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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개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마천의 《사기》를 완역해 주목받은 김원중 교수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논어》를 새롭게 선보인다. 2018년 시작한 네이버 오디오클립 ‘논어백독’에서 약 2년 동안 《논어》를 매일 한 장씩 다시 읽으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전면 개정하여 출간하였다. 2년간 방송을 통해 독자들의 눈높이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완했으며, 주희부터 정약용, 오규 소라이, 양보쥔, 리링, 성백효 등 《논어》 주석의 대가들을 두루 망라하여 200자 원고지 500매 이상의 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더했다.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전의 맥락을 살린 번역문과 그에 못지않은 풍부하고 상세한 주는 《논어》 읽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저자
공자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19.10.14

 

1. 들어가는 말

논어는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중 한 명인 공자라는 사람이 한 말을 제자들이 모아서 정리하고 편집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오랜 시간 동안 동양 사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고, 지금은 동양을 넘어 서양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자가 탄생하고 논어가 만들어진 중국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나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비해서 떨어진다. 이는 중국이 공산당의 사회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충과 효로 대변되는 공자의 사상보다 만민평등을 주장하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중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진나라가 상앙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법치주의를 완성하고, 그것을 통해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통일한 뒤로는 공자의 사상 보다는 법가의 사상이 더 큰 지배적 정치 논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의 정치 이념이 유교였고, 유교는 공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여전히 유교적 전통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정치 사상은 법을 근간으로 하는 법치주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자의 사상이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과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고, 그 속에서 어떤 교훈과 반성,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2. 인상 깊은 구절과 감상

* 도(道)가 행해지고 있는 사회라면 나와서 활동하겠지만 도가 없는 사회라면 오히려 숨어서 사는 것만 못하다.

=> 감상: 도를 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있어야 도가 행해지는데, 도가 행해지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숨어버린다면 애초부터 인간의 도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도가 행해지는 사회라면 그 도를 더욱 갈고 닦기 위해서라도 사회에 나와야 할 것이고, 도가 행해지지 않는 사회라면 다시금 그 도를 찾고 만들어가기 위해서 사회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편리와 안위에 따라서 사회에 참여했다가 참여하지 않았다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에 어긋나는 것이다.

 

 

* 가난하게 되면 세상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기 쉽다. 가난한 경우에 있더라도 원망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부자가 되어서 교만을 억제하기 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 감상: ‘예(禮)’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보일 시’ 라는 글자와 ‘풍요로울 풍’이라는 글자가 합쳐진 것을 알 수 있다. 즉, 예라는 것은 풍요로움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지는 않더라도 적절히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어야 예의도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가난해서 하루 하루의 삶이 고되다면 예의를 차리기가 어렵고, 위에 나오는 말처럼 원망만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논어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주변 탓을 하는 것이 부자가 교만을 억제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지적을 한다. 따라서 국가의 입장에서도 국민들이 적당히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는 지원을 해 줘야 사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라야 비로소 소나무와 전나무가 얼마나 푸르른가를 알 수가 있다. 사람도 큰 일을 당한 때에라야 그 진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 감상: 위기가 발생하거나 힘든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보통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며,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위기나 힘든 일이 발생하면 마치 달리기의 1등, 2등, 3등이 정해지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격과 능력의 수준이 자연스럽게 순위 매겨지게 된다. 예를 들어 일제 시대 때 어떤 사람은 독립운동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친일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보통 학교에서 극기훈련을 참여해 봐도 웬만큼 각자의 성향이 바로 드러난다. 모두가 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챙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자기만 편해지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위기가 닥치면 낭중지추처럼 영웅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 곡식에는 싹이 트고서도 이삭을 내지 못하고 꽃을 피워 내지 못하는 것도 있고, 모처럼 이삭을 내고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열 살에 신동이라 불리우던 사람도 삼십 세에 범인으로 끝나는 자도 있다.

