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에는 한국인이 즐겨먹는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그리고 그 외 나라의 음식이 만들어지게 된 지리적 환경과 무구한 역사가 담겨 있다. 이러한 배경과 함께 음식을 즐기게 된다면 해당 음식을 더욱 즐겁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결국 음식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배려와 예절 그리고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식의동원(食醫同源)이라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의 1장은 기다림이 필요한 음식들을 소개하고, 2장은 바다의 음식들을 이야기한다. 3장은 재료 하나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4장은 전통 음식들을 소개한다. 설날 음식 중에서도 떡국, 대보름 음식, 홍어, 비빔밥, 김밥, 추석 음식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5장은 식품의 발전과 발견에 관한 부분으로, 커피, 초콜릿, 라면, 설탕, 감미료, 캔, 파우치 등을 자세하고도 식품공학적인 관점에서 풀이한다. 마지막으로 6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들을 다룬다.
저자
박현진
출판
책들의정원
출판일
2018.09.25

 

1. 서두

경제력이 상승하면 우리는 음식에 대해서 피상적인 관심을 넘어 더 깊은 곳으로 시선이 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커피를 놓고 보자. 처음에 우리나라는 맥심을 중심으로 한 인스턴트 커피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원두 커피에 관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냥 원두는 원두일 분이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원두의 품종과 생산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에도 세부적인 관심을 기울였고 이제는 커피를 건조하는 방식도 따지게 됐다. 이처럼 커피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음식은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세부적으로 분류되면서 그 역사적 원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 음식의 세부적 분류와 역사적 원류를 알아가면서 한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과 동시에 더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다. 이 책은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을 넓히고 싶은 사람에게 더 없이 풍성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2. 본문

