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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fTWFAZK49E

 

 

 

소크라테스가 대화에서 사용한 방법으로 유명한 산파법이 있습니다. 산파가 산모의 출산을 도우면서 아기를 받아내듯이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참된 진리로 이끄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대화의 장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본인이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강연을 하는 사람에 청중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을 잘 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스스로 말을 잘 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순한 친구끼리의 대화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처음 상담하게 되거나 여러사람 앞에서 처음 강연을 하게 되면 보통은 당황하게 되고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 상태는 여러 번의 연습을 거칠 때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상담이나 강연을 위해 100을 준비했다면 실제로는 10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생기면서 아쉬움이 남곤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상담하거나 강연을 할 때, 익숙해지기 전이나 익숙해진 후에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크라테스의 산파법과 같은 맥락으로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대신 아무렇게나 질문을 던지면 안 됩니다. 나름의 명확한 질문의 방법을 이해한다면, 본인 혼자서 장황하게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방이나 청중으로 하여금 말을 잘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게 할 수 있습니다.

 

질문의 힘에 관해서는 도로시 리즈라는 사람이 지은 ‘질문의 7가지 힘’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말하는 7가지 힘을 기준으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암묵적으로 누군가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 게 예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질문을 했는데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질문을 던졌을 때 어떤 식으로든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는 질문이나 광범위한 질문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나 듣고자 하는 답변에 근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광범위한 질문을 하게 되면, 결국 다시 추가로 다음 질문을 또 하게 되면서, 대화의 템포가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에 어디를 가고 싶으세요?” 라고 묻기보다 “동남아처럼 휴양지에 가고 싶으세요? 아니면 유럽처럼 탐방 여행을 가고 싶으세요?” 라고 묻는 게 낫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가고자 하는 지역도 알 수 있고, 나아가 그 사람의 여행 취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그 다음 대화를 이어갈 기준을 잡게 됩니다.

 

두 번째는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본인이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에도 마찬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은 마음의 파문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파문은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 생각이 역동적으로 흐르면서 다음 질문으로 확장되고,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을 받은 사람은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이나 강연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무언가 많은 정보 전달을 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보다 상대방에게 좀 더 큰 마음의 파문을 일으킬 핵심적 화두를 담은 질문을 준비해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이 상담이나 이 강연에 참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이는 마치 수행자가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 라고 묻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나 알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게 되고 말하게 됩니다. 이는 자칫 쓸데없이 장황해지거나 필요치 않은 정보를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을 미리 차단할 수 있고, 상담이나 강연이 명쾌하고 담백해질 수 있게 만듭니다.

 

세 번째는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위의 첫 번째에서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오는 것이 대화의 기준을 잡는 것이라면,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 것은 피상담자나 청중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정보를 들을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이미 자신이 아는 정보와 그 사람이 알려준 정보를 취합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다채로운 정보로 재구성해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사 사람이 여행 상담을 하러 온 고객을 맞이했을 때, 상대방에게 대충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고 그에 관련해서 자신이 아는 정보만 쭉 설명하는 것보다, 일단 상대방에게 어디어디 가보셨고 어떤 곳이 좋으셨는지, 어떤 면이 특별히 만족스러웠는지, 어떤 식으로 자료를 얻어서 갔는지 등을 물어본다면,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들을 수 있고, 이미 자신이 아는 정보와 엮어서 훨씬 나은 설명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여행사를 한다고 해서 고객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닐 수 있고, 고객이 더 잘 아는 지역이나 여행 정보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대놓고 여행 예산이 얼마나 있으신지 물어보는 것보다, 그 사람의 기존 여행 경험을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예산 규모로 여행을 다니는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상대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선생님들은 산만하게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향해 “오늘 점심 급식 메뉴가 뭔지 아는 사람?” 이라는 질문 하나로도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 강연에서는 초반이나 분위기가 산만해 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만한 내용이 아닌 조금은 생소한 내용을 질문으로 던지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인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혐오 음식은 보신탕인데, 필리핀의 혐오 음식은 뭔지 아는 분 있으신가요?” 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아니면 청중이 크게 많지 않은 강연이라면, 강연 시작에 앞서 “앞에서부터 한 사람씩 오늘 강연에서 제일 알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보시겠어요?”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통제할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의 흐름을 이끌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자나 피상담자나 초면에는 서로 긴장을 하게 됩니다. 또한 굳이 상담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처음 마주하게 되면 긴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풀어내거나 장황한 정보 전달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 만남은 큰 의미를 갖기가 힘들 것입니다. 보통 장황하게 본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고 표현할 뿐, 말을 잘 한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고, 소통을 잘 하려면 우선 교감이 필요하며, 교감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어떤 상황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하게 하기보다, 가볍게 어떤 사실을 먼저 이야기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사실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때, 그 다음에서 조금씩 그 감정에 대한 이야기와 질문을 이끌어가는 게 좋습니다. 사실이 아니라 느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고, 마음의 문이 열리면 비로소 제대로 된 상담이나 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는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귀를 기울이는 주체는 상대방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 자신이 됩니다. 자신이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상대방의 답변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답변을 경청하는 중에 상대방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그냥 듣기만 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내가 질문을 하면서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내가 조언해 주기를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에 반응하면서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듣는 과정과 그 답에 반응하는 결과도 모두 말을 잘 하는 것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청하는 것도 말을 잘 하는 것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는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산파법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잘못 알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예전 드라마 중에 현빈과 하지원이 나왔던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현빈의 대사 중에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라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밑에 직원이 보고서나 제안서를 올렸을 때 이 간단한 질문만 계속 하면, 결국 그 보고서나 제안서가 제대로 된 보고서나 제안서가 된다는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조금은 우스개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설득이 되는데, 신기한 것은 질문만 한 상대방이 자신을 설득한 것처럼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본인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말을 했으면서도, 실제 질문만 던지고 별로 말을 하지 않은 상대방이 더 말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상담이나 강연을 하는 중에 자신의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되거나 해야 할 말이 잘 생각이 안 날 때, 질문을 던지면 자신이 생각할 시간을 벌 수도 있고, 상대방의 답변을 통해 해야 할 말을 떠올릴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답변에 따라 다른 쪽으로 말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를 때, “ 그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질문을 던지게 되면, 상대방이 그 답에 대한 힌트를 주게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답이 무엇인지 알게 될 수도 있는데, 그때 단순히 “당신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만족시키고 답을 해 준 것처럼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질문의 힘을 이해하면 굳이 자신이 준비해 간 100의 정보를 다 이야기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것도 없고, 100의 정보를 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이상을 이야기한 것처럼 만들 수도 있으며, 긴장된 상황이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적절히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적게 말하면서도 더 깊게 상대방과 교감하여 말을 참 잘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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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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