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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선영의 작품 『시간을 파는 상점』.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당선작으로, 흐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소방대원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의 뜻을 이어받은 주인공 온조.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해 손님들의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면서 자신의 시간을 판다. 범인으로 지목된 아이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PMP3 도난 사건에 대한 의뢰,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엉뚱한 의뢰, 천국의 우편 배달부가 되어 달라는 의뢰 등 여러 가지 의뢰가 이어진다. 그러던 중 PMP3 분실 사건으로 죽음에 이를 뻔한 친구가 밝혀지고 온조와 친구들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는데….
저자
김선영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12.04.10

 

1. 들어가는 말

어른들이 종종 하는 말 중에 우리들의 인생에서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입 밖으로 나온 말, 둘째는 시위를 떠난 화살, 셋째는 흘러간 세월, 넷째는 놓쳐버린 기회다. 이 중에서 이 책은 세월, 즉 객관적 시간과 기회, 즉 주관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의지와 주관대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

 

 

2. 줄거리

이 책에서는 시간에 대해서 이런 설명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이 설명을 통해 볼 때 시간이라는 것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좋은 쪽으로도 작용을 하지만 나쁜 쪽으로도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좋은 쪽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온조라는 소녀이다. 지금은 열여덟 살의 고등학생인데, 그녀의 아빠는 그녀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다. 온조는 아빠의 죽음으로 시간이라는 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온조의 가정은 재정적으로 힘들어진다. 엄마가 시민단체에서 일했지만 넉넉할 정도의 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래서 온조는 엄마의 부담도 덜어드릴 겸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큰 이득도 없고 보람된 느낌도 안 들어서 그만둔다. 그리고 아빠가 소방관으로서 열심히 사회에 봉사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자신도 아빠처럼 살겠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열게 된다. 이를 통해서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함께 보람을 느끼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인터넷 카페에서의 닉네임을 크로노스라고 정한다. 크로노스는 바로 ‘절대적 시간’을 의미한다. 온조는 카페를 개설하면서 몇 가지 자신이 정한 기준을 만든다. 그것은 첫째,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나 옳지 않은 일은 받지 않고, 둘째 의뢰인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줄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셋째 시간이 돈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일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온조가 처음 의뢰받은 일은 자신이 정한 기준에 완전히 부합하는 일은 아니었다. '네곁에'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의뢰한 일인데, 그것은 바로 누군가가 훔쳐간 PMP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훔친 물건과 관련한 일을 자신이 대리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지만 그 일을 통해서 다른 학생이 죽을 수도 있는 여지를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그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강토’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할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의뢰인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온조에게 대신 부탁하는 것이었다. 온조는 그 일도 처음에는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결국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그 일을 처리한다. 더불어 의뢰인과 할아버지 사이도 좋게 만들고 서로를 용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그 할아버지를 통해서 카이로스, 즉 ‘기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는다. 크로노스는 가만히 있어도 무조건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카이로스는 의지를 가지고 그것을 잡게 되면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온조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자신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하면서 위안을 얻는다. 그 뒤로 온조는 천국의 배달부가 되어 편지를 의뢰인의 편지를 대신 전해주기도 하고, 자신의 친한 친구 난주와 그녀의 짝사랑 상대인 남자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도 해 준다.

 

그렇게 온조의 인터넷 카페는 조금씩 입소문이 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불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담임 선생님의 걱정을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좋아하는 여자에 관한 고민이었다. 처음에 온조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서서히 그 상대가 바로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환경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처음 만난 뒤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게 된 것이었다. 온조는 자신의 엄마가 언젠가는 아빠를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닥쳐오자 마음이 흔들린다. 특히나 그렇게 쉽게 아빠를 잊고 불곰 선생님을 만난 뒤부터 화색이 도는 엄마를 안 좋게 생각하기도 한다. 엄마는 그런 온조에게 딸이 싫다면 더 이상 불곰 선생님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온조는 다시금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한다. 이렇게 온조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그리고 절대적 시간인 크로노스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고, 삶과 죽음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지만 크로노스가 카이로스가 될 때 인생은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활짝 꽃이 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 감상 및 맺음말

이 책을 보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첫째,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막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시간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게 된다. 하지만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 모두에게 같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일한 시간이, 시간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에게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온조와 강토의 할아버지의 대화를 보면서 과연 나는 어떤 기회를 잡기 위해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둘째,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풍수지탄’이라는 말을 배운다. 즉,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늦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을 배우면서도 그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지금 건강하시고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부모님이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기 이전에 오늘을 돌아봐야 한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내일 내 주변의 어떤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행동들을 해 나간다면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와도 조금은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세상은 함께 살아가고 서로에게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조라는 이 책의 주인공도 자신이 남을 도우면서 돈도 벌겠다는 마음을 처음에 품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렇게 온조와 의뢰인들,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고민을 혼자만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러한 고민들을 주변과 나누고 나 또한 주변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도와주려고 할 때 결국은 서로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주변과 함께 할 때 이 세상은 더욱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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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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