1장 기다림의 미학에서는 제목 그대로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발효 음식들을 소개한다. 김치는 농업이 시작된 뒤 토기를 사용했던 기원전 3천년쯤부터 우리 식단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처럼 매운 김치를 만들게 된 건 한참 뒤에 고추가 유입되면서부터였다. 그래도 모든 김치의 기본적인 제조 방식인 낮은 염농도로 절이는 기술은 충분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유산균을 생성하여 장까지 안전하게 영양분을 공급했다. 우리에게 김치가 있다면 서양에는 치즈가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은 치즈를 만들 때 송아지나 염소, 양의 위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치즈는 제조 방식에 따라 파마산 치즈, 체더 치즈, 블루 치즈, 모차렐라 치즈 등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한다. 마치 우리의 김치가 다양한 것처럼 서양의 치즈도 다양하게 제조되었던 것 같다. 또한 서양에 포도를 숙성시킨 포도주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쌀포도주라 할 수 있는 막걸 리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네 전통 방식으로 제작되던 막걸리는 사실 각 가정에서 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그 종류가 어마어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주류세를 걷을 목적으로 가정에서 술을 담그는 것을 금지한 뒤로는 다양한 방식의 전통주 만드는 법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서양에서 수많은 종류의 포도주가 존재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참 아쉬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장 바다가 건넨 선물에서는 다양한 바다 음식들이 소개 된다. 그 중에서 민어에 대한 설명은, 설명 그 자체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돌게 했다. 냉장고에서 다섯 시간 이상 저온 숙성한 민어회는 육질이 쫄깃쫄깃하면서 감칠맛이 나는데, 그러한 이유는 숙성 과정 중에 수분이 빠져나가고 이노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다량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민어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삼겹살로 불리는 뱃살부터 껍질까지 다 감칠맛이 나는 식재로라고 한다. 사실 한 번도 민어회를 비롯한 민어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 내용을 보면서 언젠가 꼭 민어를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3장 혼자여도 다채롭다에서는 감자, 고구마, 아보카도, 포도, 감귤 등이 소개 된다. 그런데 새롭게 안 사실은 감귤이 우리나라 과수 소비량 1위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과를 가장 많이 먹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왜냐하면 사과는 보통 가을에 수확하여 저장고에 보관한 후 1년 내내 마트에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감귤은 보통 가을과 겨울 무렵에만 보이니까 당연히 사과의 소비량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또한 감귤은 각종 영양 성분이 사과나 복숭아, 단감 등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귤은 한철 동안만 먹지만 먹을 때에는 엄청나게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는 보통 하루에 한 개 정도만 먹지만 귤은 앉은 자리에서 몇 개씩 까먹고는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영양분까지 많다고 하니 과수 소비량의 순위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소중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장 한국의 전통 음식을 찾아서에서는 몇 가지 우리 전통 음식이 소개되는데 그 중에서 떡국에 깃든 의미는 새로웠다. 떡국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나 떡국 위에 올리는 지단 같은 것들이 단순히 맛과 멋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즉, 흰색의 떡국에 붉은색의 고기, 파란색의 파, 노란색의 달걀 노른자 지단, 그리고 검은색의 김을 고명으로 올리는 것은 금, 화, 목, 토, 수의 다섯 가지 오행 색깔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새해 첫 날에 떡국을 먹음으로써 오행의 기운을 한 번에 흡수하고, 그것을 통해 건강하게 한 해를 지낼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우리의 전통 음식 속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깃들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음식의 맛과 멋만 따지고 그 속에 의미를 담으려는 노력은 거의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5장 식품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에서는 커피와 라면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새로운 것은 커피라는 말이 이슬람의 와인 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냥 우연히 지어진 단순한 고유명사라고 생각했던 커피가 또 다른 유래에서 시작했음을 알 수 있는 구절이었다. 더불어 커피가 처음 발견된 것은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에 살던 목동에 의해서라고 한다. 그 목동은 염소들이 어떤 빨간 열매를 먹은 후 활기차지는 것을 보고 커피의 효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연히 발견된 커피가 지금은 전 세계의 식음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또한 우리가 많이 애용하는 인스턴트 라면이 사실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1958년 일본 닛신 식품의 안도 모모후쿠라는 사람이 처음 라면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에 처음 공급된 것은 1963년 삼양라면이다. 지금 라면 시장의 점유율은 농심이 가장 크지만 최초의 라면은 삼양식품에서 먼저 만들었다는 내용이 새로웠다. 더구나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만든 건 일본이지만 라면을 세계화 시킨 건 또 우리나라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정말 많은 수제 라면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인스턴트 라면 시장이 우리나라처럼 크게 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6장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에서는 각종 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각종 면 음식을 즐겨 먹으면서도 그 차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면에는 제조 형태에 따라 크게 납면, 압면, 절면, 소면 등이 있다고 한다. 납면은 수타 짜장집에 가면 주방장들이 직접 면을 뽑는 그런 방식으로 탄생한 면이다. 그런데 압면은 그 이름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반죽을 구멍 뚫린 틀에 강하게 압력을 주어 눌러서 뺀 것이다. 대표적으로 냉면과 당면이 있다고 한다. 절면도 이름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데, 바로 밀가루 반죽을 칼로 썰어서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칼국수 면과 우동 면, 소바 면이 있다고 한다. 사실 칼국수야 집에서도 어머님들이 종종 만들어주셔서 제조 방법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동도 칼로 썰어서 면을 만든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통통하고 동글동글한 느낌의 우동면은 왠지 수타 짜장면의 면처럼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소면은 밀가루 반죽을 길게 늘여 막대기에 면을 감아 당겨 가늘게 만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소면과 중국의 선면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더불어 같은 면을 가지고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음식이 탄생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메밀국수를 삶아서 건진 후 식힌 국수에 뜨거운 장국을 말아서 먹으면 온면, 차갑게 먹으면 냉면, 그리고 바로 만든 면에 양념과 육수를 섞어 먹으면 막국수라고 한다.

 

 

3. 맺음말

이 책을 보면서 음식과 식재료만 가지고도 수많은 내용의 책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류가 탄생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는 데에는 음식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만큼 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다. 또한 음식의 발달사는 인류의 발달사라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을 보면서 세계 각지의 음식이 자생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전승되어 온 것도 있지만 지역별 교류를 통하여 다양하게 합쳐지고 변용되어 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롤 같은 음식도 김에 대해서 낯선 느낌을 갖는 서양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음식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 가지 음식도 그것을 먹는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다르게 재탄생을 하고, 그렇게 재탄생한 음식은 또 나름의 고유성을 가지고 후대에 전해지는 것 같다. 이는 마치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어 오면서 수많은 민족들이 합쳐지고 분열되고 변화된 과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음식과 식재료의 유래를 알고나니 더 잘 음식을 음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입에 군침이 도는 시간이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777lili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