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들의 세상
700자 산책 2025. 4. 7. 11:58 |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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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6SbZd_ehK8
똑똑한 바보들의 세상 / 류시화 시인의 『인생 우화』라는 바보들이 사는 세상에 관한 책에는 한 회당지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추운 겨울에 회당지기는 기도 시간에 맞추도록 사람들을 깨우러 다니다가, 진흙 웅덩이에 두 다리가 깊이 빠져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마을의 의회 사람들은 바로 그를 구하기에 앞서, ‘그가 언제 회당을 나섰는지, 어느 방향에서 진흙 웅덩이로 걸어왔는지, 그 웅덩이가 언제부터 생긴 건지’ 등등을 열심히 논의합니다. 그 사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 웅덩이는 얼어붙기 시작하는데, 의회는 봄이 와서 땅이 녹으면 회당지기가 스스로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결론을 냅니다. 개빈 후드 감독의 <아이 인 더 스카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드론으로 추적한 테러범을 공중 폭격하여 지금 죽이면, 무고한 일부 사람도 죽을 수 있지만 테러에 의한 더 큰 희생을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테러범을 죽이기 위해 일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뒤에 발생할 정치적 책임과 문제들로 자신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 최종 결정을 미루게 됩니다. 한편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이라는 책에서는 권력의 종말을 향한 과정에서 ‘무질서, 탈숙련화와 지식의 상실, 사회운동의 진부화, 인내심 부족과 주의력 분산, 소외’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는 결국 바보들의 이야기가, 아무리 세상이 발전하고 똑똑해진다고 해도 일반적인 인간 사회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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