠탑의 구석구석을 돌며 철거 관련 정부 계획을 그럴듯하게 설명합니다.

 

넷째, 특정인들에게만 알려주는 고급 정보임을 강조합니다.다섯째, 시간이 촉박함을 강조합니다.

 

 

루스티히는 에펠탑의 철거 계획이 알려질 경우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과 반발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저녁에 모여 현장 시찰을 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고,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다음날 아침까지 입찰 서류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요즘도 잘 사용하는 VIP 마케팅이나 절판 마케팅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여섯째, 집중할 대상을 정하고, 이왕이면 뒷탈이 없을 사람일수록 좋습니다.

 

루스티히는 워낙 사기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여섯 명의 업체 사장 중 사기당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한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앙드레 푸아송’이었는데, 다른 업체들보다는 규모가 작았다고 합니다. 그 사장은 나름에서는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회사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업체여서, 어떻게든 에펠탑 철거 사업권을 따낸 뒤 더 큰 규모로 사업 확장도 하고 인지도도 높이고 싶었습니다. 그 만큼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간절하게 욕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다른 큰 업체의 사장들도 회의에 참석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미 루스티히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을 것입니다. 더불어 루스티히도 이 사람이 제일 적합한 대상이라는 것을 회의와 시찰을 이어가는 중에 이미 느꼈을 것입니다. 보통 관심이 큰 사람은 본인이 최대한 티를 안 내려 해도, 이미 많은 부분에서 상대방이 눈치채게 만들기 마련인데, 루스티히는 이미 사기 전문가 중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앙드레 푸아송의 적극적 관심을 읽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그를 집중할 대상으로 정하고, 조용히 나름의 여지를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키피디아 내용을 보면 앙드레 푸아송과 사적 미팅을 이어갔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확신이 선 앙드레 푸아송도 은밀히 루스티히에게 내일까지 입찰 보증금을 마련해 오겠다고 말합니다.

 

일곱째, 마지막 의심을 잠재울 평범할 수 있지만 확실한 한 방을 준비합니다.

 

한편 앙드레 푸아송의 이야기를 들은 그의 부인은 그렇게 큰 규모의 국가 사업이 비밀리에 진행도는 것을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루스티히는 그 어떤 추가 자료를 따로 보여주지도 않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인물을 섭외하지도 않았으며, 앙드레 푸아송을 안심시키기 위한 장황한 설명을 더 늘어놓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아주 평범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바로 적정 금액의 뇌물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사기치는 사람이 뇌물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상상 밖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앙드레 푸아송과 그 부인은 정부기관의 부정부패를 욕하면서도 정부기관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앙드레 푸아송이 제안한 입찰 금액은 100만 프랑이었고, 25만 프랑을 입찰 보증금으로 루스티히에게 선지급했습니다. 루스티히는 입찰 보증금과 뇌물로 받은 돈까지 알차게 챙겨서 오스트리아로 도망갔습니다. 앙드레 푸아송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을 안 뒤에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신의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이고, 그에 따른 손해가 더 클 것이라 여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알려진 건, 루스티히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또 한 번 에펠탑을 팔아먹기 위해 다른 업체들을 섭외하고 사기를 친 뒤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사기를 당한 사람은 앙드레 푸아송과 달리 곧바로 신고를 했고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물론 빅토르 루스티히는 두 번째로 에펠탑을 판 뒤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에게도 사기를 치기도 했는데, 마지막에는 위조지폐를 만들어 5년 가량 사용하다가 잡혔습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교도관에게 사기를 쳐서 한 번 탈옥을 했다가 다시 잡혔고 1947년에 감옥에서 폐렴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루스티히의 사기 방법을 다시 정리하면, 첫째,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진실은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된 진실이면 더 좋습니다. 실제 지금도 신문사의 광고란을 이용하거나 사실 같은 기사를 게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사기가 아닌 일반 마케팅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둘째, 최대한 화려하고 격식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신뢰감을 높여주게 됩니다. 그래서 호텔을 활용한 각종 설명회는 역시나 지금도 활용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셋째, 영향력 있는 사람을 섭외합니다. 그 영향력 있는 사람이 사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사람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더욱 쉽게 사기칠 수 있습니다. 넷째, 특정인들에게만 알려주는 고급 정보임을 강조합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자신은 선택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다섯째, 시간이 촉박함을 강조합니다. 사람들끼리 경쟁을 붙이고 큰 결정은 빨리 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상황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사실 애초에 비밀 정보임을 강조했기 때문에, 상황 검증을 제대로 하기도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믿거나 안 믿거나 둘 중의 하나일 뿐인 것입니다. 여섯째, 집중할 대상을 정하고, 이왕이면 뒷탈이 없을 사람일수록 좋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사기치려 하거나 너무 큰 거물을 사기치려 하면 아무래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은 많지만 어리숙한 사람이나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는 사람, 또는 꽤 돈을 벌었지만 아직은 신생업체인 그런 곳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째, 마지막 의심을 잠재울 평범할 수 있지만 확실한 한 방을 준비합니다. 루스티히는 뇌물을 요구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그것 말고도 많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사기 방법의 흐름은 일명 사이비 종교에서도 행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의 일련의 사기 절차를 잘 이해하고, 그에 해당하는 무언가가 보인다면, 결정을 유보함이 좋을 것입니다. 더불어 루스티히의 경우 빨리 치고 빠지는 방법을 택해서 사기 결과가 빨리 드러났지만 폰지 사기와 같은 경우는 꽤 긴 시간 이어지다가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과도한 수익률을 보장한다거나 비밀스럽게 모임이 이루어지거나 유력 인사의 참여를 강조하거나 한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빅토르 루스티히는 언어 감각이 좋고, 스릴을 즐기며, 배짱과 아이디어가 좋고, 재물을 향한 욕망이 투철한 사주입니다. 이 사람이 만약 좋은 마음을 품고 지금 시대에서 교육 사업이나 요식업 등을 했다면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도 큰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릴 때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이 사람의 평생을 결정한 것 같습니다. 결국 진실되고 성실하게 사는 것만이 초반은 힘들 수 있지만 최후의 승자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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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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