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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1
19세기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 제1권. 빅토르 위고가 삼십오 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십칠 년에 걸쳐 완성해 낸 걸작이다.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이라는 19세기 격변을 다룬 역사 소설이자 당시 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한을 담은 민중 소설이며, 사상가이자 시인으로서의 철학과 서정이 담긴 작품이다. 몇 세기에 걸쳐 오늘날까지 수없이 영화, 뮤지컬, 어린이들을 위한 번안판으로 변주되며 사랑받고 있다. 무식하고 가난한 시골 일꾼 장 발장은 누이의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히고, 무려 십구 년에 걸친 감옥살이 끝에 석방된다. 출소 후 그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나 매번 좌절하고, 결국 인간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또다시 절도와 살인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장 발장은 촛대를 훔치려던 자신을 용서해 준 미리엘 주교의 신뢰와 사랑에 깊이 감명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하는데….
저자
빅토르 위고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2.11.05

 

1. 서두

『레 미제라블』이라는 책은 어렸을 때 『장발장』이라는 책으로 읽었다. 어렸을 때 생각으로는 장발장은 착한 사람이지만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반면 자베르 경관은 착한 장발장에게 고통을 주려 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전체 번역본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경험과 지식이 더해지면서 가치판단도 변하게 되는 것 같다.

 

 

2. 줄거리

장발장은 누나의 아이들이 굶는 것을 보다 못해 가게에서 빵을 훔치게 된다. 처음부터 빵을 훔칠 마음가짐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다. 나름 열심히 일을 했지만 한 겨울에 일감이 없어지면서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빵을 훔친 것 하나로 1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한다. 물론 중간에 탈옥을 감행한 것에 대한 추가 형량이 부과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빵 하나 때문에 19년의 감옥 생활이라는 것은 분명 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19년의 감옥 생활을 하고 나온 장발장에게 세상은 더 큰 감옥을 선사했다. 그것은 바로 편견이었다. 돈을 준다고 해도 범죄자 낙인이 찍힌 노랑 통행증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따뜻한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장발장과 같은 소외된 사람을 챙긴다는 미리엘 신부를 만나게 된다. 실로 그 신부님은 장발장을 진심으로 대한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성당에 있는 은촛대를 보고 마음이 동하다. 결국 그 은촛대를 훔쳐서 도망치던 도중 잡혀서 미리엘 신부님과 대질을 하게 된다. 여기서 미리엘 신부는 자신이 그 은촛대를 준 것이 맞으며 몇 개 더 줬는데 그것은 놓고 가서 아쉬워하고 있었다는 말을 한다. 이에 장발장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다시금 새롭게 태어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장발장은 마들렌으로 이름을 바꾸고 열심히 자기 사업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사랑도 베푼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 힘입어 시장에 당선이 된다. 시장이 된 뒤에도 장발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실수로 어떤 소년의 금화를 빼앗았던 일이 있었다. 이에 장발장은 체포 수배령이 걸려 있었다. 다행히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체포 수배를 피할 수 있었다. 한편 자베르 경관은 장발장이 마들렌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계속 그에 대한 의심을 버러지 않고 집요하게 추적을 한다. 그런데 장발장이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때 엉뚱한 사람이 장발장으로 오인을 받아서 체포를 당하게 된다. 장발장은 이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지지만 이내 자신의 모든 재산과 명예를 버리고 자수를 택한다. 즉, 누명 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시 얻게 된 자신의 모든 삶을 버린 것이다.

 

다시 감옥에 간 장발장은 과거 자신의 공장에서 일했던 팡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탈옥한다. 팡틴에게는 코제트라는 딸이 있었는데, 팡틴은 코제트를 부양하기 위해 몸까지 파는 길거리 여인이 되었지만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팡틴은 죽기 전에 장발장의 착한 심성을 떠올리고 자신의 딸을 찾아서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찾아서 파리로 도망을 친다. 그런데 계속 자베르 경관은 장발장을 추적한다. 장발장은 파리에서도 열심히 생활하여 큰 재산을 모으고 코제트와 조용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과거의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 장발장의 양녀가 된 뒤 안락한 환경에서 성장하게 된 코제트는 마리우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장발장은 마리우스라는 남자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미움이 자신의 딸을 뺏길 지도 모른다는 질투심 때문인지, 아니면 마리우스라는 청년이 진보적 사상을 가진 위험인물이기 때문인지 장발장 자신도 잘 모른다. 그냥 막연히 딸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리우스에게서 벗어나 코제트를 데리고 숨는다.

