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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지나치게 소유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법정 스님이 전하는 깨우침의 이야기 『무소유』. 법정 스님의 이야기에 담긴 삶의 지혜는 종교를 넘어서 우리의 삶에 깊숙이 닿은 일상적인 것들을 포함한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세상과 인생에 대해 쓴 지적 통찰의 글을 하나로 묶어서 소개한다. 소유와 집착에 대한 섬광같은 깨달음을 기록한 〈무소유〉를 비롯하여 〈가을은〉, 〈오해〉 등 35 편의 주옥같은 수필들을 만나보자.
저자
법정
출판
범우사
출판일
1999.08.05

 

1. 들어가는 말

서울 사람이 서울에 대해서 더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어딘가에 속해 있으면 오히려 그 내부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을 때 깜짝 놀라고는 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속세에 너무 찌들어서 살고 있으면 그 속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뭐가 문제인지 알기 힘들다. 하지만 속세를 벗어난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새롭게 많은 것들이 보인다. 그래서 종교인들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속세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법정 스님이 지은 이 책도 바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많은 우리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해 준다.

 

 

2. 줄거리 및 감상

-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이 책에서 스님은 간디의 이 말을 인용한다. 간디는 소유 때문에 욕심이 생기고, 욕심으로 인하여 남의 것을 탐하고 싸움이 생기므로, 이것이 범죄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으로 이러한 말을 했다. 또한 간디는 '지구는 인간이 검소하게 살기에는 한없이 풍족하지만 사치스럽게 살기에는 한없이 척박한 땅이다'라고도 말했다. 결국 소유욕이라는 것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내재된 잠재적 마음인 것이다. 실제로 이 소유와 관련하여 많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범죄가 아니어도 우리는 소소한 많은 잘못들을 저지른다. 예를 들어 한정 상품을 사기 위해 제대로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거나 자신의 돈을 아끼기 위해 영화와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것 등도 모두 이러한 소유욕에 바탕을 둔 범죄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는 간디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들은 소유욕 때문에 잠재적 범죄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인류의 많은 역사적 사건들도 이 소유욕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에 일어난 1, 2차 세계대전도 결국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6.25전쟁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권력을 차지하느냐를 놓고 다툰 이념 전쟁인 것인데, 그 이면에는 바로 또 소유욕이 있다.

 

-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모든 것을 얻는다.

스님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난초를 기르면서 어느 순간 거기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난초를 다른 사람에게 줌으로써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사람의 일생은 한정되어 있고 결국은 갖고 싶은 것을 다 갖지 못한 채로 죽게 된다. 이에 스님은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역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완전한 무소유를 이룬다는 것은 결국 속세를 떠난 뒤에나 가능한 것이다. 사실 속세를 떠난 뒤에도 완전한 무소유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법정 스님은 모든 것을 버렸다고 하지만 또 사실 모든 것을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시스템 속에 있었다. 즉, 당신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 그것을 사줄 수 있는 신도들이 있었고, 당신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 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신도들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신도는 서울의 3대 요정 중 하나였던 대원각을 스님 앞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결국 스님은 모든 것을 버려도 꽤 많은 것을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모든 것을 버리면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 일반 개인이 무소유를 주장한 들 그 누구도 그를 법정 스님만큼 위대하게 보고 먹을 것을 주거나 어떤 물건을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이 자살한 사건들이 최근에 많이 보도가 되었다. 가진 것이 없는 것으로 치면 그 사람들도 법정 스님 못지않게 많은 것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생계의 위협으로 생을 달리했다. 따라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어떤 극단적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즉, 최대한 과한 소유의 마음을 줄이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주변과 나눔을 실천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족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이 말은 아마도 스님에게 있어서도 평생의 화두였던 듯 싶다. 우리는 마음이라는 것은 당연히 우리에게 소속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편하게 누워서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관조하다 보면 결코 마음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마음은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서 자기 멋대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고, 그러다가 또 해야 할 일이나 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거나 미운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의 흐름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왔다 갔다 한다. 결국 인간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지만 그 마음에 대해 결코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의 흔들림으로 인해서 우리는 많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하고 원망을 하기도 한다. 이에 스님은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면 우리의 삶은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스님처럼 평생의 화두로 삼고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통제해 나갈 때 우리는 마음의 주인을 넘어 우리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스님은 어떤 나쁜 마음에 대해서 이러한 표현을 했다. 너무 멋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는 마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육체적 건강에 있어서도 암세포를 보면 분명 우리 몸에서 만들어졌는데, 어느 순간 우리 몸 전체를 잡아먹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결국 우리의 많은 문제의 해답도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마음의 문제도 결국 마음 안에 해답이 있고, 육체의 문제도 결국 육체 안에 해답이 있는 것이다. 스님은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라고 했는데, 이는 바꾸어 말하면 남을 미워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예뻐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암 질환에 대해서 자가면역회복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자기 안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하나의 현상에 대한 직관이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 찌들어 사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사소한 것 속에서 어떤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여유와 안목이 없다. 그래서 스님처럼 속세를 떠나서 이 세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관조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 말은 하면 돌이킬 수 없다.

사람들은 보통 인생에서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네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은 입 밖으로 나온 말, 시위를 떠난 화살, 흘러간 세월, 놓쳐버린 기회이다. 이 책에서 스님은 ‘말’의 중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보통 불교에서도 구업이라고 해서 말로 짓는 업보에 대한 말을 한다. 그 만큼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말 한 마디로 큰 죄를 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말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할 때에는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소유욕이 있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것처럼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소유욕을 절제하고 줄여야 하는 것처럼 말에 있어서도 절제하고 줄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는 것 만큼 말을 하고자 하는 욕망도 조금은 비울 필요가 있다. 육체만 다이어트 할 것이 아니라 말도 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말이 많으면 사람이 가벼워보이고 결국 그 많은 말들 속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 따라서 ‘말을 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스님의 말씀을 무소유의 개념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고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맺음말

이 책은 단지 물질에 대한 무소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생 전반에 걸쳐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 하는 이유들을 설명한다. 그 만큼 우리는 여러모로 과잉 생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도 범람하지만 말도 범람하고 욕심과 마음도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게 과하게 범람하는 것들은 결국 다른 사람의 범람하는 것들과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충돌은 또 파괴로 이어지고 파괴는 파멸로 흐른다. 그래서 무소유의 개념을 이해하고 조금씩 범람하는 것들을 줄여나갈 때 우리는 서로 간의 충돌을 줄이고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개인 간의 충돌이 줄어들면 국가 간의 충돌도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개인의 욕망이 커지면 국가에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국가는 또 그것을 채워주기 위해서 다른 국가와 충돌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개인의 무소유를 향한 여정은 결국 전 세계와 전 우주를 아우르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시작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비움의 자세는 작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많은 환경 오염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중요한 해결점이 될 것이다. 환경 오염도 결국은 범람하는 마음과 욕망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스님이 난초를 보고 얻은 깨달음 하나가 이렇게 사람들 마음에 많은 긍정적인 씨앗을 심어주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스님이 잠깐이나마 가지셨던 난초에 대한 집착 또한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집착이 있었기에 또 이러한 깨달음도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감정의 요동과 실수, 경험 등을 통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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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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