=> 감상: 한 사람의 인생은 죽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고 하는 말처럼 우리는 긴 시간을 다양한 인생의 기복과 함께 한다. 때로는 성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한다. 또한 초반에는 큰 성공을 이루다가도 말년에는 크게 실패해서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 천재 소년이나 천재 소녀라고 불리던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들도 많다. 그런데 또 어릴 때에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던 사람이 나중에는 엄청난 성과를 통해서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그래서 일찍 꽃을 피웠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여전히 꽃이 피지 않았다고 다급해 할 것도 없는 것 같다.

 

 

* 귀신은 공경스럽게 다루되 그것들을 멀리한다면 그것은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다. 귀신이라 함은 죽은 조상을 말하는 것으로, 조상의 신은 공경하여 받들되 죽은 조상을 중심으로 하지 말고 산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지혜롭다는 것이다.

=> 감상: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사를 지낸다. 그러한 전통의 배경에는 충효 사상을 중시하는 공자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한 유교 문화가 있다. 그런데 논어에는 이처럼 죽은 조상을 중심으로 하지 말고 산 사람을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라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제사 때문에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긴다면 이는 애초부터 공자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고 유교의 전통을 지키고자 한다면 일단은 가족 간의 화목을 중심에 두고 제사 문제를 풀어가야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군자는 도(道)를 어떻게 행할까에 마음을 쓰고 도모할지언정 생활비를 어떻게 얻을까 하는 일에는 마음 쓰지 않는 것이다. 도(道)의 수양에 마음을 쓰고 걱정은 할지언정 가난한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 감상: 이 내용을 보면서 말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종종 청렴결백하게 대부분의 일생을 살다가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한 번의 유혹에 빠져 몰락하거나 자살한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에 대한 뉴스 기사를 접하게 된다. 심지어 그들이 생계의 위협에까지 내몰린 이유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다가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특히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거나 독립 운동을 지원하다가 가정이 파탄 난 후손들의 경우도 이러한 상황에 종종 처한다. 그렇다면 군자가 도를 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생활이 안정되어야 한다. 생활에 위협이 오면 아무리 군자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보통 자기 한 사람이라면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게 되면 타협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공자의 이러한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비가 다른 사람의 양(羊)을 훔친 것을 그 자식이 관청에 나와서 그 아비의 범행을 증언했다. 공자는 나의 향당(鄕堂)의 정직한 자는 이런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고 반론하고 있다. 아비의 죄를 폭로하는 행위는 정직한 일이기는 하나 칭찬할 일은 못 되는 일이다. 아비는 자식의 죄를 숨겨 주고 자식은 아비의 죄를 숨긴다. 이것이 인간의 정이다. 인간의 정이야말로 자기의 진정을 속이지 않는 마음이다.

=> 감상: 이 내용은 사람에 따라서 판단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자의 말처럼 법 보다 효(孝)가 더 중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잘 못인 것 같다. 원칙은 원칙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죄를 증언하는 것은 맞다. 만약 이 부분에서 인간의 정을 더 중시하게 된다면, 나중에 아버지는 아니어도 직장 동료, 친구, 주변 지인들의 문제도 눈감아주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 들어 내부고발에 관한 기사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한 내부 고발자들이 있기에 사회가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깨끗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자식이 아버지의 죄를 고발하는 것은 칭찬하고 말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맞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3. 맺음말

논어의 내용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도 충분히 적용될만한 내용들도 있었지만 요즘 세상에는 잘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공자의 사상을 근간으로 한 유교의 가르침이 사실은 공자의 원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경우도 발견했다. 더불어 가장 크게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배움에 관한 것이었다. 공자는 도덕과 도리를 강조했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어떠한 경계도 두지 않았다. 즉, 어린 사람에게도 배우고 나쁜 사람에게도 배우고 부족한 사람에게도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만큼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모든 자연물에서 배움을 취할 수 있고, 그렇게 배움을 취할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전이라는 것은 단순히 고리타분한 것만은 아니다. 긴 시간을 이어온 만큼 그 속에는 삶의 기준점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가르침이 들어있다. 다만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기에 오늘에 맞게끔 적절히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고 안 맞는 부분은 변용해서 수용하면 될 것이다. E.H. 카의『역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처럼 우리는 과거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오늘을 발견하고 내일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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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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