 

코제트를 찾아 한참 헤매던 마리우스는 절망에 빠지는데, 그 무렵에 프랑스에서 6월 혁명이 일어난다. 마리우스도 그 혁명 봉기에 참여하게 되지만 싸움을 하던 도중 온몸에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한다. 그리고 그 혁명 봉기의 와중에 자신을 그토록 집요하게 추적했던 자베르 경관도 구해준다. 부상당한 마리우스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결국 코제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장발장은 이 두 남녀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전 재산을 물려준 뒤 죽는다. 한편 장발장이 구해준 자베르 경관은 심리적 혼란에 빠진다. 분명 장발장은 자신을 원망해야 맞고, 심지어 자신을 죽인다고 해도 틀릴 게 없는데 반대로 자신을 구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 강물에 빠져 자살을 하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자베르 경관의 전 생애를 보자면 자신이 그렇게 집요하게 지키고자 했던 절대적 원칙들이 장발장의 선의와 함께 애매모호해지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됐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납득이 갔다.

 

 

3. 감상 및 맺음말

이 책을 다 읽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첫째,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괜찮은가의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도둑질을 한 것에 대해서 맞다 틀리다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 상 도둑질 자체는 나쁜 게 맞지만 그 도둑질 때문에 받게 된 19년이라는 감옥 생활의 형량이 가혹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도둑질이 단순히 어떤 큰 이득을 위해 한 것이 아니라 굶주리고 있는 가족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친 것이다. 그렇다면 19년이라는 과도한 형량 이전에 이 삶을 위한 도둑질 자체가 나쁜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람 위에 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법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법도 결국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법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지키도록 국민들에게 공표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먼저 합리적 차원에서의 기본 생계가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즉, 복지 차원에서 장발장 같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본 생계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있다는 전제에서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고 도둑질을 한 것에 대해서 벌을 줘야 맞는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장발장의 행동이 무조건 좋다고도 할 수 없지만 무조건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의 판결은 빵 집 주인과의 적절한 합의 선에서 끝날 수 있도록 국가가 조정 역할을 해 주는 게 맞을 것이다.

 

둘째, 계속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 경관은 과연 나쁜 사람인가의 문제이다. 자베르 경관은 원칙주의자이다. 그래서 어떤 동기에 의해서든 법을 어긴 건 어긴 것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따른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장발장은 법을 어겼다. 그래서 자베르 경관의 가치 기준에서 볼 때 장발장은 잡아야 하는 사람이다. 대신 자신은 범죄자를 잡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형량을 정하는 판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자베르 경관은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다. 그냥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법을 수호하자면 이러한 원칙주의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은 절대적 원칙에 준할 때 그 힘을 발휘한다. 그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용이 된다면 법의 존재 근거가 사라진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베르 경관이 착한 장발장을 잡으려는 악한 사람이 아니라 법을 수호하는 수호자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베르 경관의 엄격한 원칙주의는 비단 장발장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범법자들에게 적용이 된다. 물론 법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판결에서는 어떤 제반 정황을 살펴 관용을 베풀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것은 자베르 경관의 몫은 아니다.

 

셋째, 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로움을 포기하는 게 맞는가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장발장은 공익을 위해 많은 일들을 했다. 그런 장발장의 행동에 많은 시민들이 열광하고 지지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정치인이나 사업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발장은 자신 때문에 누명을 쓴 한 사람을 위해 자수를 하면서 모든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한 사람의 누명 쓴 사람을 구했지만 전체 시민들 입장에서는 장발장이라는 큰 인물을 잃었다. 만약 장발장이 자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회적 지위를 유지했다면 자신 때문에 누명을 쓴 사람은 고생을 했겠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이로움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장발장의 자수가 자신의 양심을 지킨 행위이긴 했지만 공익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좋은 결정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도 어떤 공익을 대변하고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선과 악을 초월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소수의 사람들을 희생시켜서 다수의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결단을 해야 하는 게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에 관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역시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은 다양한 생각의 확장을 유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결과도 각자가 처한 환경과 시기적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때 느꼈던 장발장과 나이가 좀 들어서 느끼게 되는 장발장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책에서 보여지는 여러 관점들에 대한 생각이 또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변화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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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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