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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uU-DM6KisQ

 

손자병법 36계중 제 3계인 차도살인은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적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적을 제거한다는 것은 단순히 적을 죽이는 것을 넘어 원하는 의도대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힘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힘이 사용된 것마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에 차도살인에는 이간질과 모략이 따르게 됩니다. 또한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연적으로 차도살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도살인의 느낌을 잘 살린 영화는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불릿트레인’, 애드리언 그런버그 감독의 한국에서는 ‘완전범죄 프로젝트’라 불리는 ‘겟더그링고’,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등이 있습니다.

 

진실이 반드시 신뢰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인 제이슨 츠바이크가 말한 전업 작가가 걷는 세 가지 길에 대해 언급합니다. 첫 번째는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진실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먹고살 수는 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깡통을 차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종종 진실을 원하기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거짓말을 원합니다. 그래서 애초에 자신이 원하는 식의 거짓된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간질과 모략이 근간에 깔린 차도살인의 계략이 단순한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속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제갈량이 자주 부르던 ‘양보음’이라는 노래 가사의 내용에 해당하는 안영의 ‘이도삼살사’, 또는 ‘삼사이도(三士二桃)’라 불리는 일화가 있습니다. 안영이 제나라 경공을 모실 때, ‘공손접, 전재강, 고야자’ 라는 세 명의 장수가 있었습니다. 세 명 모두 왕과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웠고 서로가 친하여 의형제로 지냈습니다. 그래서 이 세 명이 자신들이 세운 공을 믿고 전횡을 일삼아도 쉽게 그 세 명을 제거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안영은 이들을 제거하고 ‘사마양저’라는 장수를 등용시키기 위한 계략을 세웁니다. 사실 계략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단순한 행위였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제갈량이 이처럼 계략 아닌 계략을 생각한 안영을 대단하게 여긴 것 같기도 합니다. 안영은 왕이 하사한 것이라 하면서 이 세 사람에게 두 개의 복숭아를 보냅니다. 그리고는 각자의 공에 따라 먹으라고 합니다. 먼저 공손접이 자신의 공의 대단함을 말하면서 복숭아 한 개를 가져가고, 그 다음에는 전재강이 마찬가지로 자신의 공을 이야기하고 남은 한 개를 가져갑니다. 이에 고야자는 자신의 공이 더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복숭아를 먹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의가 상하고 각각 자존심과 부끄러움으로 자살을 합니다. 이 이도삼살사의 내용은 각 책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노나라의 소공이 대부 숙손착과 함께 제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때의 연회에서 여섯 개의 복숭아를 가져오고 그 중 두 개는 손님인 소공과 숙손착이 먹고, 또 다른 두 개는 경공과 안영이 먹은 뒤, 마지막 남은 두 개를 위의 세 장수에게 주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자결할 때, 앞서 복숭아를 차지한 공손접과 전재강이 먼저 자결하고 그 다음에 고야자가 자결했다는 설명도 있고, 복숭아를 먹지 못한 고야자가 먼저 자결하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여 그 다음으로 공손접과 전재강이 자결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버전의 이야기이든 그 핵심은 두 개의 복숭아로 세 명을 이간질하여 죽인 것은 동일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 자리에서 세 명이 자결을 하지 않았어도, 세 명의 의리는 상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좀더 수월하게 세 명을 각각 처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안영의 ‘이도삼살사’가 사람을 죽인 차도살인의 예라면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강유를 얻은 방식은, 차도살인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의 ‘살인’에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지만, 적군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한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일화는 손자병법 36계 중 20계인 물을 탁하게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혼수모어의 계략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계략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일화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유는 원래 위나라의 ‘천수’에서 그곳의 태수인 마준 밑의 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갈량은 마준에게 강유가 촉과 내통한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고, 결국 강유는 자신이 속한 위나라에서 의도치않게 버림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제갈량의 촉으로 오게 됩니다. 지혜도 출중하지만 충성심도 강했던 강유를 단순하게 회유하려 했다면 오히려 어긋남이 생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군인 위나라에서 강유를 버리게 만듦으로써 강유가 촉나라에 투항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고, 제갈량이 그를 직접 마중하고 칭송하면서 그의 자존심을 살려줬습니다.

 

한편 계략의 주체를 완전히 단정할 수 없게 한 차도살인의 일화도 있습니다. 이는 중종 때 조광조가 사약을 받으면서 죽게 된 일화입니다. 중종은 자신이 왕이 되도록 도운 훈구파를 견제하기 위해 사림파의 조광조에게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광조의 권력이 커지면서 중종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 궁궐의 나뭇잎에 꿀을 발라 ‘주초위왕(走肖爲王)’ 이라는 글씨 모양으로 벌레가 파먹게 합니다. 그리고는 그 잎을 중종에게 보여줍니다. ‘주초’의 글자를 합치면 조광조의 성씨인 ‘조(趙)’ 가 되면서 결국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던 중종은 그것을 보자마자 조광조를 유배보내어 사약을 내리고 조광조가 속한 사림파를 숙청합니다. 이 사건은 당연히 훈구파가 기세가 커지는 사림파를 비롯한 조광조를 없애기 위해 조작하고, 중종이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훈구파가 직접적으로 왕에게 조광조를 탄핵하거나 몰래 벽서를 쓰거나 소문을 퍼뜨리지 않고, 마치 하늘이 스스로 움직여 벌레를 통해 천명을 드러낸 것처럼 꾸몄기 때문에, 계략을 세운 실체를 감추면서, 왕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고 왕을 통해 조광조를 숙청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위 일화들 말고도 역사적으로 차도살인의 예는 많고, 그 결과도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사과’ 이야기도, 단순히 여신 세 명을 이간질한 것을 넘어 아테네와 트로이의 전쟁으로 확장됩니다. 또한 조조가 손권을 부추겨 형주를 취하고 관우를 죽게 만든 것은, 이릉전투로 확장하여 촉나라와 오나라 모두의 힘을 약하게 만듭니다.

 

한편 공자는 안영의 일화에 대해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 것은 의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공자의 말처럼 차도살인은 굳이 의로움의 관점으로 보면 비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차도살인에 대한 이해는 본인이 그것을 사용하기 위함보다 일단 그러한 계략에 당하지 않기 위함이 우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합적으로 얽힌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안정적으로 뻗어나갈 길을 찾자면, 상대방이 쓰는 계략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는 항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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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777l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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