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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용신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종종 사주를 공부한 분들 중에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용신에 대해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나아가 희신, 기신, 구신, 한신까지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희용기구한이라고 해서 사주팔자에서 자신을 돕는 기운과 자신을 해하는 기운, 좋고 나쁨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기운 등으로 순위를 정하고 구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용신은 신 중의 신이 되어 마치 만능키처럼 모든 해석의 기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용신이라는 용어 자체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용신 하나만 제대로 찾으면 사주의 해석이 일사천리로 통변이 되고, 나아가 살아가면서도 용신에 준해서 살면 마치 강력한 수호신이나 부적을 장착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소견에서 사주명리학은 어떤 기복적인 것도 아니고, 특별한 외부적 신이나 기운의 작용을 우선시 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성향에 기초하여 모든 것이 뻗어나가고, 모든 외부적 현상의 발현이나 관계의 진행 등도 결국은 자신에게서 시작을 합니다. 따라서 굳이 어떤 하나의 용신을 선언하려 하고, 나아가 용신을 시작으로 하는 희신, 기신, 구신, 한신을 구분하려 하면 본질의 해석에서 어긋날 수 있습니다.

 

사주의 해석은 균형과 역동성을 기준으로 마치 사금을 캐는 느낌과 같습니다. 자신의 사주 원국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그 무게감과 조후의 균형 관계, 기운의 흐름 등을 음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기운들이 드러나 보이게 됩니다. 개울가에서 채에 모래를 퍼서 단순하지만 진득하게 채를 털다보면 마지막에 사금이 드러나는 느낌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균형을 잡는 느낌이나 채로 거르는 느낌이 아닌 어떤 공식처럼 용신을 잡으려 하고 어떤 명확한 구분을 두려 하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굳이 용신이라고 칭해야 한다면, 그 용신은 하나일 수도 있고 두세 개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어떤 특정 용신을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수도 있고, 대운의 흐름 등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주 원국은 배에 해당하고, 운세의 흐름은 밀려오는 파도에 해당하기에 본인의 배의 특성과 파도의 종류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사주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너무 거창한 법칙을 찾으려 하거나 남들이 잘 모르는 세부적인 해석의 방법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사주 여덟 글자 자체를 음미하고 또 음미해 보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다만 애초에 용신이라는 개념도 결국은 사주의 기준을 잡으려는 의도로 시작했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기복적인 느낌이 가미가 됐고, 특히 용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어떤 특정한 기운의 힘으로 느껴지게 하면서 왜곡이 된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본인 사주 여덟 글자의 오행의 작용, 상생과 상극의 흐름, 십성의 관계적 흐름과 균형 관계 등을 충분히 음미한 뒤에, 기존에 만들어진 용신 찾기의 방법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좀 가만을 하셔야 할 것 같은 게 있습니다. 뭐냐면 용신의 일반 법칙은 조후용신법, 억부용신법, 병약용신법, 통관용신법, 격국용신법이 있는데,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동일한 법칙을 적용하지도 않고, 동일한 법칙을 적용한다고 해도 각자가 잡은 용신이 틀려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용신 찾기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법칙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존의 용신 찾기 법칙도 결국 본인 사주 원국을 바라보는 깊이를 늘리는 용도로 사용해야지, 그것을 절대적 법칙으로 잡고 해석하려 하면 궁금한 점만 많아지고, 논쟁을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저는 역시나 자신의 사주는 자신이 사주명리학을 이해하고 파악해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봅니다. 큰 틀에서 공통적으로 해석되는 사람의 사주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사주를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도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본인 사주에서 비롯된 인생 흐름이 명확하게 있다고 해도, 한 사람은 결국 여러 다른 사주를 가진 사람들과 얽히게 되고, 환경이나 상황 속에서 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강의 초기에 사주에는 지지에 지장간의 기운이 감추어져 있고, 그 지장간의 기운까지 파악하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지장간에 대한 설명을 굳이 안 하는 이유는, 지장간까지 고려하여 합충 변화나 오행의 상생, 상극, 또는 각종 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나 사주 여덟 글자의 해석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주에서 일주는 사주 전체의 왕의 기운이고 기준이 되는 자리이기에, 그 해석에 있어서 지장간의 기운까지 고려하여 일주론을 설명 드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까지 처음부터 지장간까지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아가 저는 일주론에 대한 이해와 사주 원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큰 틀에서의 균형과 역동성을 추구하는 행동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의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세부적이고 깊이 감추어진 한 사람의 사주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서 희열감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소견에서는 그렇게 깊이 파고들어간다고 100% 정답을 찾을 수도 없을 뿐더러, 차라리 그렇게 어떤 절대적 사주 해석의 법칙을 찾기 위한 시간을 아껴서 큰 틀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을 실천해 나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사주의 이론이 먼저가 아니고 현상과 사건이 먼저입니다. 현상과 사건이 있은 뒤에 그 통계를 바탕으로 사주 이론이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사주의 해석은 귀납적인 추론이고 경험의 축적에 의한 해석입니다. 이는 결국 언제든 새로운 현상과 사건이 나오면 깨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런 새로운 현상과 사건이 나타나면 또 그에 준하는 해석이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통해서 사주명리학의 이론이 발전해 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저는 사주명리학의 이론가가 되기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역시나 큰 틀에서만 사주를 바라보고 너무 복잡하게 파고들기 전에 적당히 필요한 것을 행동에 옮기면서 스스로 초점을 잡아가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주명리학은 복잡하게 들어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또 단순하게 보자면 음양오행과 상생/상극, 그리고 십성론이 큰 틀에서는 전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론을 배우기 위해 중간 중간 고정적 말뚝을 박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그 말뚝의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잇고, 흐름 속에서 사주를 바라봐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들도 자신의 사주에 관해서만큼은 다른 이론들에 묶이지 않는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고 관찰하시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실천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결코 사주 명리학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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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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